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10대 뉴스④] ‘당선부터 탄핵까지’…임현택 6개월 천하
초강경파로 회원 선택…‘SNS 논란‧소통 부족’ 등에 퇴진
2024년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집단 사직과 동맹휴학으로 맞섰다. 혼란에 빠진 의료계는 임현택 의협 회장을 선택했지만 6개월만에 탄핵됐다. 1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가 터지며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의 미래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청년의사가 다사다난했던 2024년 의료계 주요 이슈를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지난 3월 26일 ‘제42대 의협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임현택 후보는 주수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후 의료계 내에서도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후보가 회장에 당선되며 의-정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월 윤석열 대통령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 참관을 요구하다 경찰에 연행돼 ‘입틀막’ 이미지를 쌓고, 복지부 장관과 차관 등을 협박과 강요 협의로 고발하는 등 온 몸으로 강경파임을 강조해 온 인물이 의료계 수장이 됐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하지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막기 위해 강경파 회장을 원한 회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지난 5월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인 11월 탄핵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지난 2014년 노환규 전 회장에 이은 두번째 회장 탄핵이었다.
임 회장 탄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막말과 실언을 통해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먼저 회장에 취임한 지난 5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비판하자 홍 시장의 자서전 내용에서 논란이 됐던 내용을 바탕으로 “돼지발정제로 성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시장을 한다”는 취지로 공격해 논란을 불렀다.
6월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의협이 구성하는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임현택 회장은 말이 아닌 일을 해야 한다.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하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의협이 전공의 문제 더이상 신경끄고 손 뗄까요?”라고 올려 대전협과 갈등이 불거졌다.
6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 회장에게 “저 기억하느냐.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대변인으로 활동할 때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왜 그랬느냐”라는 말을 들었다.
해당 발언은 임 회장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었던 지난 2021년 2월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로, 당시 강 의원이 수면 내시경을 받으러 온 환자를 성폭행한 의사를 예로 들며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 제정 필요성을 설명한 것을 비판한 글이었다.
6월 27일에는 한국기자협회가 ‘의협이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을 겁박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며, 임 회장이 특정 매체 기자를 조롱하거나 기사에 대한 비난을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7월 2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임 회장이 무례한 언사로 의료계 지위를 실추시켜 학생들의 목소리를 훼손하고 있다”며 임 회장을 규탄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생들까지 임 회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자, 취임 두 달 만인 7월에 의료계 내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 “의협은 물론 의료계 최대 리스크는 임 회장”이라는 말이 나오며 탄핵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8월에는 임 회장이 당선인 시절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 선임 등에 지출한 회비를 두고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됐고, 의협은 해당 사건을 보도한 기자와 관련 상임이사회 자료를 유출한 인사도 함께 고소했다.
의료계 안팎에서 비판을 받던 임 회장은 8월 26일 “의협 회장으로서 단식을 통해 진심을 전하고 싶다”며 단식에 돌입했지만, 돌아온 것은 민심이 아니라 탄핵 추진이었다.
8월 28일 의협 조병욱 대의원(경기)와 조현근 대의원(부산)은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불신임 청원 동의를 받기 시작했다. 회장 취임 4개월 만이었다. 이들은 회원의 중대한 권익 위반 사안으로 ▲간호법 제정 저지 실패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저지 실패 ▲환산지수 차등적용제 시행 등을 꼽았다. 임 회장 탄핵 청원에서 참여자 1,982명 중 85.2%가 불신임에 찬성했다.
이 상황에서도 임 회장은 10월 18일 또 다시 SNS로 설화를 일으켰다.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이 2025년 의대 교육이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낙관하며 4,000명 증원 발언을 이어갔다는 이유로 SNS를 통해 장 수석 발언에 대해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의 개소리”라고 거칠게 비난한 것. 이후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은 삭제하고 사과글을 올혔다.
10월 21일 결국 대의원들 나섰다. 임 회장이 ‘간호법 제정과 의대 정원 증원을 막지 못한 데다 언행으로 구설에 올라 협회의 명예를 훼손했고 전공의 분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추진한 것이다.
이 와중에 임 회장이 서울시의사회 간부에게 고소 취하 조건으로 5만원짜리로 1억원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결국 지난 11월 10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 임 회장 불신임안 투표에서 출석 대의원 224명 중 75.9%인 170명 찬성으로 임 회장 탄핵이 결정됐다. 최악의 의-정 갈등 상황에서 초강경 이미지로 화려하게 의협회장에 올랐지만설화와 내부 갈등으로 6개월만에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돼 박형욱 위원장이 선출됐으며, 오는 2025년 1월 4일 새 회장을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