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종 치료 명가 '로슈'가 뽑은 차기 대표주자는?

[인터뷰] 로슈 요르고스 스피타다키스 총괄 · 제넨텍 미쉘 보이어 총괄

2024-05-14     김윤미 기자

최초의 항 CD20 항체 '맙테라(성분명 리툭시맙)'의 개발로 림프종 치료 역사를 새로 쓴 로슈는 이후 '가싸이바(성분명 오비누투주맙)', '폴라이비(성분명 폴라투주맙베도틴)' 등을 통해 20년 이상 림프종 치료 명가(名家)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최근 이중특이항체 치료제인 '컬럼비(성분명 글로피타맙)'와 '룬수미오(성분명 모수네투주맙)'를 개발해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재발불응성 림프종 치료에 또 한번 진전을 불러왔다. 이들 신약은 작년 말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임상 현장의 적용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방한한 로슈 혈액암 통합 솔루션 총괄인 요르고스 스피타다키스(Georgios Spitadakis)와 로슈 그룹 계열사 제넨텍(Genentech)의 혈액암 제품 개발 총괄인 미쉘 보이어(Michelle Boyer) 박사를 만나, 로슈가 가진 혈액암 리더십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림프종 치료의 미래와 국내 림프종 치료 환경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요르고스 스피타다키스 총괄은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라틴아메리카 지역 그리고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담당하며, 한국은 물론 다양한 국가의 의료진과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의약품이 각 국가의 환자들에게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미쉘 보이어 박사는 비호지킨림프종(NHL),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등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개발을 담당하며 '맙테라', '폴라이비', '가싸이바', 이중특이항체 등의 치료제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각 국가의 보건당국과 협업해 의약품이 승인될 수 있도록 하는 전체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로슈 혈액암 통합 솔루션 총괄 요르고스 스피타다키스(좌)와 로슈 그룹 계열사 제넨텍 혈액암 제품 개발 총괄 미쉘 보이어(우)

- 혈액암 분야에 있어 로슈의 리더십은 어떠한가.

미쉘 보이어 박사(이하 미쉘) : 로슈는 맙테라를 시작으로 림프종 분야의 리더로 시장을 이끌어오면서, 20년 이상의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림프종 분야의 리더인 만큼, 아직까지 림프종 치료에 남아있는 미충족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림프종뿐만 아니라,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프랜차이즈에서 다발골수종을 비롯한 여러 혈액암종에 대해서도 이중특이항체 등을 개발 중이며, 희귀 혈액 질환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다른 질환에 비해 림프종 분야에서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년 이상 축적해온 림프종 분야의 경험이나 전문성 측면에 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로슈는 맙테라를 시작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특이항체 등 림프종 치료 분야에 소위 'First in Class' 제품을 연이어 개발하고 있다. 이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요르고스 스피타다키스 총괄(이하 요르고스) : 로슈의 중요한 치료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전략은 혁신적인 과학 기술을 통해 미충족 수요가 큰 환자들을 위한 의료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를 시장에 도입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 이는 곧 전 세계 환자와 의료 시스템의 다양한 요구와 선호에 맞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이중특이항체나 세포 치료제, 여러 병용요법 등의 다양한 치료 옵션을 혁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위해 로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통한 환자들의 완치 및 질병 관리를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환자들의 치료 경험을 개선시키기 위해 고정 투약 기간 치료,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지 않는 옵션(chemo-free), 피하주사요법, 즉시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off-the-shelf) 등을 활용해 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질병 초기 단계에 치료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재발 가능성 및 질병 진행, 그리고 후속 치료와 관련된 신체적정서적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1차 치료로 완치되는 환자가 60%인 반면, 나머지 40%는 재발 및 불응성 환자로 분류된다. 아직까지도 미충족 수요가 크게 남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로슈는 혁신적인 DLBCL 1차 치료제를 지속 개발해, 첫 치료 단계에서 환자 완치를 도모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슈는 '폴라이비'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들을 추진하고 있다.

미쉘 : DLBCL은 질환의 이질성(heterogeneous)이 커 1차 치료가 완치에 도달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하지만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되는 환자도 존재하며, 질환이 진행할 경우 질환의 바이올로지(biology) 자체가 변화하고 환자에게 내성이 나타나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모든 DLBCL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치료제 및 병용 요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근 치료 환경은 의사, 환자, 보건의료 체계 등의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시기로 생각된다. 암 분야에서는 상당히 드물게 재발성불응성 환자를 대상으로 완치 가능성을 열어주는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좋은 아이디어가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들이 이뤄지고 있다. 질환의 바이올로지 특성, 병기 등에 따라서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슈는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요르고스 : 첨언하면 로슈는 앞서 언급한 '과학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협업' 역시 상당히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 급여 요건 등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로슈는 혁신적인 치료제가 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의료계 및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앞서 로슈가 '폴라이비'를 1차 치료제로 활용되기 위한 여러 전략들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폴라이비가 1차 치료제로서 DLBCL 완치율 개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궁금하다.

