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문의 양성 개입 입법에 의료계 “전문의 자격 남발하려고?”

‘전문의 수련·자격 규정·시행규칙’ 개정 추진 의협 “저질 의사 양성하는 악법” 철회 요구

2024-08-27     송수연 기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 임용과 전문의 자격시험 공고 기준 등을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청년의사).

의대 증원 사태에서 보건복지부가 전문의 양성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전문의 자격 기준 완화로 “저질 의사를 양성하는 도둑입법”이라고 반발했다.

복지부는 지난 9일 전공의 수련 특례 규정이 담긴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9일까지 의견을 수렴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거쳐 수련 특례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던 초안에서 결정 주체를 복지부 장관으로 수정해 재입법예고한 개정안이다.

지난 23일에는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 임용과 수련과정 이수 예정자 명단 제출, 전문의 자격시험 공고 기준을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개정안’도 재입법예고했다.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은 단 4일로 지난 26일 마감됐다. 입법의견으로 접수된 1만2,021건 중 상당수가 개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두 개정안 모두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단계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3일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한 뒤 7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인력 수급 조절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전공의 모집과 전문의 양성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계는 반발했다. 전문의 양성 체계를 뒤흔들고 수련교육 질 저하를 불러온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의 수련·자격 인정 규정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졸속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복지부의 땜질식 입법예고와 주먹구구식 행정처리를 문제 삼자 이번에는 수련 특례 등과 관련해 아예 논의구조도 없애고 복지부 장관이 수련 특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해 최초 입법예고안보다 더 퇴보한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며 “이는 전공의 지위 향상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수평위를 결국 정부 거수기로 운영하겠다고 천명한 것으로 우리나라 전문의제도 근간을 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전문의 양성은 충분한 수련과 철저한 검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그 어떤 경우에도 복지부 장관 등이 임의로 전공의 수련 과정을 별도로 정할 수 있게 하면 안된다”며 “전문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전문의 양성이 서류상으로만 안정적이고 실질적으로는 자격 없고 능력 없는 개인에게 전문의 자격증을 부여하게 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어 “정부는 뭐가 그리 급해서 저질의사 양성하는 도둑입법을 4일 만에 했는가”라며 “자초한 의료공백 사태에서 전문의 배출마저 안 될까봐 거듭되는 회유와 협박도 모자라 이제는 온갖 변칙과 특례로 의료의 미래를 누더기로 만들려 하느냐”고 했다.

의협은 “전문의 자격은 검증된 수련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며 아무리 특수한 상황일지라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전공의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마구 나눠주고 환자 생명을 맡으라고 할 수도, 맡길 수도 없는 일”이라며 “무자격자에게 전문의 자격을 남발한다면 의료사고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