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모세포종 글로벌 표준 ‘콰지바’, 치료 접근성 확대 절실”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고경남 교수‧야기엘론스키 의대 알렉산드라 비에초렉 박사 “유지요법 면역치료, 환자 생존율에 지대한 영향 미쳐”
신경모세포종은 주로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고형암으로, 소아암 사망의 약 15%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발병률은 15세 미만 인구 100만 명당 약 11~13명 수준이지만, 고위험군 환자의 장기 생존율은 50% 미만이며, 재발성·불응성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량한 예후로 인해 효과적인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매우 큰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국내에서 고위험군 및 재발성·불응성 신경모세포종 치료제로 허가받은 ‘콰지바(성분명 디누툭시맙베타)’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콰지바는 신경모세포종 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GD2를 표적으로 삼아 종양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 GD2 항체치료제로, 유럽에서는 2017년 승인된 이후 지난 8년간 유지요법 표준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 소아종양학회 신경모세포종 연구그룹(SIOPEN) 등 주요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콰지바를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의 표준 면역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임상시험(APN311-302)에서 콰지바를 포함한 면역치료 병행 환자군의 5년 전체 생존율(OS)은 64%로, 비면역치료군의 50%를 크게 상회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특히, 콰지바는 보건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약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만, 허가부터 건강보험 등재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150일로 단축한다는 취지와 달리, 콰지바는 허가 및 급여 신청 1년 만인 지난 10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으며, 현재 약가 협상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남겨둔 상태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본지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고경남 교수와 최근 방한한 폴란드 야기엘론스키 대학교 의과대학 혈액종양학과 알렉산드라 비에초렉(Aleksandra Wieczorek) 박사를 만나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국내 치료 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신경모세포종이란 어떤 질환이며, 현재 국내 발생 현황은 어떠한지 설명 부탁드린다.
알렉산드라 비에초렉 박사(이하 비에초렉): 신경모세포종은 뇌종양을 제외하고 소아에게 발생하는 고형암 중 가장 흔히 발생하는 암으로, 전체 소아암 발생의 약 8%, 소아암 사망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신경모세포종 환자 중 약 50% 정도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고위험군 환자는 굉장히 집중적인 치료를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만큼의 치료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재 항암화학요법,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면역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을 동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 GD2 항체 치료와 같은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하면서 과거에 비해 치료 성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고경남 교수(이하 고경남): 소아암은 발생률이 일정하기 때문에 신생아 출생 수에 따라 발생 수가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약 15년 전만 해도 1년에 80~9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현재는 출생률이 감소하면서 매년 50~6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중 절반은 굉장히 강력한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환자다.
- 신경모세포종의 주요 증상과 진단 방법은 무엇이며,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떤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가?
고경남: 신경모세포종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부신이다. 부신에 종양이 생기면 복부 팽만이 생길 수 있고, 종양이 신경을 압박하면 해당 부위에 통증이나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먼저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야 한다. 모든 진단과 치료 계획이 소아청소년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혹이나 종양이 만져지면 소아청소년과 중에서도 종양 전문의를 찾아가면 좋고, 통증처럼 모호한 증상만 있는 경우 처음부터 종양을 의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소아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가장 주요한 진단 방법은 조직 검사다. 조직 검사 검체로 유전자 검사도 진행한다. MYCN 유전자 증폭 여부에 따라 환자의 위험군이 나뉘기 때문이다.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MRI, PET-CT, CT 등 다양한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골수 검사도 중요하다. 신경모세포종은 골수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신경모세포종은 어떻게 분류되는가? 고위험군의 정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비에초렉: 신경모세포종을 분류하고 예후를 판단할 때는 진단받은 소아의 연령, 전이 정도,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을 모두 고려하고, 그에 따라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소아의 연령이 낮을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에, 생후 18개월 또는 12개월을 기준으로 조직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함께 고려해 위험도를 분류한다. 또한 질병이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면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전이가 되어 4기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MYCN 유전자 증폭 여부도 중요한 요소다. MYCN 유전자가 증폭되어 있으면 예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이가 없는 국소 종양이라도 조직의 생물학적 특성이 나쁘거나 MYCN 유전자 증폭이 있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 신경모세포종의 글로벌 표준치료 방법은 무엇이며,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어떻게 되는가?
