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3세대 약물 최초 '타그리소' 대체 가능성 시사
세계폐암학회서 렉라자 단독요법 연구 결과 공개
유한양행이 개발해 최근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 최초로 현행 글로벌 스탠다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대체 약물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7~10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2024년 세계폐암학회(World Conference on Lung Cancer, 이하 WCLC 2024)에서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관련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MARIPOSA 연구의 장기 추적관찰 및 렉라자 단일군 추가 분석 결과가 구연 발표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내용은 지난해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2023)에서 공개된 3상 임상시험 MARIPOSA 연구의 후속 결과다. MARIPOSA 연구는 지난달 FDA 승인을 받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렉라자 병용요법의 근거가 되는 임상이며,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 포문을 연 기념비적 임상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총 1,074명의 환자를 2:2:1로 무작위 배정해 429명에게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을, 또 다른 429명에게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나머지 216명에게는 렉라자 단독요법을 투여했다. 이 중 렉라자 단독군과 타그리소 단독군을 비교 평가한 결과가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3세대 EGFR-TKI 2종을 무작위 이중맹검 방식으로 전향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결과이기도 하다.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 22개월차 시점에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렉라자 단독군에서 18.5개월, 타그리소 단독군에서 16.6개월로 나타났다. 객관적반응률(ORR)은 렉라자 단독군에서 83%, 타그리소 단독에서 85%로 두 약물 간 큰 차이가 없었다.
렉라자는 고위험군에서도 타그리소와 유사한 효능을 보였다.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에서 mPFS는 렉라자 단독군과 타그리소 단독군에서 각각 16.4개월 대 13개월이었으며, TP53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는 각각 14.6개월 대 12.9개월로 나타났다. 다만 두 치료제 간 PFS 차이에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어 두 치료제 간 효과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은 두 제제가 유사했으며 대부분 1등급, 2등급 사이의 경증 부작용이 발생했다. 설사, 혈소판 감소증, 백혈구 감소증 등의 이상반응은 타그리소를 투여한 환자군에서 더 많았던 반면, 렉라자를 투여한 환자군에서는 발진 및 감각 이상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면서 "고위험군 환자를 포함한 진행성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레이저티닙는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렉라자 단독군에 분석 결과 발표는 국내 연구자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가 맡아 진행한다. 이세훈 교수 "MARIPOSA 연구에서는 환자수가 절반에 불과하지만 렉라자 단독요법군도 추가해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이번에 발표되는 렉라자 단독군과 타그리소 단독군의 탐험적 분석 결과는 리브리반트 병용 약물로서 렉라자를 선택한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렉라자가 타그리소와 유사한 효능 및 안전성을 가진 약제로서, 타그리소를 대체할 만한 잠재력을 가졌음을 보여준 결과라는 것.
또한 이날 동일한 세션에선 MARIPOSA 연구의 장기 추적관찰 데이터도 함께 공개된다.
이미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전체생존율(OS)에 있어서도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유의미한 개선 경향을 보여줬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군은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은 반면, 타그리소 단독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37.3개월로 나타난 것(위험비 0.77).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아미반타맙트‧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오시머티닙 대비 무진행생존율 개선에 이어 전체생존율 역시 개선하는 경향을 보여줬다"면서 "이로서 아미반타맙트‧레이저티닙 병용은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표준 치료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