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재난 사상자 정보 의무화에 벌칙 조항? 과도한 조치”
비일관적인 사상자 이송 정보 요청 범위·양식…현장 혼란 가중 “사상자 신분확인 전담자 상주하도록 법·제도적 근거 마련돼야”
병원계가 재난 현장에서 의료기관 등으로 이송된 사상자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자료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내놨다.
대한병원협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재난안전법 개정안은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사상자 가족 등이 사상자 이동 동선과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시·군·구 긴급구조통제단장이 의료기관 등으로 이송된 사상자 정보를 수집·관리하도록 했다.
수집되는 사상자 정보에는 ▲성명과 연락처, 주소 등 인적사항 ▲응급처치 기록 ▲의료기관과 임시영안소 등에 이송한 기록 ▲이동 동선과 현재 위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이 포함된다.
또 사상자 이송정보를 수집·관리하기 위해 의료기관 또는 관계인에게 자료 제출, 의견 진술 등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 요청 받은 의료기관 또는 관계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 조항도 신설됐다.
그러나 병협은 사상자 이송정보 수집·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명시된 사상자 이송정보 수집·관리 주체는 시·군·구 긴급구조통제단장으로 정보 보고 창구가 다원화돼 있어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크다고 했다.
병협은 “재난 발생 시 병원 현장에서는 지자체,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소방청, 경찰청 등 다수 기관 실무자가 사상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크고 사상자 치료에 집중하는데도 분명한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협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재난 발생 장소 주변에 있는 응급의료기관의 경우 의식이 없거나 보호자 없는 사상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재난 현장에서 신분확인 절차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경찰이나 관계 공무원 등이 상주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또 벌칙 조항이 재난 의료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치라고 했다.
병협은 “재난 발생 시 사상자 이송 정보를 요청하는 범위나 양식이 일관적이지 않고 여러 기관 담당자들이 각종 정보를 요구하는 게 현실”이라며 “처벌 조치는 재난 발생 시 의료기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치”라고 말했다.
병협은 “사상자의 신속한 이동 동선과 위치파악을 취지로 한 벌칙조항 신설이라면 이송정보 수집처를 명확하고 일원화하는 게 병행 검토돼야 한다”며 “119법에서도 재난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법적 의무만 규정할 뿐 벌칙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