요르고스 : POLARIX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폴라이비와 R-CHP 병용요법(이하 Pola-R-CHP) 투여군에서 후속 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17.0%로 대조군인 R-CHOP 투여군의 23.5% 대비 낮았다. 또한 이러한 환자 중에서는 CAR-T 세포 치료 및 줄기세포이식(SCT)과 같은 고비용 및 고위험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도 Pola-R-CHP 투여군에서 26명으로 R-CHOP 투여군의 47명 대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Pola-R-CHP 요법은 전체 ITT 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PFS의 혜택을 보여줬다. 가장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1차 치료에서 어느 정도의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는지 그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PFS24(24개월차 무진행생존 달성)'가 7% 개선됐다. 또한 Pola-R-CHP 요법은 질병이 진행되거나, 재발, 사망에 이를 위험을 27% 낮췄다. 여기에 더해 하위그룹 분석에 따르면, 재발 위험이 높은 국제예후지수(IPI) 3~5점 환자군에서 Pola-R-CHP 요법은 R-CHOP 요법 대비 PFS를 10% 개선하는 우수한 임상적 혜택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국 보건당국은 Pola-R-CHP 요법의 전체생존기간(OS) 개선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쉘 : POLARIX 연구가 OS값을 보이기 어려웠었던 이유는 해당 임상이 OS를 입증하기 위해서 설계된 연구가 아니 때문이다. POLARIX 연구는 OS 개선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아니며, 실제로 후속치료의 영향으로 인해 두 치료군의 차이를 검증력 있게 보기 어렵다. 이에 'PFS24'가 DLBCL 치료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POLARIX 연구를 통해 Pola-R-CHP 요법은 PFS24 지표에서 임상적 이점을 확인했고, 이는 환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치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PFS24를 기반으로 폴라이비의 유효성 및 의의가 해석되어야 한다.

로슈 혈액암 통합 솔루션 총괄 요르고스 스피타다키스

요르고스 : 1차 치료에서 OS값을 입증을 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재발 시 환자 개인 및 사회적 비용, 의료계 부담 등 전반적인 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4개월 시점에 무진행생존 할 경우 같은 성별 및 연령대 인구와 기대수명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에는 'PFS24'를 완치의 대리지표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Pola-R-CHP 요법이 보여준 PFS24 개선 효과는 임상적으로도 중요하며, 1차 치료에서 환자를 완치시킴으로써 후속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줄여 결과적으로 추후 사회적 비용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폴라이비는 현재 전 세계 90여 개 이상의 국가에서 승인을 받았다. 또한 전 세계 주요 가이드라인에 폴라이비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여러 국가의 의료진들이 폴라이비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NCCN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독일, 오스트리아 등 많은 유럽 국가와 일본, 중국의 치료 가이드라인에 폴라이비 병용요법이 포함돼 있다. 이는 전 세계 가이드라인에서 폴라이비를 1차 치료에서 환자가 완치에 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급여까지 적용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YTD(Year to Date, 연환산) 기준으로 2만3,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1차 치료에 Pola-R-CHP 요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폴라이비가 얼마나 중요한 치료 요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 최근 한국에서도 '룬수미오'와 '컬럼비'가 식약처 허가를 받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두 치료제는 'CD20'과 'CD3'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특이항체라는 점에서 기전이 같은데, 각자 다른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요르고스 : 림프종은 바이올로지가 복잡하고 질환의 진행에 따라 병리생리학(pathophysiology)이 변화해 환자마다 치료제에 대한 반응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각 치료 차수에서 진화하는 질환의 바이올로지와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조합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로슈는 두 가지 기전의 이중특이항체를 통해 환자마다의 구체적인 여건에 맞게 타겟팅하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국가마다 의료체계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했다. 입원 치료보다는 외래 치료가 주로 이루어지는 나라가 있는 반면, 보다 더 높은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입원 치료를 권장하는 나라도 있다. 따라서 환자마다의 니즈와 보건의료 체계 여건에 맞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자 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에는 주로 외래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룬수미오'를 더 적합한 치료제로 고려할 수 있다.

