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 42% 감소, 7곳 부분 폐쇄 위기…“더는 버티기 어렵다”
전의교협, 수련병원 응급실 53곳 실태조사 의사 922→388명으로 급감…전문의도 감소 “증원 중단→전공의 복귀 외 다른 방법 없다”
의대 증원 사태 이후 응급실 근무 의사가 42% 이상 줄었다. 전공의들이 사직해서만도 아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자 전문의들도 이탈하면서 응급실 부분 폐쇄 위기에 놓인 병원도 늘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수련병원 53곳을 조사한 결과다. 전의교협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소속 수련병원 53곳을 대상으로 응급실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12일 공개하며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련병원 53곳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수는 지난해 922명에서 올해 388명으로 42.1% 줄었다. 전공의 사직 영향이 가장 컸다. 응급실 근무 전공의는 지난해 384명에서 올해 33명으로 91.4%나 줄었다. 전공의 자리를 메우던 전문의들도 이탈하기 시작해 528명에서 501명으로 27명 감소했다.
전의교협은 응급실 전문의가 27명 줄었지만 이는 일부 수련병원에서 소아응급실 등을 운영하며 “정책적으로 늘어난 영향” 때문이라고 했다. 수련병원 53곳 중 54.7%인 29곳은 응급실 전문의 수가 감소한 반면 늘어난 병원은 12곳(22.6%)이다. 나머지 12곳(22.6%)은 전문의 인력에 변화가 없었다.
응급실 의사 수가 60% 이상 감소한 병원은 11곳이었으며 50~60% 미만으로 감소한 병원은 10곳이었다.
특히 응급실 7곳은 근무하는 의사가 5명 이하여서 “부분적 폐쇄를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응급실 근무 의사가 6~7명인 수련병원도 10곳이었다. 의사가 12명 이상이어서 항상 2명 이상 근무하는 응급실은 16곳(30.2%)뿐이었으며 나머지 20곳(37.7%)은 8~11명으로 부분적으로만 2명이 근무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전의교협은 응급실 의사가 5명 이하인 7곳을 제외하면 “현재 수련병원에서 같은 시간에 보통 1.5명이 근무하는 셈”이라며 “1인 근무의 경우 동시에 여러 환자가 내원하면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역 응급실 의사가 더 많이 줄었다. 충청, 부산, 광주·전남 지역 응급실은 의사가 50% 이상 줄었으며 강원과 전북, 대구·경북, 울산·경남 지역은 4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응급실은 의사가 0.3%만 줄었다. 전의교협은 “응급실 붕괴가 지역부터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전의교협은 “응급실 전체 근무 의사 수는 40% 정도 감소했으나 1인 근무병원의 취약점과 배후 진료 약화 등으로 현재 수련병원 응급실은 50% 이상 진료역량이 감소했을 것”이라며 “전공의의 사직이 확정된 이후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피로도 증가, 환자 관리 어려움과 소송 부담 증가, 대학교수로서의 회의감 등으로 사직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입원실 1,000개의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 1명이 근무한다는 게 믿어지는가. 이것을 정부는 문제없는 병원으로 통계내고 있다”며 “더는 버티기 어렵다. 국민 피부에 와 닿듯이 응급실은 이미 붕괴하고 있으며, 이제 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 20년 전보다 못한 의료로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정부 명령 없이도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응급실을 지키겠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현재 대한민국 의료 문제는 단순히 진료를 보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더 늦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