비에초렉: 신경모세포종의 글로벌 표준치료 방법은 ‘유도(Induction)’, ‘공고(Consolidation)’, ‘유지(Maintenance)’ 3단계로 나뉜다. 먼저 유도요법을 통해선 전이가 된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치료를 진행한다.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 전이가 된 종양을 가능한 줄이고, 남아 있는 병변은 외과적 수술을 통해 제거한다. 공고요법 단계에서는 고용량 항암화학요법 후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실시한다. 이후 방사선치료도 진행한다. 현재 유럽에서는 단일 조혈모세포 이식(Single Stem Cell Transplant)과 이중 조혈모세포 이식(Tandem Stem Cell Transplant)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유지요법 단계에서는 항 GD2 항체로 미세잔존질환(MRD)을 제거하고, 이소트레티노인을 함께 사용하면서 치료하고 있다.
고경남: 국내 신경모세포종 치료도 글로벌 표준치료를 따르고 있다. 유도요법으로 종양을 95% 이상 제거한 후, 공고요법으로 고용량 항암화학요법과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함께 실시한다. 이는 별개의 치료가 아니라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으로 암세포를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는 하나의 치료법 세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이 두 번까지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어, 대부분 환자들에게 최대한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유지요법 단계로 가면 신경모세포종 종양을 덜 공격적인 상태로 분화시키는 비타민A인 이소트레티노인을 사용한다. 유지요법에는 항 GD2 항체를 사용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치료 방법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일부 환자만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내 환자들은 비타민A를 사용한 분화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 신경모세포종 유지요법에 있어 글로벌 표준치료와 국내 치료 환경에 차이가 있는데, 유지요법에서 항 GD2 항체를 사용한 면역치료가 환자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비에초렉: 면역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지는 환자 생존율 개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신경모세포종 치료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존 항암화학 요법만으로는 약 15% 정도의 환자만 완치시킬 수 있었다. 이후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을 적용하면서 완치율이 약 40% 정도까지 상승했다. 최근에는 항 GD2 항체 면역치료가 추가됨으로써 약 65~70%의 완치율을 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던 질환에서 완치율을 이 정도로 높인 것은 매우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고경남: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재발률을 줄이는 것이다. 일단 재발한 환자는 다시 완치할 기회를 얻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집중적인 치료를 받은 상태에서 추가 치료를 진행할 경우, 장기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1차 치료 단계에서 재발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며, 고위험군 환자에서 유지요법을 통해 재발률을 15% 이상 줄였다는 연구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
- 그렇다면 유지요법에 사용되는 항 GD2 항체치료제 콰지바의 주요 임상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비에초렉: 콰지바는 유럽에서 진행된 SIOPEN 연구를 통해 그 유효성이 입증됐다. 초기 연구 설계 시에는 한 그룹은 콰지바와 이소트레티노인을 병용하고, 다른 그룹은 이소트레티노인만 투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항 GD2 항체 면역치료의 효과가 우수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러한 연구 설계가 비윤리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두 그룹 모두 콰지바를 투여하되 한 그룹은 인터루킨(IL)-2를 병용하고 다른 그룹은 병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구 설계가 수정됐다. 연구 결과, 콰지바는 인터루킨(IL-2) 병용과 무관하게 면역치료를 받지 않은 과거대조군 대비 약 15%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고경남: 재발성 신경모세포종의 생존율은 30% 미만으로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독일에서 진행한 후향적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발성 신경모세포종 환자에게 콰지바와 항암화학요법, 조혈모세포 이식을 병용해 사용했을 때, 재발 환자의 생존율을 거의 5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왔다.
