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유일한 소통창구 ‘이주영’ 중재안 마련하나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인터뷰②] 전공의 살리기 전공의 복귀 방안 마련에 고심…“전공의 의견 중요” “환자-의사 간 ‘라포’ 전공의보다 먼저 돌아와야”

2024-09-10     김은영 기자

정부는 ‘미래 의료’를 위해 의료 개혁에 나섰다지만 그런 미래 의료를 짊어질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정부가 그린 미래에 낙담하며 현장을 떠났다. 의대 교육은 멈췄고, 대학병원 의료대란은 현실이 됐다. 혼란은 7개월째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을 포함한 의료 개혁을 멈출 계획이 없다. 그 사이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이들이 의료계 밖을 벗어나 유일한 소통 창구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다.

10년간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응급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가 국회로 간 ‘심정’을 공감하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지난 7월부터 전국 의대생, 전공의들과 소통을 위해 마련한 ‘이주영의 소곤소곤’에는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로 문의가 쇄도할 정도였다. 전국을 돌며 이들을 만나고 온 이 의원은 여전히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에서 “밝은 미래를 봤다”고 했다. 그런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교육 현장으로, 또 의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응급의료 살리기 패키지 법안’을 시작으로 의료 정상화를 위한 후속 작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 의원은 법적 책임 부담을 완화해 의료 현장이 두려워 떠난 의사들이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전문의 확충을 위해 전공의 수련 과정의 가치를 높여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의사는 지난 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나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전국을 돌며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을 만나고 온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여전히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을 보며 “밝은 의료의 미래를 봤다”고 했다(ⓒ청년의사).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고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의료체계는 물론 수련체계도 문제다.

의료전달체계 가운데 3차 병원의 역할이 잘못돼 있다. 교육의 역할은 약화 돼 있고 경증 환자 비중은 매우 높다. 3차 병원 혹은 대학병원은 전문의 지도 감독 하에 전공의들이 많은 시술을 직접 할 수 있고 많이 배워 나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정부도 이를 명시하고, 보호자와 환자들이 3차 병원 혹은 대학병원이 전공의 수련을 하는 곳이라고 동의해 줘야 한다. 만약 전공의 수련 과정의 가치가 매우 높았다면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모두 나갔을까. 모두가 ‘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게 된 것은 교육의 질 자체가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시절, 심장질환 환자 등 중환자들도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수련 받았다. 신경외과나 정형외과 전공의들도 대부분의 수술을 할 줄 아는 상태로 배출 됐다. 그런데 지난 10여년 간 전공의들은 그렇지 못했다.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분만에 ‘참관’하는 자체를 환자들이 거부하면서부터 전공의들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됐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은 대형병원일수록 항암 환자들 뒤치다꺼리만 하다 진짜 중증외상 환자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수련을 마쳐야 했다. 그러나 전공의 교육이 무너진 부분에 대해 대학병원도, 정부도 어느 누구도 책임 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

전공의 수련병원에 대해 이해하고 더 복합적인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은 3차 병원으로 가고, 그렇지 않고 전문의에게 빠른 진료를 받고 싶다면 2차 병원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럼으로써 환자들이 어느 정도 분배되고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만 특정 병원 쏠림이 발생하지 않고, 의료진 번 아웃을 막을 수 있고, 수련 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

-지난 7~8월 전국을 돌며 전공의들과 소통에 집중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전공의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보통은 국회의원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요구를 가장 많이 한다. 그런 게 일절 없었다. 자신들을 도와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좋은 의사로 앞으로의 의료계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그러기 위해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물었다. 전공의들이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닌 자유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 고민하는 만큼 정부도, 국민들도 의료계를 신뢰하고, 의료계는 신뢰 받는 만큼 소신 있게 환자 진료에 뛰어 들 수 있는 환경으로 되돌아 갈 수 있길 기대한다. 당장 돌아와야 할 것은 전공의들이 아니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믿고 고마워하고 같이 울고 웃었던 옛 시절 의료가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전공의들의 복귀도 중요하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병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내년 전문의 배출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지금까지 한 반헌법적인 조치들을 번복하지 않는 한 대화 시작 자체가 어렵다. 지금 전공의들도 마찬가지지만 의대생들도 휴직·사직 금지를 이미 경험한 상황에서 결코 ‘복귀’를 선택하진 않을 거다. 이대로는 전공의 지원 자체가 대단히 희귀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말을 믿으려면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뭐라도 있어야 하는데 휴직·사직 금지를 완벽하게 상쇄할 수 있으려면 파업권 보장밖에 없다고 본다. 전공의와 인턴에 대해서는 파업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전공의들에게만 의존할 수 없으니, 전문의를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 또 전문의를 확충하고 전공의들을 ‘갈아서’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전공의들을 가르치면서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 더욱이 공공의료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무를 주려면 적어도 전공의 수련 비용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이번에 간호법에도 간호사 교육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의료계 단일안을 제시할 경우 이를 토대로 논의해 보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도 의료계가 과학적인 통일된 안을 가져오면 협의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어차피 못 가져올 것 우린 이대로 하겠다’는 말로만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료계 안에서 문제 해결의 키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갖고 있다. 이들이 들을 만한 이야기를 먼저 정부가 제시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 의료계 안에서도 의견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원하는 바에 대해 반대할 이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대생, 전공의들이 수긍하고, 필수과 진료를 하고 싶어질 정도의 정책이라면 자동으로 호응하고 찬성할 거라고 본다. 그게 의료계의 단일한 목소리가 되는 거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에 제안한 중재안에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했다. 반면 의료계 반응은 전무하다. 앞으로 중재안이 마련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도출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적어도 중재안을 내려면 전공의들에게 먼저 확인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가 순서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원하는 바를 무조건 들어주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공의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사실 전공의들을 만나면 좋은 이야기만 할 순 없다. 솔직하게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전공의들에게 그 과정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권리와 진료 자율성, 나아가 자유를 이야기하려면 그에 대한 책임과 전문가로서의 의무도 갖고 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이야기한다. 전공의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들과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확인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중재안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