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응급의학 군의관도 응급실 '기피'…세종충남대 “돌려보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군의관 2명 "인턴잡만 하겠다"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진료 가능한 군의관 재요청”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군의관·공보의 효과 미미”

2024-09-05     김은영 기자
세종충남대병원이 파견 군의관 2명을 기존 근무지로 돌려보내고 인원수만큼 다시 파견 받을 수 있도록 세종시청에 '교체 요청'을 했다(사진제공: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에 이어 세종충남대병원도 정부가 파견한 군의관을 다시 기존 근무지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파견 반나절 만이다. 세종충남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였지만 응급실 근무를 부담스러워했다. 익숙하지 않은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5일 파견 군의관 2명을 기존 근무지로 돌려보내고 다른 군의관을 보내달라고 세종시에 요청했다.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 2명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였지만 환자 진료는 보지 않고 동의서 작성 등 일명 ‘인턴잡’만 하겠다는 입장을 병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그러나 응급실 진료 인력 충원이 시급한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실 진료를 할 수 있는 군의관이 필요하다고 판단, 파견 반나절 만에 이들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으로 인해 오는 30일까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군의관 2명이 파견됐지만 환자 진료는 못하겠다고 한다. 인턴 역할만 하겠다고 했다. 파견 군의관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의관 중 응급의학과가 많지 않다고 들었다. 시에 응급실 진료를 볼 수 있는 군의관으로 교체 요청을 하겠지만 응급의학과가 아닌 다른 과 전문의가 올 수도 있다”며 “(군의관들이) 응급실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도 응급실 군의관 투입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군의관 주요 대학병원 응급실 파견에 대해 “응급실 측면에서 보자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4월과 5월에도 군의관들이 한 번씩 왔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직 이전 응급실 전공의들이 100 정도 일을 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40~50 정도의 일밖에 못한다. 공중보건의사나 군의관들이 온다 하더라도 41~42 (수준으로) 대세에 영향을 줄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 진료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또 숙련도가 필요한데 이런 단기간에 비숙련 인원이 투입된다고 지금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고도 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에 투입된 군의관 3명은 이날 오전 응급실 근무를 하지 않기로 하고 기존 근무지로 돌아갔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파견됐지만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강원대병원은 군의관 5명이 파견됐지만 아직 업무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주대병원에도 군의관 3명이 파견됐지만 이날 오전까지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