미쉘 : 첨언하면 로슈는 또한 다양한 질환의 특성을 고려한다. DLBCL은 공격적인 림프종인 반면, 소포성 림프종 및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은 지연성 림프종으로 분류된다. 즉, 어떠한 질환을 치료하는지에 따라 환자 수용도에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두 가지 유사한 기전의 치료제라도 치료하는 세부 아형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컬럼비'는 가싸이바 + 스테로이드 병용요법 등의 전처치(pretreatment)가 필요한 초기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 비율이 높으므로 훨씬 공격적인 질환인 DLBCL 치료에 적합하다. 진단 즉시 치료가 필요한 공격적인 DLBCL과 달리, 지연성인 소포성 림프종은 전처치가 필요하지 않고 환자 내약성이 훨씬 중요하므로 피하주사 제형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중에서 가장 안전성 프로파일이 우수한 '룬수미오'를 사용하는 치료 접근이 적합하다. 이렇듯 환자들의 안전성, 편의성, 내약성, 질환의 공격성 등의 기준을 토대로 두 가지 약제에 대한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 등 재발불응성 DLBCL 초기 치료부터 CAR-T 세포 치료가 활성화된 국가와 달리 한국은 3차 이상 치료에서만 CAR-T 세포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어 추후 3차 치료에 '컬럼비'와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요르고스 : 현재 CAR-T 세포 치료제와 이중특이항체 치료제에 대한 직접비교연구(Head-to-head)가 없기 때문에, 두 치료제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컬럼비의 장점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컬럼비는 높은 완전관해율(CR)을 확인했으며, 컬럼비 이전에 여러 치료를 거친(heavily pretreated) 환자들과 그 중에서도 CAR-T 치료 후 재발 및 불응성인 환자를 대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완전관해에 도달한 환자들의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26.9개월이었으며, 67%의 환자는 18개월차에도 완전관해가 지속된 것을 확인했다.

환자의 경험 또한 중요하다. 컬럼비는 '기성품(off-the-shelf)'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으며, '8개월 반'이라는 고정 투약 기간 동안 치료하면 된다. 이러한 컬럼비의 장점은 환자의 치료 부담뿐 아니라 의료계의 부담을 낮추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의 의료진들의 업무 강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컬럼비가 한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쉘 : DLBCL은 상당히 공격적인 질환인 만큼, 3차 치료에서는 더더욱 즉각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CAR-T 세포 치료는 '치료를 진행하기 위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CAR-T 치료는 환자의 세포를 채취한 후 의약품을 제조하게 되는데, 환자가 3차 치료에 도달한 상태라면 적절한 세포를 채취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채취한 세포를 제조한 후 환자에게 투약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이중특이항체는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하며, 진단 즉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전 세계 보건의료 체계에 커다란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CAR-T 치료와의 직접비교 임상은 없지만, 컬럼비는 3차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높은 반응률을 확인했고, 반응지속기간 역시 오랫동안 유지된 만큼 환자가 누리는 임상적 혜택이 크다.

-혈액암 분야에서 로슈와 한국 연구진들과의 협업은.

제넨텍 혈액암 제품 개발 총괄인 미쉘 보이어 박사

미쉘 : 이중특이항체 개발에 있어 한국 연구진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가 이루어졌다. 이번에 방한한 이유 중 하나도 한국 연구진과 소통하면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적응증에 대한 1상 임상 참여를 논의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경우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의료진들의 임상 참여를 이끄는 요인이자 기폭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치료제 및 치료 요법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된 국가일수록 임상 연구는 혁신 신약에 환자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임상 연구 참여를 통해 환자는 도움을 받고 의료진도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일반적으로 신약이 개발될 때 후기 치료 차수부터 진행되는데, 해당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재발 및 불응성 단계로 해당 국가에서 신약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아 임상 연구 외에 다른 옵션이 없었던 환자들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비교적 임상 연구 모집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다.

한편, 특정 국가에 신약을 출시할 때, 의료진들이 해당 치료제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임상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을 경우 수용도 측면에서 신약이 보건의료 체계 내에서 원활하게 사용되기 어렵다. 의료진이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경험을 축적하면 약이 환자에게 제공할 혜택과 가치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약을 출시했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연구진들의 조기 임상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임상을 통해 축적된 의료진들의 경험과 지식은, 결국 신약의 허가 및 급여 승인 과정에서 약제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혈액암 치료 환경에 대해 제언한다면.

미쉘 : 로슈는 DLBCL 치료의 완치율을 지금보다 더욱 높일 수 있고, 완치에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1차 치료'로 보고 있다. 즉, 완치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질환 바이올로지의 변화 혹은 내성 등으로 점차 대처하기 어려워지고, 환자의 정서적, 신체적,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치료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환자와 의료진, 한국 보건의료 체계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가장 클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도 치료제를 가장 효과를 잘 끌어낼 수 있는 1차 치료에 사용하는 게 훨씬 적절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요르고스 : 현재 한국 정부, 의료계, 제약업계 모두 중요한 시기를 겪고 있다. 의료계, 정부, 업계가 DLBCL 환자의 치료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함께 만들어 왔기 때문에, 최근 3년 동안에 앞선 20여 년간 이루지 못했던 진척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에게 임상적인 치료 혜택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비용적인 측면의 개선은 물론이고 한국 의료진들의 진료 부담 역시 낮출 수 있게 됐다. 치료 측면에서는 1차 치료 완치율을 높일 수 있고, 재발 및 불응성 환자에서도 치료 결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이중특이항체 등의 옵션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환자, 의료계, 사회 공동체 수준에서 큰 이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컬럼비가 높은 완전관해율과 긴 반응지속기간을 확인한 것처럼, 이러한 혁신적인 치료제를 한국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 함께 협업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에게 최적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커다란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