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발의 ‘간호법’, PA 합법화 위한 조치”
“수련병원 의료 공백 사태 해결 위한 수단으로 간호법 이용”
국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간호법’이 진료보조인력(PA) 합법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 제정이 좌초된 간호법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간호법을 발의한데 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간호법을 발의하면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에서 야당과 여당이 새롭게 발의한 간호법에 숨겨진 독소 조항”이 있다며 PA 합법화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강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 내용 중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간호사의 불법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에 대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더욱 확대하면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를 합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처럼 간호사 업무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타 보건의료 직종들이 하던 영역도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결국 (직역 간 갈등이라는) 기존 간호법 문제점은 그대로 방치한 채 PA 합법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간호법에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 조직력을 와해하려는 목적”이라며 “기존 악법에 독소 조항을 추가했다”고도 했다.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던 간호법을 22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PA 합법화 때문이라고 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현재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수련병원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련병원들이 대규모로 불법 PA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련병원들이 대규모 PA 채용을 통해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 교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전공의가 없어도 수련병원들의 합법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PA 의료행위를 합법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고 그 수단으로 간호법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PA 합법화로 인해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가 허물어져 의료의 질이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사에게 수술 받기 위해 찾아온 많은 환자들은 그 의사가 포괄적으로 수술을 위임한 간호사에게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며 “더욱 큰 문제는 (PA)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하다가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법원 판결 관행을 봤을 때 간호사가 의사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분쟁에 대한 책임은 의사가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사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의료행위로 인해 처벌받는 일이 일어난다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는 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병원의사협의회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보다 간호법 철회가 더 시급하다고 했다.
이들은 “PA 합법화 내용을 담고 있는 간호법은 사실상 의대 정원 증원보다 더 큰 악영향을 만들 것이 자명하다”며 “이 문제 해결에도 의료계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에 대화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간호법 철회를 먼저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모든 악법에 맞서 끝까지 저항할 것임을 천명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