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간호사 직역 신설? 전문간호사에 편입시켜야"

현장 간호사들 "전담간호사→전문간호사 편입 필요" 전담간호사 교육도 "업무 범위 다양, 의료계가 맡아야" 김정미 회장 "전문간호사 자격요건 높아…교육 내용 향후 논의"

2024-06-03     김주연 기자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지난 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개최한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춘계 통합학술대회 및 AAPCHS 2024’에서 전담간호사 관련 세션을 신설했다(ⓒ청년의사).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담간호사 법제화에 앞서고 있지만 정작 현장 간호사들까지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간호사들은 전담간호사 직역 신설보다 전문간호사 제도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전담간호사 교육은 관련 학회 등 의료계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지난 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개최한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춘계 통합학술대회 및 AAPCHS 2024’에서 전담간호사 법제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대한간호협회 경기도간호사회 김정미 회장은 정부의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을 토대로 향후 전담간호사의 제도화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를 부르는 명칭은 병원마다 다른데, 간협은 그 중 전담간호사라는 단어를 차용하고 있다. 현재 간협은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전담간호사를 대상으로 '전담간호사 교육과정 집중과정'을 마련해 전담간호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우선 교육 분야로 수술, 외과, 내과, 응급·중증 분야를 선정해 진행된다. 간협은 향후 표준화된 교육 과정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간호법 제정이 좌절된 후 진행된 준법투쟁에서 대부분의 간호사가 업무 범위도 불분명하고 법적인 보호 체계도 없는 상황에서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를 토대로 간호사를 숙련도나 업무에 따라 구분하면 현재 일반 간호사, 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로 나눠져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역할 확대를 통해 궁극적으로 간호사의 장기근속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간호사 중 특정 분야에 난이도 높은 전담 업무를 수행하는 숙련된 간호사를 인정하고 제도 내에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전담간호사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경기도간호사회 김정미 회장, 서울아산병원 문혜원 간호사, 강북삼성병원 이용우 간호사(ⓒ청년의사).

이후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현장간호사들은 전담간호사라는 직역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현재 의료법상 명시된 직역인 전문간호사에 편입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전문간호사가 되려면 간호 실무 3년 이상 경력에 대학원 전문간호사 과정 2년 이상을 이수하고 국가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전문간호사로 근무하는 문혜원 간호사는 “20여년 동안 전문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병원과 상의해 법적인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간호사로서 상급실무를 할 수 있도록 바꿨다”며 “많은 간호사들이 법적 안정성 문제로 위협받고 있는 만큼 질적 관리와 법적 보호를 받으려면 의료법에 있는 전문간호사로 전담간호사를 통합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담간호사 직역이 신설되면 전문간호사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든다”며 “최근 간협이 시행한 전담간호사 교육에 강사로 지원해 교육을 진행했는데 전담간호사도 전문간호사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현재 있는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담간호사와 전문간호사로 활동하는 한지은 간호사도 "전문간호사로 전담간호사를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전담간호사 교육에 대해서도 간호사들이 아닌 의사나 각 학회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은 “전담간호사 교육을 누가 시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간호 영역에서 기존 간호사들이 전담간호사를 교육하는 게 적절한지 아니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에서 전담간호사로 근무하는 이용우 간호사도 “병원은 외과, 성형외과, 비뇨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담간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업무 범위가 이렇게 넓고 다양한데 간협에서 충분히 관련 교육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초적인 업무 교육은 간협에서 하되 그다음 단계의 술기 교육 등은 각 학회 등에서 교육해 인증이나 자격을 부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에 김정미 회장은 전문간호사의 경우 자격 습득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실적으로 전담간호사를 전문간호사로 편입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조사 결과 대다수의 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들이 전담간호사 업무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가 돼 왔다”며 “고도의 술기를 하는 전담간호사 중 전문간호사와 같은 학업적 백그라운드가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문간호사가 되려면 대학원을 졸업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의료 상황에서는 간호사들이 해당 자격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며 “이에 일반간호사와 전문간호사의 중간 단계에 전담간호사를 새로 명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담간호사 교육의 주체에 대해선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추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 할 부분”이라며 “현재 의료 현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게 아닌 만큼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