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끝까지 강조한 ‘의료개혁’…이대로면 “미래 세대 부담 가중”

정재훈 교수 “의대 증원 등 손쉬운 해결책만” “무제한적 의료 수요 감당하기보다 조절해야”

2024-12-17     송수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의료개혁이 포함된 4대 개혁을 강조했다(사진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에도 의료개혁이 포함된 ‘4대 개혁’을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윤석열표 의료개혁’이 한국의료를 붕괴 위기로 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4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의료·연금·노동·교육 분야 4대 개혁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들이 하지 못했던 4대 개혁을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해 왔다”며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추진하던 정책들이 발목이 잡혔을 때는 속이 타들어가고 밤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의료개혁에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의료개혁으로 한국의료의 미래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최근 대한내과학회지(Korean Journal of Medicine)에 기고한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미래를 위한 정책 설계’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의대 정원 확대나 대규모 재정 투자와 같은 손쉬운 해결책”으로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현재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치중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계속해서 수용하겠다는 낙관적 태도를 보인다. 의사 인력 확대와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라며 “이런 정책이 왜 필수의료 현장에서 과도한 노동 강도를 감내하며 비필수의료와의 경제적 격차를 받아들이는 의료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의료비용 급증, 저출산 등으로 기존에도 건강보험 기반인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의료개혁 정책이 이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2022년 9.7%로 “사상 처음으로 OECD 국가 평균을 넘어섰다.”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다.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오는 2026년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정 교수는 “필수의료의 미래도 국가의 거시적 환경 변화에 맞춰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 보건의료정책은 단기적 목표보다는 장기적 적용 시점을 바라보아야 하며 방향성과 절차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 단기적 재정 투입과 그에 따른 부작용, 의사 인력 정책을 꼽았다.

정 교수는 정부가 직장 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2년 연속 동결하고 올해 지역 가입자 건강보험료는 “사실상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며 “재정 수지를 악화시켜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리고 필수의료 재정적 뒷받침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 이후 내놓은 필수의료 수가 인상, 상급종합병원 구조개선, 국립대병원 재정 투자 등이 “장기적 재정 영향은 면밀하게 평가되고 있지 못하다”고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현재 건강보험료 수입이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하나 현재 건강보험 지출은 아직 완전히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만약 이 정책이 정착돼 지속적으로 재원의 추가적인 소모가 발생한다면 중장기적 재정 영향은 더욱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대 증원 등 의사 인력 정책도 “미래 인구 구조 변화와 부양 인구 감소, 의료계의 복잡한 직역, 세대 간 갈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부작용이 이익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래 의료 수요 증가에 전면적으로 대응한다는 관점은 그 자체로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지금처럼 지속적인 재정 투입과 국민 수요에 대한 한없는 의료 공급은 지속 불가능 지점을 앞당길 뿐”이라며 “의료 관련 인건비, 비용 증가는 의료 인력의 공급 증가보다 수요 억제가 더욱더 직접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학령기 인구 감소로 15년 뒤에는 대입 인구수가 30만명 미만으로 감소한다며 “의사 인력 계획은 전체 인구 대비 의사 수만큼 해당 연령 구간에서의 인력비의 관점에서도 수립돼야 한다”고 했다. “분모에 해당하는 학령기 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율의 인력이 이공계에서 유출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의료정책 방향이 보장성 확대보다는 “한정된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필수의료 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제한적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 하기보다는 수요 자체를 조절해 후속 세대가 지속 가능한 체계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제는 어렵지만 불가피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