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응급실'로 내몰린 공보의들…"100% 사고, 두렵다"

공보의 응급실 일방 배치…당사자에겐 통보조차 안 해 "불가능한 요구" 반발…"정부 대책, 환자까지 위험해져"

2024-09-04     고정민 기자
응급의료 위기에 정부가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투입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현장 우려는 커지고 있다(ⓒ청년의사).

정부 대책이 오히려 응급실 현장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인력 파견으로 응급의료 공백을 막겠다지만 실상은 "정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폐허로 내모는 꼴"이다. '나 홀로 응급실'을 지키게 된 이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두렵다"고 했다.

4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충북 충주시가 지역 응급의료 공백을 막겠다면서 다른 지역에 파견한 공보의들을 일방적으로 복귀·배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가 건국대충주병원 응급실 운영 중단을 두고 "지역 내 충주의료원에 공보의를 파견해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파견 대상인 공보의들은 사전에 이같은 계획을 통보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충주시 소속 공보의 8명 중 이번에 복귀 결정된 공보의는 4명이다. 이들은 다른 지역 대학병원에서 파견 근무 중이었다. 해당 공보의들에게 주어진 복귀 기간은 이틀이었다. 대공협 측에 따르면 충주시는 지난 8월 30일까지 공보의들을 복귀시키고 곧바로 충주의료원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보의들이 이 사실을 인지한 건 8월 28일 오후에서 29일 오전 사이였다.

대공협에 따르면 충주시는 이동 배치를 결정하면서 당사자 의견 조회는 하지 않았다. 지난 8월 28일 중앙사고수습본부 결재까지 마쳤으나 당일 공보의들의 사실 확인 요청에는 "아이디어 차원의 일"이라며 부인했다. 복귀일은 "협의해서 정하겠다"고도 했다.

대공협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당사자들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동료 의료진과 파견 근무지 관계자의 언급으로 충주시의 복귀 결정을 인지하게 됐다. 이틀 안에 신변 정리는 물론 원래 하던 진료까지 마치고 오라는 거다. 불가능을 요구하려 한 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실을 최소한 통보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 거짓말로 회피하려고까지 했다. 공보의의 신분적 한계를 이용해 당사자 모르게 조용히 처리하고 명령으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충주시는 복귀 기한을 오는 13일로 연장했다.

앞으로 의료원 근무도 문제다. 인력 부족으로 공보의 혼자 응급실을 지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배후 진료 환경도 여의찮다. 대공협 측에 따르면 충주시가 처음 내놓은 근무안은 2인 1조로 12시간 또는 24시간 단위 진료하는 방안이다. "불가능하고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대공협 관계자는 "충주시 공보의 8명이 돌아가면서 근무하는데 (배정된 시간 동안은) 공보의 1명이 의료원 응급실을 혼자 보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건 응급의학과 전문의조차 어려운 일이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은 더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보의들 내부적으로 절대 할 수 없는 근무 형태라고 결론 냈다. 이대로면 100% 사고가 난다고 보고 (충주시와) 조율하고 있다"면서 "공보의들의 우려가 크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과연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을지 두려움조차 든다. 지금으로서는 당장 응급실 내원 환자 치료조차 제대로 하기 어렵다. 환자를 오히려 위험에 빠트리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비단 충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정부는 이날 강원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아주대병원 등에 군의관 15명을 우선 배치하고 오는 9일까지 235명을 응급의료 현장에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공협은 이번에 배치되는 공보의와 군의관들이 충주시 공보의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거라 보고 있다.

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충주시 외에도 공보의나 군의관을 응급실에 임시 배치해 현재 위기를 막겠다는 방침이 이어지고 있다.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응급실에 의사만 '갖다 두면' 제대로 돌아갈 거라 착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극소수 의사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건 응급의학과 전문의만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아직 수련 과정 중이거나 일반의로서 복무하는 공보의 개인에게 응급실 진료의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건 의사는 물론 환자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조치"라면서 "정부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에 사람만 세워두고 숫자를 내세워 국민에게 안심하라고 메시지를 내보내선 안 된다.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