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세대인 전공의·의대생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방법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정책상임위원

2024-09-19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상임위원

해마다 이어지던 의사와 전문의 배출이 갑자기 멈출 위기에 당면했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수련을 포기했고,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했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2025학년도 1,509명)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이 아픔은 시작됐다. 그 어떤 선배들도 그들에게 강요를 하거나 요구를 하지 않았다.

차라리 대한의사협회가 그럴만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들을 이끌어 로드맵을 가지고 사직을 하라고 선동해 내몰았다면 의사 집단의 조직력에 희망이라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것이 없다.

지난 2월 의협은 회장이 자진사퇴로 궐위된 상태였고, 급하게 만들어진 비상대책위원회뿐만 아니라 기존 조직 자체도 산하단체에 집단 행동을 독려할 만한 영향력이 없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다.

조병욱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장

오히려 지난 2월 18일 인턴부터 시작된 사직서 제출이 도미노처럼 퍼져 연차, 의국, 병원 단위로 개별 사직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의 동맹 휴학 소식이 전해졌다.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의대 학사일정을 거부한 채 교육부를 압박해 오고 있었다. 얼마 뒤 의사국가시험 문제가 불거지면 학생들도 이 저항에 함께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다. 불합리한 의료 정책에 대하여 미래 세대가 들고 일어난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런 의료정책이 나오도록 막지 못하고 개선하지 못한 선배 세대로서 미안함이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전공의들은 3개월 이상 경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게 사직 전공의 지원 사업이다. 의협 정관상 경제적 위기에 처한 회원에 대한 복지 개념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들어 사직 전공의에 대한 지원사업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시크릿가든’을 운영한 모 산하단체, 지역 대학병원과 동문을 중심으로 지원을 시작한 광주 ·전남 지역, ‘Mento-Menti Matching Program(MMMP)’을 도입한 인천과 경기 지역. 그와 동시에 각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후원요청과 후원이 이어졌다.

지난 5월부터는 사직 3개월 차에 들어가면서 점차 경제적으로 압박이 오는 사직 전공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임기가 시작된 의협 임현택 집행부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회성 100만원, 그것도 회장 면담 후 지원이라는 황당한 대책은 3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한 전공의들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마저 신청한 인원이 다 지급을 받지 못하고 1,600여명만 지원받았다. 이후 MMMP를 본 따 무이자 대출을 빙자한 25만원 지원도 매칭이 중단되고 의협은 전공의 지원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철회하면서 전공의 지원 방식도 달라져야 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해왔다면 사직서 수리 후 면허가 풀려서 타의료기관에 취업이 가능하게 된다면 경제적 지원이 아닌 취업을 할 수 있도록 고용지원책을 고민해야 했다. 무려 1만명의 일반의가 쏟아져 나오게 되고 이들이 일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기존의 경제적 위기에 대한 지원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

‘전직 전공의’의 일자리 또한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농단이 끝난 후 다시 수련을 받기 위해 그만두고 복귀할 수 있는 일자리이거나, 아예 수련을 포기하고 지속적으로 일할 일자리다. 만약 수련 복귀를 전제로 고용한다면 임시직이다. 그런 일자리를 내어줄 고용주가 충분히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만한 가치를 갑과 을의 관계 즉,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전직 전공의를 채용을 하는데 쓸 수 있는 고용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제안했던 방법은 정부가 중소기업의 채용촉진을 위한 지원책을 모방해 의협이 기금을 조성한 뒤 전직 전공의를 채용하면 1인당 3개월간 고용지원금을 채용 의료기관 원장(회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해당 원장은 지원금 금액만큼 급여에 반영할 수 있어 쏟아지는 전직 전공의 구직으로 인한 급여 하락을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고, 채용하는 원장들에게는 추가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은 의협 집행부(상임이사회)에서 사업안을 기획, 작성하지 못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현재 보류된 상태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법적인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의 문제가 없다면 쉽다. 그리고 학교별 동문회를 통한 장학회 사업이 있기 때문에 비용 처리 및 자금 집행 절차도 간편하다. 다만, 학교·학년별 특수성과 예외 사례 등에 대한 세밀한 자료 정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공의 보다 더 많은 숫자의 인원과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치 소요 예산을 파악해야 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동원 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러한 지원 대책은 시작부터 시간의 흐름과 상황 변화에 따라 큰 틀을 가지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방안을 내어 놓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 이 글에서 밝히지 못한 몇몇 부분에서 여러 방안들이 사전에 제시되고 반영되지 못하고 반려됐다. 몇몇 리더들의 몽니는 회원들의 고통을 가져올 뿐이다. 나, 너, 우리에서 나,너는 빼고 우리만 생각하고 일을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