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은 전공의·의대생? 상호 대등 관계로 재정립해야"

이덕환 명예교수, 의대 증원 논란 사회 손실 지적 "'도제식 관계'서 지식 교류하는 '대등한 관계'로"

2024-11-11     김주연 기자
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는 기성 의사들과 젊은 의사간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기성 의사들과 의대생·전공의 간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상하 관계에서 지식을 교류하는 상호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대의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의대정원 딜레마,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서강대 자연학부 이덕환 명예교수는 “의료계의 미래는 젊은 의사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의료계가 젊은 의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주장하는 게 의료계가 가야할 길이다. 의대생의 전공의의 이야기가 어설프게 들리는 한이 있더라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며 “그들의 주장 중 정말 문제가 있는 지점은 대화를 통해 바로잡아야지 무시해선 안 된다. (기성 의사들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들의 이야기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 의사들과 의대생·전공의 간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수련 과정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게 아니라 서로 대등한 입장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을 만나면 전공의와 의대생을 두고 ‘제자를 사랑한다’는 둥 인간관계에 의해 ‘자식처럼’ 전공의를 수련시킨다고 하는데, 이젠 새로운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자유·공정·정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선생, 너는 학생’이라는 관계를 벗어나야 한다. 실력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학생을 끌어안아야 한다”며 “대등한 인간 사이에서 지식을 주고 받는 사이로 봐야 한다. 인간으로서 선배는 될 수 있겠지만,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간 상하 관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대 정원 증원이 늘어날 경우 정상적인 수련과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전문의 배출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국적으로 1년에 수련병원이 3,200명의 인턴을 선발한다. 그중에 2,100명은 상급종합병원에서, 1,100명은 그 외 병원에서 수련한다”며 “올해 1,500명이 늘어나면 그만큼의 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 지난 2024년 기준 서울대병원 인턴 정원이 100여명이었는데, 1,500명을 늘린다는 건 그 정도 규모의 수련병원 15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15개 병원 신축을 지원할 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병원을 채울 의사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확실한 건 환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전문의 양성에 투입되는 사회적 투자 비용은 의대 운영보다 더 크다. 의료계는 수련병원이 부족하기에 의대 정원을 늘리면 안 된다고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값싸고 좋은 ‘K-의료’는 없다”며 의료계에서 자체적으로 ‘플랜 B’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료계에서도 일반의 중심의 의료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값 싸고 질 좋은 의료는 바람직하나 어느 나라에서도 실현된 적이 없다. 이젠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전공의 수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앞으로 유럽처럼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일반의 중심의 차세대 ‘K-의료’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