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30곳 중 28곳 수용 최대치 넘겼다 “政 점검 요식행위”

전의교협·의학회, 증원 근거 검증보고서 제출 최대 59명 수용 가능한 의대에 200명 배정 교수들 “정부 비대면·현장점검 모두 형식적”

2024-05-14     송수연 기자
정부는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해 교육 여건을 확인한 후 대학별 의대 정원을 증원했다고 밝혔지만 그 과정 자체가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청년의사).

정부가 의대별로 배정한 증원 규모가 교육 현실과 동떨어져 수용 가능한 인원을 최대 141명 초과한 곳도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해 대학별 의대 교육 여건을 확인한 후 정원을 배정했다고 강조하지만 그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는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근거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13일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분석 결과는 검증보고서 형태로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전의교협과 학회는 2025학년도 입학정원이 10% 증원된 30곳을 대상으로 현재 수용 가능한 학생 인원을 조사했다. 10% 미만 증원된 인제의대와 순천향의대만 제외됐다. 조사 결과, 30곳 중 28곳이 수용 가능 인원을 평균 53명 초과한 정원을 배정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용 가능 인원을 가장 많이 초과한 곳은 기존보다 정원이 4배 이상 증가한 충북의대다. 충북의대는 기존 49명보다 10명 많은 59명까지 수용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배정된 정원은 200명으로 141명이나 초과됐다. 충북의대는 의대 정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의대이기도 하다.

경상국립의대는 현 정원인 76명보다 4명 많은 80명까지 수용 가능한 환경으로 조사됐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정원으로 200명을 배정했다. 충남의대는 현 정원 110명보다 11명 많은 121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으로 파악됐지만 정부는 이보다 79명 초과한 200명을 배정했다.

반면 연세원주의대는 현재(93명)보다 27명 많은 120명까지 수용 가능하지만 교육부는 7명 증원해 100명만 배정했다. 정원 40명인 대구가톨릭의대는 내부에서도 수용 가능한 인원으로 파악된 80명을 그대로 배정받았다.

전의교협과 학회는 “의대 교수들이 각 대학에서 수용 가능한 학생 인원을 조사한 결과 교육부 배정 정원과의 격차가 평균 53명으로 차이가 상당했다”며 “정부가 말한 세 단계 의학교육 점검 결과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자료 제공: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학회

政 의학교육점검반으로 증원 역량 판단? "요식행위 수준" 비판

의학교육점검반 운영도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각 대학 수요조사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해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간 의대 교육 여건을 서면·비대면·현장 점검했다고 강조했다. 현장 점검을 실시한 의대는 총 14곳이다. 정부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의대가 상당한 수준의 증원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기반해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최소 수요(2,151명) 범위 내에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의교협과 학회는 점검 방식이 잘못됐다며 “요식행위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비대면 점검 회의로는 의학교육 실태를 파악할 수 없으며 대학 1곳당 20~30분만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의대 39곳에 대한 비대면 점검이 3일만에 모두 완료됐다고도 했다.

일례로 부산의대와 전북의대는 서류 검토와 비대면 점검만 받은 뒤 신청한 정원보다 많은 정원을 배정받았다고 했다. 부산의대는 25명을 증원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정부는 3배인 75명을 증원해 “실제 교육이 불가능한 사태를 초래했다”는 게 교수들 주장이다. 전북의대는 오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정원을 142명에서 16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정원을 58명 증원해 200명으로 배정했다고 했다.

현장 점검도 형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3시간 동안 현장 점검을 한 대학은 단 한 곳으로 전문가는 0명이었고 복지부 실무자인 직원 1명이 실사했다”는 게 교수들 지적이다. 나머지 대학들은 1~2시간 만에 점검이 마무리됐다고 했다. 대학별 현장 점검 결과를 담은 보고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도 부족한 교수 인력이 갑자기 늘어날 수가 없다”며 “의대 교육과정은 일반대학 수업 또는 평가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갑작스런 정원 변경은 교육이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강행하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실시하는 의학교육인증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폐과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25학년도 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의대 30곳 모두 현재 교육 여건으로는 의평원 인증평가를 탈락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관련 기사: 정원 느는 의대 30곳, 이대로면 인증평가 '탈락'…서남의대 사태 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