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질환 '교차감염 무방비' 소아청소년병원…“1인실 늘려야”
소아청소년병원協, "일반병상 의무보유 비율 규제 풀어야" 소아청소년병원 입원환자 10명 중 9명 ‘감염질환 환자’ 최용재 회장 “원내 중복감염 발생…1인실 늘어야” 강조
아동병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증가한 소아청소년 감염병 환자 대응을 위해 일반병상 의무보유 비율 60% 기준을 풀어 상급병상(1인실)으로 자유롭게 전환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소아감염질환이 유행하면서 소아감염질환 입원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전국 아동병원 10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아감염질환 입원환자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설문에 응답한 아동병원 52곳 중 61.5%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입원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감염질환 환자라고 답했다.
아동병원의 17.2%는 입원환자 중 감염질환 환자와 일반환자 비율이 9.5대 0.5였으며, 5.7%는 감염질환 환자와 일반환자 비율이 9.8대 0.2로 아동병원 입원환자의 대부분이 감염질환 환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입원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소아감염질환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19.9%를 차지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세도 여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입원환자는 8.3%였으며, 아데노바이러스 8.1%, 그 외 바이러스폐렴 6.8% 순이었다.
최근 영아 사망이 발생한 백일해도 5%를 차지했으며, 이어 수족구 5%,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4.8%, 원인불명의 폐렴 3.9%, 파라인플루엔자 3.6%, 독감 3.5%, 라이노바이러스 3% 등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소아감염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감염 질환명이 매우 다양하게 조사됐다. 앞으로 소아감염질환 출현과 유행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아감염질환에 대한 별도 대응과 대책 마련을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소아감염질환 입원비율을 고려한 1인실 병상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에 취약한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다인실 병상 사용으로 서로 다른 감염병으로 인한 교차 감염 위험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아동병원들은 일반병상 의무보유 비율 기준에 따라 전체 병상의 60% 이상을 일반병상(다인실)으로, 나머지를 상급병상으로 구축한 상태다.
강은식 부회장은 “검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한 번에 6가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우도 있다. 감염원을 규명한 환자 병실을 나누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아이들을 한 병실에서 치료할 경우 경과가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면역성이 흔들리는 아이들의 교차 감염 위험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4인실로 갔다가 1인실이 비면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규제가 풀리면 감염원으로부터 노출을 줄일 수 있어 안전한 치료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원내 중복감염도 발생한다. 처음 아기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입원해 퇴원할 즈음에는 장염에 감염돼 장염으로 퇴원하는 사례도 있다. 입원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 사이 벌어지는 부모와의 갈등도 의사가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일반병상 입원으로 인한) 원내 교차 감염을 막아 입원일수 증가도 줄일 수 있다”며 “지금은 1인실을 더 만들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보호자가 1인실에 가고 싶다면 갈 수 있게 기회라도 주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적극적인 소아감염질환 대응을 위한 현장진단검사기기(Point of Care Testing, POCT) 도입과 호흡기전담클리닉 감염예방관리료 등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잘 구축해 왔던 감염병 대응책들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며 “감염예방관리료 등도 더 이상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소아감염질환 환자는 늘고 있지만 소아의료 현장은 (감염병 대책 중단으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강 부회장은 “코로나19 뿐 아니라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감염병 대응이 그 당시에만 집중하고 끝이나 (감염병 정책이) 휘발돼 버린다”며 “소아감염질환 대응을 위해 호흡기전담클리닉이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제도들이 계승돼 안전하게 소아감염질환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소아감염질환은 조기진단과 조기 치료개입이 필요하다. POCT 장비 등을 도입해 사용하고 더 나아가 삭감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면 눈앞에서 균주를 찾아내 대응 전략을 세우고 바로 처방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