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특이항체, DLBCL 치료 패러다임 바꿔…‘엡킨리’ 주목”

[인터뷰] 뉴욕 메모리얼 병원 로렌조 팔키 교수 재발·불응 환자 62% 반응…1분 투여로 편의성↑ “CAR-T에 이은 혁신…韓의료진·환자에 새 기회”

2024-12-04     김찬혁 기자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로렌조 팔키 교수(Lorenzo Falchi, MD).

면역체계의 핵심 세포인 B림프구가 악성 변화를 일으키며 발생하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은 국내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혈액암이다. 2023년 기준 1만4,000명이 넘는 환자가 이 질환으로 투병 중이며, 이는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DLBCL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4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아형으로, 전신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1차 표준치료인 R-CHOP 복합 항암화학요법으로도 30~4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며, 2차 치료인 자가조혈모세포이식(ASCT) 후 재발한 환자들의 예후는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차 치료로 CAR-T 세포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나, 제조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 추가 치료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 새롭게 도입된 이중 특이항체 ‘엡킨리(성분명 엡코리타맙)’가 주목받고 있다.

엡킨리는 B세포의 CD20과 T세포의 CD3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특이항체로, 1분 내외의 피하주사로 투여가 가능하며,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DLBCL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에 본지는 미국 뉴욕 메모리얼 병원에서 혈액악성종양내과 림프종 파트 전문의로 활동 중인 로렌조 팔키 교수(Lorenzo Falchi, MD)를 만나 DLBCL의 최신 치료 동향과 엡킨리의 임상적 의의에 대해 들었다. 로렌조 팔키 교수는 미국혈액학회, 미국임상종양학회, 미국암연구협회, 암면역치료학회 등 주요 학회 회원으로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DLBCL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다른 림프종과 비교했을 때 어떤 특징이 있나.

DLBCL은 혈액 내 면역 세포 중 하나인 B림프구의 악성 변형으로 발생하는 림프종이다. 현재까지 100여 종 이상의 림프종이 발견됐는데 이 중 DLBCL이 가장 흔하다고 볼 수 있다. DLBCL은 세계적으로 림프종 중 약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대부분의 림프종은 천천히 진행되는 반면, DLBCL은 암세포가 빠르게 성장하는 공격적 특성을 보여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DLBCL은 공격적인 암이지만 항암화학요법과 면역 요법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반면 소포성 림프종이나 외투세포 림프종은 암세포나 병변이 보이지 않는 관해 상태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차이는 치료 접근법과 환자 상담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 현재 DLBCL의 전세계적인 치료 전략은 무엇인가?

DLBCL 초진 환자의 1차 치료에서는 주로 항암화학요법과 면역 요법을 병용한다. 현재 승인된 치료제로는 R-CHOP 요법, 또는 R-CHP 요법에 최근 승인된 ‘폴라투주맙 베도틴(제품명 폴라이비)’을 추가 병용하는 R-CHP+폴라투주맙 요법이 있다. 환자의 전반적인 완치율은 약 60~65% 정도다. 다만 국가별로 환자의 연령대, 동반 질환 유무, 국제 예후 지수(IPI) 등 환자별 요인에 따라 세부적인 완치율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1차 치료 후 조기 재발로 2차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 CAR-T 치료가 승인돼 사용 가능한 환경이라면 CAR-T 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나 아직 CAR-T 치료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1차와 다른 종류의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거나, 고용량 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병용한다. 이러한 치료 접근으로 일부 환자는 2차 치료에서도 완치가 가능하다. 다만 2차 치료 후 재발해 3차 이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완치율이 상당히 급감한다.

- 최근 몇 년간 새로운 DLBCL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신 동향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현재 DLBCL 관련 신약은 주로 3차 이상 치료 약제로 개발되고 있다. 3차 이상 치료에서 미충족 수요가 가장 크고 효과적인 치료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폴라투주맙 베도틴은 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요법으로 등장했고, 원래 3차 치료 사용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현재는 앞 차수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되고 있다.

