의정갈등 1년, 멈춘 의학연구…국내 의학저널, 외국저자 비중 커져
JKMS 국내 저자 투고 논문 줄고 외국 저자 급증 국내 의학학술지 출판 논문 중 국내 저자 비중 줄어
1년 가까이 이어진 의대 증원 사태로 의학 연구 토대마저 흔들리고 있다. 전공의들이 떠난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은 진료 때문에 연구 시간을 줄였다. 의학 논문도 급감했다. 국내 의학학술지들은 그 빈자리를 외국 저자 투고 논문으로 채우고 있다.
이는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유진홍 교수와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 등 연구진이 국내 의학 학술지 58종의 출판·투고 현황을 분석한 논문 ‘Insights Into JKMS Submissions and Medical Journal Publications in Korea’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 논문은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지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의학 학술지 58종이 출판한 논문 수를 분석했다. JKMS의 경우 제출된 논문 수까지 분석했다. JKMS는 한국을 대표하는 의학학술지로 투고·출판 논문이 가장 많다.
분석 결과, 의대 증원으로 의정 갈등이 심각했던 지난 2024년 JKMS에 제출된 국내 논문 수는 전년도보다 줄었다. 지난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논문은 총 807편으로 전년도 동기(879편) 대비 72편 감소했다.
지난 2024년 1월에는 전년도(93편)와 비슷한 92편의 논문이 제출됐지만 이후에는 점차 줄기 시작했다. 의정 갈등이 시작된 2024년 2월 72편, 3월 102편, 4월 83편, 5월 82편, 6월 75편, 7월 83편, 8월 70편, 9월 56편, 10월 92편이 JKMS에 접수됐다. 지난 2023년에는 3월 98편, 4월 90편, 5월 76편, 6월 101편, 7월 95편, 8월 95편, 9월 80편, 10월 66편이었다. 3, 5, 10월을 제외한 나머지 월별 제출 논문 수는 1년 사이 급감했다.
정 교수는 3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국내 의학학술지 중 JKMS가 논문 출판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그런 JKMS에 투고되는 국내 논문 수가 감소했다면 다른 의학학술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국내 투고 감소는 출판된 전체 논문에서 한국인 저자 비율 감소로 이어졌다. 외국인 저자가 국내 의학학술지에 투고하는 논문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24년에는 특히 전체 게재 논문 중 한국인 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 2010년 국내 의학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총 2,453편 중 90%인 2,216편이 한국인 저자가 쓴 논문이었다. 게재된 논문에서 한국인 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85%에서 2023년 64%로 매년 1~2%p 정도 줄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감소 폭(3%p)이 더 커 61%까지 낮아졌다. 지난 2024년 JKMS에 제출된 국내 논문은 급감했지만 외국 저자의 논문 투고가 급증했다. 외국 저자 논문 급증은 “JKMS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전체 논문에서 한국인 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긴 했지만 2024년에는 더 많이 줄었다”며 “국내 의학학술지 대부분 게재된 논문에서 한국인 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JKMS 편집장이기도 한 유 교수는 사설(Editorial)에서 2024년도에 제출된 논문들은 의대 증원 사태 이전 작성되기 시작한 것이어서 조만간 “논문 제출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더 큰 문제는 단기적인 생산성 하락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그 여파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관련 기사: 무모한 의대 증원에 뒤처지는 의학 연구…‘논문 제로’ 오나).
연구진도 “국내 의학학술지에서 한국인 저자의 논문 제출이 줄고 출판된 논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다”며 “이러한 감소는 의대 증원과 같은 정치적인 요인에 기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국내 의학 연구를 위해 이러한 정치적 이슈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