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지켜온 응급의료, 6개월만에 물거품”…민주, 현장 의견 청취
민주당 의료대란특위,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 "10년 걸려 예방가능 외상사망률 줄였더니 다시 복귀" 이재명 대표 “필요·가능한 대안들 점검·시행 최선”
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정부를 대신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은 응급의료체계를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를 개최하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의료대란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의료대란특위를 출범한 바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무리한 정부 정책 시행 강행 때문에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게 응급실 문제인 것 같다. 정상적인 의료체계가 작동한다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실제로 쓰러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의료현장에 있는 의료진의 안타까움은 다 따라갈 수 없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며 “현장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듣고 야당 입장에서 한계가 있겠지만 필요하고 가능한 대안들을 점검, 시행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의료대란특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응급의료 체계와 응급의료 상황에 대해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작동되고 있다며 의료현장에 가보면 느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며 “이 발언을 두고 많은 분들이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고 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거의 재난 수준이라고 한다. 응급실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국립중앙의료원만 해도 12명이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이제 3명밖에 남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응급실을 받쳐줄 수 있는 배후진료 인력이 부족해 환자를 받아도 처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 이대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 생명과 안전,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응급의료현장 이야기를 잘 듣고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점검과 대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응급의료 전문가들 “30년 걸려 발전한 응급의료 물거품 되려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으로 지난 30년 동안 발전해 오던 응급의료가 6개월 만에 엉망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대로 인력수급이 어려워지면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아 살 수 있는 환자들도 사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성우 정책이사는 “응급의학의 경우 전공의가 응급진료에 차지하는 비율은 대개 50% 이상”이라며 “그 인력이 빠지기 때문에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며 “중증 응급환자는 초기 적정하고 신속한 응급치료와 함께 최종치료가 제공돼야 하는데 배후 협진과들도 인력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이사는 “이 상황이 계속되면 악화될 길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년에 당장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들어올 인력이 반 토막 나고 수련의도 반 토막 날 것”이라며 “전공의 수련기간으로 치면 최소 4년 이상 그런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 정책이사는 “응급의료는 지난 30년 동안 부족하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발전해 왔다”며 “그런데 30년 동안 해왔던 그런 노력들이 완전히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국회가 나서서 의·정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는데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타과 협진이 필수적인 외상센터도 붕괴 직전이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 이후 업무 로딩이 늘면서 젊은 의사들의 이탈도 가시화 됐다. 환자를 살리고 싶어도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에 직면하면서 절망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외상학회 조항주 이사장은 “중증외상환자는 전체 응급 중에서도 응급도가 제일 높다. 어떤 환자들은 몇 분 몇 초 만 늦어도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외상 환자 특징이 여러 과의 협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만 갖고 (진료가) 되지 않는다. 하나만 안 되도 전체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전공의가 다 없어지고 야간 수술만 하더라도 나이든 교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다보니 과거 3~4개 열리던 수술방이 1~2개만 열리거나 열리지 않기도 한다”며 “중증 외상환자 같은 경우 과거 아예 방 하나를 비워놓고 인력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도 없다”고 했다.
조 이사장은 “전체 중 하나만 (의료 기능이) 안 되더라도 (환자를) 전원해야 해서 병원 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그러다보면 당직하는 사람들은 점점 업무 스트레스가 커지고 아무리 환자를 살리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제한되니 절망감도 느낀다”고도 했다.
아주대병원 정경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중증외상 환자 치료에 있어 외상센터가 세워지고 응급실 뺑뺑이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3분의 1로 줄었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인해 현장 의료진끼리는 외상센터가 생기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 2012년 권역외상센터 설치 지원 사업 전 우리나라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35%에 달했으나, 10년 넘게 이 사업을 하면서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13.9%까지 감소했다"며 "그렇게 개선되는데 10년 넘게 걸렸지만 돌아가는데는 6개월이 안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응급의료센터나 외상센터 선봉에 있는 문을 지키고 있는 필수의료 담당 의사들이 어떻게든 버텨 막아가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의료진도 사직하고 있다”며 “현장은 정말 심각하고 시급하다. 귀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