‘타파시타맙(제품명 민쥬비)’은 CD19를 표적하는 항체로, 단독 활성은 높지 않지만 레날리도마이드와 병용 시 활성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항암화학요법에 불응한 환자들에게 활성화가 잘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론카스툭시맙 테시린’이라는 항체 약물 접합체(ADC)도 있다. 항체와 항암화학요법이 결합된 형태로 폴라투주맙 베도틴과 유사한 특성을 지녔다. 이 약제는 주로 3차 이상 치료에서 사용될 수 있다. 경구 치료제로는 ‘셀리넥서(제품명 엑스포비오)’가 있으나 다른 제재에 비해서는 유효성 데이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맥락에서 이중 특이항체가 등장하고 있다.

- 혈액종양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중 특이항체의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가.

이중 특이항체는 DLBCL 치료의 큰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신약들은 장기적 관해 효과나 반응 유지 기간이 제한적이었고, 실제 임상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짧은 경우가 많았다.

이중 특이항체는 림프종 치료의 세 번째 마일스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가 리툭시맙, 두 번째가 CAR-T였다면, 이중 특이항체는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세 번째 혁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중 특이항체는 두 개의 다른 항원 결정 인자(epitope)를 가지고 있다. 한쪽은 종양 세포에서 발현되는 CD20 항원에, 다른 쪽은 면역 세포인 T세포의 CD3 항원에 결합해 두 세포를 물리적으로 근접시킨다. 마치 두 개의 팔로 두 가지 세포를 가까이 끌어당기는 것이다. 이를 통해 T세포는 림프종 세포에 가까이 접근해 세포독성으로 파괴한다.

특히 타깃 세포가 존재할 때만 활성을 보이고, 타깃이 없어지면 활성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이상반응도 보통 타깃이 많아 활성이 높은 초기 단계에 많이 보이고 어느 정도 타깃이 없어지고 나면 같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 현재 허가된 이중 특이항체 치료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B세포 림프종 치료 목적으로 허가받은 이중 특이항체는 ‘엡코리타맙(제품명 엡킨리)’, ‘글로피타맙(제품명 컬럼비)’, ‘모수네투주맙(제품명 룬수미오)’, ‘오드로넥스타맙(제품명 오드스포노)’으로 총 4가지다. 현재 한국에서는 엡킨리와 글로피타맙이 3차 이상 치료제로 허가됐다. 엡킨리는 CD20과 CD3에 1:1로 작용하는 피하주사제이며, 글로피타맙은 2:1 구조의 정맥주사제다.

- CAR-T와 비교하면 이중 특이항체는 어떤 기술적 차이와 치료 효과를 지니는지 궁금하다.

CAR-T는 환자의 자가 T세포를 추출해 엔지니어링하는 세포 기반 치료다. 세포 바깥쪽 수용체는 CD19 항원을 잡도록 설계됐고, 몸속에서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잔류하며 연쇄 세포 사멸(serial killing) 특성을 보인다. DLBCL 치료제로 승인된 ‘리소캅타진 마라류셀(제품명 브레얀지, Liso-cel)’, ‘악시캅타진 실로류셀(제품명 예스카타, Axi-cel)’, ‘티사젠렉류셀(제품명 킴리아, Tisa-cel)’은 높은 전체반응률과 완전관해율로 빠르게 승인받았다. 특히 리소캅타진 마라류셀과 악시캅타진 실로류셀은 항암화학요법이나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대비 뛰어난 효과를 보여 2차 치료제로도 자리 잡았다.

CAR-T 치료와 이중 특이항체는 치료의 시행 과정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CAR-T 치료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환자의 질병 특성뿐 아니라 치료 인프라와 비용 등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백혈구 성분 채집술로 환자의 T세포를 채집해 제조사로 보내 엔지니어링하고,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반면 이중 특이항체는 ‘기성품(off-the-shelf)’ 형태의 치료제로, 투여 결정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

CAR-T 치료의 경우 많은 환자가 치료 후 재발을 경험한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 계열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인지가 아니라, 순서를 어떻게 정해서 사용할 것인지다. 예를 들어, CAR-T 치료를 먼저 사용했다가 실패한 환자에게는 완전관해(CR)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이중 특이항체 치료제가 다음 대안이 될 수 있다.

