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2년제? 폐지?…의학회 “1년 수련과정 내실화로 문제 풀자”

의사 1415명 설문조사 결과, 인턴 수련 개선 공감대 박용범 수련교육이사 “2년제로 연장해도 해결 안돼”

2024-11-30     송수연 기자
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29일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제23회 회원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인턴 수련제도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청년의사).

‘인턴제 무용론’은 꾸준히 제기된다. 정부 차원에서 인턴제 폐지를 추진하기도 했다. 현재 인턴인 의사도, 인턴 과정을 수료한 의사도 지금과 같은 인턴제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사로서 진료 역량을 쌓기보다는 ‘잡일’을 더 많이 하는 게 문제다. 대한의학회는 인턴 수련 교육 내실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수련 기간 연장이 아닌 1년인 교육 과정 자체를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연세의대)는 지닌 29일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제23회 회원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의사 1,415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의학회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를 갖고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며 인턴제 개선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관련 기사: 구조 문제 산적한데…"인턴 2년 기간만 늘린다고 개선되겠나").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인턴 수련 교육 내실화를 위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응답자의 85.4%는 체계적인 인턴 수련을 위해 표준 교육안이나 지침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핵심 역량과 성과 점검을 위한 세부평가지표 마련 필요성에는 68.8%가 공감했다. 인턴 대상 병원 내 술기 교육에는 90.6%가 찬성했다. 또 응답자의 57.3%는 별도 인턴 지도전문의가 필요하다(반대 46.7%)고 했다. 수련 교육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정기적인 면담이나 설문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79.2%였다.

인턴 2년제나 ‘개원면허제’(진료면허제) 도입에는 응답자의 98% 이상이 반대했다.

이처럼 인턴 수련 교육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의학회는 ‘인턴 수련교육 및 진료 지침서’와 ‘인턴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방안 개발 연구’를 통해 인턴 수련 교과 과정과 과별 취득해야 할 핵심 역량, 세부 역량 평가 지침 등을 마련해 놨다. 하지만 수련 교육 현장에서는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박 이사는 “현행 1년제인 인턴제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1년이라는 기간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고 해서 현행 인턴제의 문제점 상당 부분이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수련병원 대부분 레지던트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턴 교육에는 관심이 낮다. 임상 현장에서도 인턴 교육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며 “수련병원별 교육의 질적 차이도 크다”고 했다. 지도전문의가 교육과 연구, 진료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인턴 교육에는 소홀해진다고도 했다.

박 이사는 “현재 인턴 수련 평가 시스템의 문제는 역량 성취에 초점을 둔 현장 평가가 부재하다는 데 있다. 인턴 근무 성적이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 20%밖에 반영되지 않으며 상대평가 방식인 것도 문제”라며 “인턴 핵심 진료 역량을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 평가시스템, 피드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표준화된 교육 과정을 개발해 현장에서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평가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정부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도 했다.

박 이사는 “수련 과정 표준화와 질 개선을 위해 인턴을 전담으로 지도할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를 두되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며 “수련기관은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가 교육과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회 역할도 강조했다. 박 이사는 “의학회가 인턴 수련 교육을 주관해 관리하고 평가해야 한다”며 “수련과 지도전문의 총괄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지도전문의 역량 강화를 수행해야 한다. 인턴 역량과 핵심 술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술기교육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