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합류 사직전공의들 “대전협 패싱? 아니 의협 견제”
올특위 간사인 임진수 기획이사 “힘 모아야 할 때” 이동형 자문위원 “전공의 패싱 없도록 목소리 내겠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 사직 전공의들이 합류하면서 전공의들 사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협 임현택 회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을 흔들려 한다는 것이다. 의협 집행부에 합류한 사직 전공의 중 1명은 박 위원장이 불참한다고 밝힌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도 참여한다.
의협은 지난 21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 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을 기획이사에 임명했다. 임 기획이사는 올특위 간사로도 활동한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 이동형·정근영 씨는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씨는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정 씨는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를 사직했다.
하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협이 ‘대전협 패싱’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집행부에 합류한 사직 전공의들은 대표성을 부인하며 “전공의 목소리를 의협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합류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전공의들에게 공유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의 협상안을 정하는 것과 관련된 결정권은 전혀 없고 전공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 또한 전혀 없다”며 “정책자문위원은 여러 의료정책에 대한 전공의의 목소리를 의협에 적극 전달하기 위한 자리이지 전공의를 대표해 협상안을 조정하고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위원은 의협 의사결정 과정이 전공의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수차례 고사 끝에 정책자문위원직을 수락했다”며 “우리(전공의)들의 의견이 패싱되지 않고 적극 반영되도록 의협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현 상황은 대전협과 의협이 모두 동의해서 정부와 합의가 진행된다 할지라도 그 과정이 졸속합의라면 전공의 대부분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2020년(9.4의정합의)에 PTSD가 있기에 우려하는 부분 충분히 이해한다. 누구보다 그런 졸속합의에 반감이 크기에 그런 합의가 졸속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견제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특위 간사를 맡은 임 이사는 “의협이 허튼 짓 하는데 모르고 당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집행부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대전협이 참여를 거부한 올특위에 간사로 참여한 이유는 만장일치제여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듣기에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 이사는 “대정부 투쟁을 하든 협상을 하든 전공의, 교수, 개원의는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이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득일지, 실일지, 시도해볼 가치는 있을지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공의들은 둘로 갈라졌다. 의협 집행부와 올특위에 합류한 사직 전공의 3명을 ‘매국노 이완용’이라 부르며 “뒤통수를 쳤다”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통해보자는 건데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