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전공의도 환자보호자도 “앞으론 양질의 의료 없을 것” 한숨

서울의대 비대위 주최 토론회서 질 저하 우려 시민단체 “의사들, 자긍심 버릴 만큼 내몰려”

2024-08-10     송수연 기자
서울의대 비대위가 9일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여파가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왼쪽부터) 윤동규 사직전공의, 환자 보호자인 최현순 씨,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장(ⓒ청년의사).

의대 증원 정책이 의료 현장에 가져온 혼란은 지금보다 다음 세대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자들도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윤동규 전공의가 서울대병원을 사직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윤 전공의는 9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을 향해 “여러분까지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 세대 혹은 다음 세대부터는 이런 의료서비스는 받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일차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교수와 개원의, 시민단체 대표, 환자 보호자가 패널로 참여했다.

윤 전공의는 “환자들에게 ‘앞으로는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없어요’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사직했다”고 했다. “복잡한 정책을 무책임하게 발표해 버린 정부가 유감스럽다. 자랑스러웠던 의료를 이렇게 박살 내는 현실이 너무 슬플 따름”이라고도 했다.

윤 전공의는 “정부는 제발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알고 처음부터 다시 대화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픈 아이를 둔 최현순 씨도 윤 전공의의 말에 공감했다. 최 씨는 비슷한 말을 아픈 딸에게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지금 고3인 아이들 중에는 의대 증원으로 득을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10년째 투병 중이고 앞으로 10년 뒤에도 계속 아플 텐데 그때도 과연 지금과 같은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싶다”며 “누구든 환자가 될 수 있다. 좋은 방향으로, 손해보는 사람 없이 잘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YWCA연합회 조은영 회장은 “의사들이 자긍심을 버릴 만큼 내몰려 있다는 게 가장 마음 아프다”며 “다음 세대도 생각해야 하는 의료 공급자들이 전문가로서 그 자리에 설 수 있도록 국가가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청중으로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사직전공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며 개인의 자유와 인권, 기본권을 침해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본권을 침해하기 시작하면 진료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냥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분야에서 가장 약한 노동자들을 건드리기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살리는 지역의료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