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어지니 튀어나온 '전문의 중심 병원'" 궁여지책 비판
서울의대 비대위 토론회서 '전문의 중심 병원' 문제 집중 거론 사전 준비나 청사진 없이 "전공의 없다니까 갑자기 튀어나와"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는' 전문의 중심 병원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현장 시각은 다르다. "전공의가 없으니까 대신 전문의를 써야 해서" 나온 궁여지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서울의대 신경과 하은진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전문의 중심 병원'을 주제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을 논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 교수는 서울의대 비대위 위원이기도 하다.
하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려면 장기적으로 전문의가 충원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은 갑자기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꿔서 (병원 내) 전문의 인력을 늘이겠다고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전문의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전문의 부족은 결국 병원 간 전문의 이동으로 이어지고 서울 지역 대형병원인 '빅5'를 중심으로 "지방의 전문의 인력이 이동해 그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라면서 "지방 전문의가 떠나면 나중에 전공의가 돌아와도 이들을 수련하고 전문의로 양성할 이들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지방 위주로 전공의 정원을 늘려도 가르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으니 지방은 늘린 만큼 전공의를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고대안암병원장을 지낸 한국병원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 역시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아 문제라고 하자 갑자기 전공의가 없어도 되는 병원을 만들겠다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이 튀어나왔다"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에 대한 정부 밑그림이 없다고 했다.
박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비중을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간다면 여기서 전문의가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는지 아니면 (전문의와 전공의의) 중간 단계 역할을 다른 누군가가 하는지도 정의됐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10년 뒤를 내다보며 전문의 중심 병원에 맞는 전문의 육성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전 준비 단계 없이 "전공의는 병원을 나가고 지방은 전문의가 없다고 아우성치는데 '빅5'를 위시로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중증 질환, 전문의 병원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한다"며 "이러니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장하는 것과 실제 행동이 모순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또는 전문의 중심 병원은 의료 전반에 대한 개혁이나 구조조정 틀 안에서 하나의 이슈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그러면 또다른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