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사에 수술 부위 소독·드레싱 맡긴 의사 의료법 위반 '유죄'

서울북부지원, 원장에 의료법 위반 벌금 100만원 선고 "수술 부위 소독, 의료인 아니면 위해 우려되는 의료행위" "의사 진찰 없이 간무사 단독으로 소독…진료보조 아냐"

2024-10-29     고정민 기자
간호조무사에게 전화로 환자 수술 부위 소독·드레싱을 지시한 의사가 의료법 위반 유죄 선고됐다.

간호조무사에게 전화로 환자 수술 부위 소독·드레싱을 지시한 의사에게 의료법 위반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유죄(벌금 100만원)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8월 본인이 운영하는 병원 간호조무사 B씨에게 환자 수술 부위 소독과 드레싱을 맡겨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환자는 전날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고 수술 부위를 소독하기 위해 이 병원을 찾았다. 당시 A씨는 입원 병동 회진 중이라 B씨에게 전화로 내원 환자 소독을 지시했다.

의사 A씨 측은 간호조무사의 수술 부위 소독과 드레싱이 진료보조행위이므로 의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의료행위라 해도 "간호조무사 B씨의 경력과 자질, 숙련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사건 당시 병원에는 고령의 응급 환자가 있었고 소독을 요구한 내원 환자도 "빨리 가야 한다면서 처치를 반복 요청"한 상황이었다면서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수술 부위 소독과 드레싱은 의료행위고 진료보조행위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소독과 드레싱 처치는 수술 부위 상처 치유 속도를 빠르게 하고 상처 부위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는 의료행위다. 의사가 직접 하거나 적어도 옆에서 환자 수술 부위 상태나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라고 했다.

'진료 보조'란 "의사가 주체가 돼 진료하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조력함을 뜻한다"면서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했는데 진료보조행위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구두로 지시했더라도 실제 의료행위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했다면 진료보조행위라 하기 어렵다"고 본 2009년 대법원 판결을 따른 것이다. "의사만 할 수 있는 진료행위를 간호사에게 지시·위임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한 2007년 판결도 들었다.

2014년 대법원이 "간호사가 '진료 보조'를 할 때 행위 하나하나를 항상 의사가 현장에서 지도·감독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주도해 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의료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해 일부를 간호사가 보조하도록 지시 또는 위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 점도 고려했다.

당시 병원 사정이나 환자 상태를 봤을 때 간호조무사가 소독했더라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록 2004년 대법원이 무자격자 의료행위를 다룰 때 "시술 행위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은 물론이고 (무자격자) 시술자의 시술 동기·목적·방법·횟수나 지식 수준,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가리도록 했으나 이 사건은 "사회 통념에 용인될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독과 드레싱이 이뤄진 경위나 방법, 행위의 긴급성 유무 등을 봤을 때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만 환자 상태를 확인해 소독과 드레싱 행위를 한 것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행위에 해당한다 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