- 국내에서는 지난 6월 엡킨리가 DLBCL 치료제로 승인됐다. 임상시험을 통해 본 엡킨리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어떠한가?

용량 설정 연구(EPCORE NHL-1)에 총 157명의 환자가 등록됐고 이들의 기존 치료제 사용 횟수 중앙값은 약 3회였다. 전체 환자의 약 3분의 1은 기존에 CAR-T 치료를 받았으나 불응을 보였다. 연구 결과, 전체반응률(ORR)은 61.9%, 완전관해(CR)는 40.1%로 나타났으며 CAR-T 치료를 경험한 환자들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티사젠렉류셀과 한국에 허가된 두 가지 이중 특이항체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유사한 편이다. 주요 이상반응은 면역세포 활성화로 인한 기인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었다. 면역세포 관련 신경독성 증후군(ICANS)도 발생할 수 있으나, 엡킨리와 글로피타맙에서는 CAR-T 치료 대비 발생률이 현저히 낮다.

- 미국에서는 엡킨리 처방 경험이 많이 쌓였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임상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나는지 궁금하다.

엡킨리는 RCT 연구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모두 강력하면서도 사용이 용이한 치료제다. 피하주사로 투여되며 현재 in-vitro 연구에서 가장 강력한 이중 특이항체 중 하나로 평가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상반응 관리를 위해 첫 사이클에서 ‘점진적 용량 증가 과정(step-up process)’을 적용한다. 초기 용량과 중간 용량은 낮게 설정하고 세 번째 투여에서 최종 목표 용량을 사용하며, 이 때 대부분의 의료진이 24~48시간 동안 입원 관찰을 진행한다. 절반가량의 환자에서 CRS가 발생하나 대부분 1등급 수준이며, 2등급은 드물고 3등급 이상은 보고된 바 없다. 이러한 이상반응 프로파일은 외래 투여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RCT 연구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재현되는지에 대해 답변하기는 아직 이르다. 실제 환자 수가 제한적이고 추적 기간이 짧다. 또한 연구 제외 기준으로 인해 실제 환자군과 연구 환자군의 특성이 상이하다. 골수 이식이나 장기 이식 환자, 투석 환자, 신장·간 장애 환자, CNS 문제가 있는 환자 등이 연구에서 제외돼 실제 환자군과의 중첩도가 50% 이하다. 엡킨리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으나, 연구 결과의 일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 한국 환자들에게 엡킨리가 가져올 수 있는 혜택과 이점은 무엇인가?

3차 이상 치료 환경에서 이중 특이항체는 생명을 구하는 치료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림프종에 굴복했을 가능성이 높은 많은 환자들이 이 강력한 치료제 덕분에 생존했다. CAR-T 치료를 제외한 다른 단일 제제들과 비교할 때, 이중 특이항체는 비견할 수 없이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인다. 한국의 많은 동료 의료진도 이 약제를 안전하게 진료에 적용하고,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환자에게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마지막으로 DLBCL 치료와 관련해 한국의 의료진, 환자, 그리고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린다.

DLBCL로 힘든 치료를 받고 계신 환자분들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아직 추적 기간이 짧은 편이지만 엡킨리를 처방받은 많은 환자들이 꽤 오랫동안 DLBCL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이다. 한국 환자분들도 엡킨리가 한국에 허가됐으니 희망을 가져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한국 의료진께는 두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 이중 특이항체 사용 경험이 있는 의료진과의 협진을 통해 점진적으로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혈액종양내과뿐 아니라 간호사, 약사, 병동팀, 응급실, 중환자실, 신경과 등과의 다학제 접근이 중요하다. 둘째, 환자와 보호자 교육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길 바란다. 이상반응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이해가 필수적이며, 특히 초기 투여 사이클에서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정부와 규제 당국은 최신 암 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엡킨리와 같은 치료제가 암 치료 여정의 중요한 시점에 있는 환자들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치료제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환자 혜택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으나 환자의 건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