- 주요 임상연구 결과에서 콰지바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어떠했는가? 또 실제 임상 현장에서 콰지바를 처방하면서 경험한 내약성은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하다.
고경남: GD2 항원은 정상 조직에서도 소량이 발현될 수 있다. 주로 신경 조직에서 발현되기 때문에, 항 GD2 항체를 사용할 경우 신경성 통증과 기타 면역 반응이 발생하면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면역 반응으로는 발열, 혈압 저하,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신경 조직이 영향을 받을 경우 통증이나 드물게 마비 증상, 시력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한 이상반응은 매우 드물며, 대부분 조절이 가능한 이상반응으로 분류된다. 또한 해외에서 항 GD2 항체가 널리 사용되면서 이상반응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잘 마련되어 있어, 치료 중 발생하는 이상반응은 대부분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비에초렉: 콰지바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 항암제의 경우 환자가 투약 회차를 반복할수록 이상 반응이 심해지는 반면, 콰지바는 투약 회차가 지날수록 내약성이 더 좋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러 번 투약을 진행한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 반응이 경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 콰지바의 국내 허가 적응증은 ▲유도 화학요법 이후 부분반응 이상을 보인 후 골수 제거 요법과 줄기세포 이식을 받은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재발성 또는 불응성 신경모세포종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치료 경과와 예후는 어떠했는지 공유 부탁드린다.
고경남: 본원의 경우 현재 20명 정도의 환자에게 콰지바를 사용했는데, 투약 초기에는 발열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투약 회차가 2~3회차로 가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내약성이 개선돼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치료 효과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긴 추적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재발한 환자에서 콰지바 치료 후 종양이 뚜렷하게 반응하는 긍정적인 사례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 현재 국내에서는 콰지바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콰지바 급여에 대한 환자 및 의료진의 요구도는 어느 정도인가?
고경남: 매우 높다. 항 GD2 항체의 효과가 입증된 지 이미 14년이 지났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보호자들이 치료제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일부 보호자들이 큰 비용을 감수하며 약제를 해외에서 들여와 사용했지만,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현재 급여 심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 특히 1차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공고요법이 끝난 후 6개월 이내에 유지요법을 시작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 이 기간 내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다. 만약 6개월을 넘기게 되면 급여 기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조마조마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재발 환자들은 단 하루라도 더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심사 절차가 신속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허가와 급여 절차가 시작될 당시에는 약 1년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제 1년이 지나면서 환자와 보호자 모두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이 좋은 취지로 도입된 만큼, 그 목적을 충분히 살려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콰지바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이루어진다면 국내 신경모세포종 치료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가?
고경남: 기존에 소아암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매우 강력한 항암제를 사용해야 했는데, 콰지바와 같은 표적치료제가 도입됨으로써 소아암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기대된다. 이미 해외에서 콰지바는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의 글로벌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콰지바가 국내에 도입된다는 것은 국내 환자들도 세계적인 표준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다만,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은 재발성·불응성 환자의 경우 다른 치료를 거쳐 종양이 안정화된 상태에서 콰지바를 사용해야만 급여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재발성·불응성 신경모세포종 환자의 임상 양상은 매우 다양해서 다른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재발 초기 단계인 환자에서도 콰지바 치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콰지바를 더욱 전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급여 기준이 설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신경모세포종 환자 및 가족들, 의료진 등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비에초렉: 해외에서는 콰지바를 통한 면역치료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앞서 항 GD2 항체 치료 시 우려되는 몇 가지 이상반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안전성이 잘 확인된 치료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현재 한국의 많은 신경모세포종 환자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신경모세포종 환자들이 하루빨리 콰지바의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고경남: 신경모세포종과 같은 희귀암 환자들을 위해 정부가 신속한 허가와 급여 승인을 진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소아 환자들과 성인 환자 모두 중요하지만, 소아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70~80년으로 길기 때문에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치료의 기회를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만간 급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