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전담간호사’ 무용론에 政 “진료 지원 관리 위해 필요”

19일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합리적 제도화 방안’ 토론회 개최 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신규간호사에게 진료지원업무 맡기지 않을 것”

2024-08-20     곽성순 기자
1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합리적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간호계가 전문간호사 무용론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진료지원업문 수행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청년의사).

간호계에서 진료지원업무 수행 전담간호사 무용론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진료지원업무 수행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담간호사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전문간호사를 제외한 일반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체계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김윤‧서미화‧장종태‧전진숙,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지난 1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합리적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정택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간호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전문간호사제도가 오랫동안 유지된 상황에서 진료지원업무 수행을 위한 전담간호사 규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간호사에 대한 보상을 늘려 전담간호사를 전문간호사로 흡수하고 전문간호사-일반 간호사로 진료지원체계를 갖추면 된다는 것이다.

현 체계에서 전문간호사는 해당분야 3년 이상 임상경력을 갖추고 대학원에서 총 33학점을 이수한 후 대한간호협회 자격시험을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다.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명시된 전담간호사는 임상경력 3년 이상에 관련 교육 80시간을 수료하면 인정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합리적 해결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성균관대 임상간호대학원 최수정 교수(한국간호과학회 정책특별위원회 정책소위원장)는 “전문간호사는 경력 3년 이상의 간호사가 대학원 교육과정을 거치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으로 합법적”이라며 “반면 전담간호사는 일반간호사도 ‘오늘부터 전담간호사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담간호사 조건으로 3년 이상 경력, 80시간 교육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경력 제한 등을 없애달라는 요청이 벌써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담간호사가 진료지원업무 자격을 갖췄느냐고 물으면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서 전담간호사에게 부여된 역할들을 전문간호사나 경력간호사에게 나누는 방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시범사업에서 전담간호사 업무로 분류된 것 중 ▲위임된 처방 ▲진료기록 초안 작성 등은 전문간호사에게, ▲드레싱 ▲동의서 구득 등은 경력간호사에 맡겨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도 전담간호사 무용론이 다수 제기됐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담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지은 간호사는 “(별도) 보상이 없는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는 환자와 간호사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준다”며 “미국에서 전문간호사가 하는 업무를 우리나라에서는 전담간호사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년 넘게 병원에서 전담간호사로 일해도 공인 인증 자격증이 없으면 전문가로 떳떳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정부가) 전문간호사에 대한 보상과 인센티브를 준다면 아무리 기준이 높아도 간호사들이 전문간호사 취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홍석경 교수는 “의정 갈등으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가 추진되면서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제도가 떠밀려가듯 논의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에서) 전담간호사는 인턴과 저년차 전공의들의 업무, 전문간호사는 상위연차 전공의와 전임의 중간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가 도입되면 전공의가 했던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이때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만 전담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 개념, 업무 등에 대한 명확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전문성이 더 높은) 전문간호사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만금 교육, 훈련 등이 보장돼야 한다. 의사, 환자, 보호자가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책임감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간호사회 한수영 회장은 “(의정 갈등에 따라 전담간호사) 전환이 간호사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병원 필요에 따라 진행됐다. 지금 가장 큰 걱정은 향후 전공의가 복귀하는 시점에서 (전담간호사와 전공의 간) 업무가 상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담간호사들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고생해왔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는 것은, 병원마다 형태가 다양하고 업무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전담간호사제도를 갖춘다면 병상 규모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대 간호대 박진희 교수는 “향후 전문의 중심병원 추축을 위해 안전과 질이 담보되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간호사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전담간호사는 전문간호사로 통합해야 한다”며 “진료지원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간호사가 나올 수 있도록 법적 안전보장과 수가 등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호계의 이같은 주장들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료지원업무 관리를 위해서도 전문간호사 외 전담간호사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박혜린 과장은 “진료지원업무와 관련해 현장에서는 ‘제도화됐을 때 신규 간호사를 수술방 등에 바로 투입하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이런 형태의 진료지원인력제도 도입은 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다. 임상 경력과 교육과정을 거쳐야만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함께 (임상 경력 3년과 함께) 80시간 교육만 받으면 다 진료지원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는데, 지금 한시적인 상황에서 80시간 교육이지만 기본 골자는, 단순업무는 기본교육으로 고난이도 업무는 전문교육을 받는 투트랙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담간호사에 대한 자격 신설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자격을 신설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하는 유사자격처럼 생각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간호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진료지원인력을 전문간호사-일반간호사로만 나눌 경우 간호조무사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박 과장은 “현재 (시범사업에서 구분한) 전담간호사 허용 진료지원업무 모두를 전문간호사가 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전담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중 일부는 일반간호사가 수행해야 하는데, 이런식의 투트랙으로 운영이 가능할지, 그렇게까지 (진료지원) 행위를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담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중 일부를 일반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인정하면 법률적으로 간호사 모두에게 허용하는 것인데, 의원급에서는 간호조무사도 진료보조가되기 때문에 (일반간호사에 허용된 진료지원업무를) 간호조무사에게도 허용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확장된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진료지원업무는) 단순술기라더라도 좀 더 관리된 인력이 수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 등) 3단 트랙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과장은 “다만 진료지원인력 간호사들이 장기적으로 전문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경력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지원책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며 “진료지원인력 중 일부는 전문간호사로 채용해야 보상이 가능할 것이다. 향후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진료지원인력 관련) 법제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