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공포 후 열리는 大法 '간호사 골막 천자' 재판…원심 뒤집힐까

대법원, 다음 달 공개 변론 "의견 폭넓게 청취"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얽혀…간호법에도 영향 법조계, 간호법·의료대란에 '무죄' 파기환송 점쳐

2024-09-21     고정민 기자

간호법 제정 후 진행되는 전문간호사 골막 천자 사건 대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사진 출처: 대법원 홈페이지).

'서울아산병원 전문간호사 골막 천자 사건'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얽혀 있어 대법원 판단에 따라 내년 시행하는 간호법의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법조계는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점쳤다.

대법원은 다음 달 8일 오후 2시 제1호 법정에서 '의료행위인 골수 검사를 위한 골막 천자의 성격과 전문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 업무 범위' 사건에 대한 소부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다루는 것은 지난 2010년 마취전문간호사 사례 이후 14년 만이다.

서울아산병원은 혈액내과와 종양내과, 소아종양혈액내과에서 지난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체 채취를 위한 골막 천자를 하도록 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골막 천자는 골반 부위를 바늘로 찔러 골수 혈액과 조직을 채취하는 침습적 검사다.

지난 2022년 8월 11일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골막 천자는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고 종양전문간호사에게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반면 원심인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의료법 위반이라면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재판부는 의사가 현장에서 지도·감독하더라도 간호사가 골막 천자를 직접 한 이상 진료보조가 아닌 진료 행위로 봐야 한다면서 서울아산병원이 간호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가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를 '의사 지도하에 수행하는 업무'로 개정했으나 골막 천자는 침습적 의료 행위인 만큼 진료보조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측이 "숙련된 종양전문간호사"가 골막 천자를 했고 해외에서는 이미 전문간호사 업무라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은 "종양 분야 전문성을 가진 간호사 자격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의사 지시가 있었다고 해서" 다른 간호사와 달리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는 없다"고 했다.

1심과 2심이 상반된 판단을 내놓으면서 마지막 대법원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쟁점은 골막 천자를 의사의 지도감독이 필요한 진료보조행위로 볼 수 있는지다. 전문간호사가 수행하는 진료보조행위의 업무 범위도 논쟁 대상이다. 여기에 지난 20일 공포된 간호법도 걸려 있다(관련 기사: “의료공백 PA 간호사로”…국회 통과한 ‘간호법’ 어떤 내용 담았나).

대법원은 "간호법은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이 공포되고 복지부령으로 진료지원업무 범위를 정할 경우 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쟁점이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는 공개 변론에서 "관련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불러 쟁점에 관한 폭넓은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했다.

'파기 환송' 점치는 법조계…"의료대란·간호법 영향"

법조계는 의정 갈등 국면과 간호법 제정이 이번 판결에도 작용할 거라고 내다봤다.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간호사 출신인 법률사무소 선의 오지은 변호사는 20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무죄 취지 환송을 전망한다"고 했다. 대법원이 공개한 논쟁 요지나 변론 진행 방식에서 "의료 행위와 그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두루 살피겠다는 취지가 읽힌다. 구체적인 시행 방법이나 위험성 등도 자세히 다룰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간호법 등 관계 법령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오 변호사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 중 의사 등의 지도하에 수행하는 업무'처럼 다소 추상적인 규정을 하위 법령에서 정리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사 출신으로 익명을 요구한 A 법무법인 변호사 역시 "조심스럽지만 최근 대법원이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을 다룬 사례와 유사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한다"면서 파기환송 가능성을 점쳤다.

이 변호사는 "그간의 사회적 인식과 환경의 변화, 특히 간호법 제정과 의료 대란 상황을 반영했을 때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본다"면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도록 (파기환송)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