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힘든 환자 많은 병원들, 전기차 소방시설 의무화에 난색
병협,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법 9건 ‘신중검토’ “충전시설 설치 장소 고려한 소방시설 검토 우선돼야” 충전시설 설치자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중복부담’ 지적
병원계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인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소방시설을 의무화하는 9건의 법안에 ‘신중 검토’ 의견을 내놨다. 전기차 화재 안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병원 지하주차장의 경우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와 이용을 유예할 필요가 있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회 발의 법안 9건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과 국민의힘 김상욱·구자근 의원은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으며, 국민의힘 송언석·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또 민주당 이연희·박용갑 의원은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으며, 국힘 김위상 의원은 ‘건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추가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최근 전기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이로 인한 화재 발생도 급증하나 현행법에서는 화재발생 시 소방에 필요한 시설 설치와 피해보상 등 내용이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병협은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기 전 충전시설이 설치된 장소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화재 진압에 효과적인 소방시설에 대한 검토가 우선적이라는 입장이다.
병협은 “전기차 화재는 차체 바닥에 있는 배터리 손상 시 1,000℃ 넘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고 스프링클러 등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는 진압이 어렵다”며 “전기차 화재 진압에 효과적이라고 검증된 조립식 간이 수조도 연기와 유독가스, 설치 공간 확보 문제 등으로 협소한 장소에서는 소방관이 활용하기 어려운 제한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병협은 “병원은 화재 발생 시 대피가 힘든 중환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으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 발생 우려가 있는 시설”이라며 “지하주차장 화재 시 소방차와 소방인력 진입이 어렵고 연기와 열이 잘 배출되지 않아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 안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병원 지하주차장에 대해서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와 이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전기차의 개발과 보급 촉진을 위한 국가 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사안인 만큼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소방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재정지원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설치자 ‘책임보험 가입’…“중복부담”
또 병협은 민주당 권향엽·김교흥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전기안전관리법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정책 일환으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한 자에 대해서까지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부과라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설치자에게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협은 “전기차 충전시설은 인구 밀집 시설에 위치하고 지하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인명·재산 피해가 크게 발생하게 된다”며 “사고 발생 시 피해 구제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나 피해 구제에 있어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사업자 등 사업자에 대한 책임 강화 방안 마련이 바람직할 것”이라고도 했다.
병협은 “연면적 3,000㎡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상 특수건물에 해당해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손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특약부 화재보험에 의무가입 해야 한다”며 “보험 중복가입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