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처단 대상?” 비상계엄에 의료계 ‘부글부글’…“하야하라”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파장 “의대 증원 정책 실패 자인, 분노 넘어 허탈” 윤 대통령 자진 사퇴 요구하는 성명 쏟아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의료계는 분개했다. 의사에 대한 반감과 정책 실패에 대한 조급함이 비상계엄에 투영됐다고 했다. 계엄사령부가 발동한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미복귀 시 처단’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비상계엄은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의료계에도 미쳤다.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을 비롯해 윤석열 정권에서 ‘의료개혁’이라며 추진하는 정책들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 퇴진 요구도 나왔다.
충북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좋은삼선병원 배장환 심혈관중재시술연구소장은 4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정책 실패에 대한 조급함을 보여줬다”고 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전공의 복귀 내용을 담은 것 자체가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의료대란에 대한 부담을 보여준다고 했다. 오히려 “대통령의 정치 공약인 의대 증원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표출했다”고 봤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 소장은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자신 있다면 포고령에 전공의 복귀 문제를 넣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밉고, 말을 안 듣는 의사들이 밉다면 그들만 타깃하면 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밤 10시 넘어서 전 국민을 겁박했다”고 비판했다. 배 소장은 “미래의 한국의료가 박살날 판이어서 그것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을 폭도나 사회 전복 세력, 처단 대상이라고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가지 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든가 탄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교수들 "의사를 처단하겠다는 대통령" 하야 요구
의대 교수들도 윤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의사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고 전공의들을 악마화했다는 데 분개하며 스스로 내려와 “죗값을 받으라”고 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역사책에서나 봐야 할 계엄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선포되는 것을 목도한 우리 모두는 절망을 넘어 분노의 밤을 보냈다”며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계엄 포고령에 국민 생명을 최일선에서 지켜온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라며 “의사들이 반국가세력인가. 의사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는가. 전공의들을 끝까지 악마화할 것인가. 우리는 분노와 허탈을 넘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이어 “윤 대통령을 오늘(4일) 이후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 “내란죄를 범한 것에 대한 합당한 죄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김성근 비대위원장은 “포고령에 전공의 복귀 내용이 포함됐다. 말도 안 된다. 더욱이 의사들을 처단하겠다고 했다. 결국 의사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본 것”이라며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교수들도 있다.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거리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교수협의회 안석균 비상대책위원장은 “포고령에 나온 ‘처단’이란 단어를 듣고 너무 놀랐다”며 “의사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본다는 건가. 사람을 처단한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의사회들 "윤석열 정부와 협상 불가능" 대통령 사퇴 요구
윤 대통령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의사회 성명도 이어졌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료 붕괴에 이어 민주주의 붕괴를 초래하는 윤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전남의사회는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통해 “특정 직역인 의료계를 반정부, 반체제 세력으로 규정했다”며 “이는 대통령이 의료계 그리고 더 나아가 국민 전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전남의사회는 “정치적 마찰과 의료 붕괴 사태를 포함한 행정적 무능력을 민주적,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헌정을 파괴하고 중단하려 했다”며 “윤석열 정부와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관련자 처벌과 “가장 실패한 정책인 의대 정원 증원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충청남도의사회도 “국민 생명을 지키고 수호하는 군인들에 의해 본업에 복귀하지 않을 시 처단당해야 하는 게 전공의이고 의사라면 의사는 국민의 적이고 뿌리 뽑혀야 하는 국가 전복세력이냐”며 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또한 “정부가 절차를 어기고 무리하게 강행 중인 의대 증원을 적극 반대한다”며 “전공의, 의대생들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그들을 지키는 데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는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발표한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하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사퇴 전 “의대 증원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2025학년도 의대 입시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권리를 제한하고 강제로 복귀를 명령하는 방식은 의료인들의 현장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비상계엄과 같은 비상조치가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 시행돼선 안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