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싸우는 것 아닌 '포기' 선택…선배 의사들 고민해야"
의협 조병욱 대의원 "후배가 겪을 미래 의료 환경 고민해 달라" 의대생 "미래에 어떤 의사 될지 고민…초심 이어가고 싶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강행에 “대항해 투쟁”하는 게 아닌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기성 의사들이 먼저 후배들을 위한 미래 의료환경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인 신천연합병원 조병욱 소아청소년과장은 지난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대의원은 선배 의사와 사직 전공의 간 1대 1 교류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 ‘Mento-Menti Matching Program(MMMP)’를 전국으로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조 대의원은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면서 의정갈등이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상 전공의들이 정부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의원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예측되는 미래는 결국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업에 종사하면서 살아가게 될 미래"라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 제도를 강요당할 때 전공의는 이에 저항하기보다 포기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했다.
조 대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전공의들이 ‘싸운다’고 표현하지만 ‘포기했다’고 말하고 싶다. 전공의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련이라는 가치를 포기한 게 매우 안타깝다”며 “현 사태에 대해 고민해봤을 때, 제도에 의해 강요되는 선택은 윤리를 따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 의사들에게 후배들을 위한 의료 환경을 만들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조 대의원은 "정부에서 앞으로 정책을 어떻게 바꿀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싸운다'는 생각이 아닌 앞으로 후배(의사)들이 어떤 의료 환경에서 살게 될 지 고민해 달라"며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달라. 그리고 그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의대생도 이번 사태를 통해 미래에 “어떤 의사가 될지 고민할 수 있게 됐다"며 '조속한' 해결이 아닌 '제대로 된'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대생 A씨는 “휴학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댓글 하나에도 반응하거나 분노했다. 상처도 받고 매우 불안했던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휴학이 장기화되면서 지금은 ‘어떤 의사가 돼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어찌 보면 예전보다 더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아직 학생이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앞으로 의사가 된다면 정부 정책에 여러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이번 사태를 통해 어떤 의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던 마음가짐을 공부를 하면서 이어갈 수 있을지,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조속한 해결’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조속한’이 아닌 ‘해결’에 방점이 찍혔으면 한다”며 “아직 의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사태에서 하게 된 여러 고민들이 향후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