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도 한 사람의 국민…설득이 정부의 역할” 지적
권용진 교수, 정부의 강경 대응에 아쉬움 나타내 “정부의 설득 과정 부족…국민에게 사과 했어야” “의협, 전공의 의견 반영 못해…고민 필요” 발언도
최근 전공의들을 향해 의료현장으로 돌아오길 촉구한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가 이번에는 정부를 향해 권위주의적 태도를 내려놓고 의료계와 소통할 것을 요청했다.
권 교수는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부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정부와 의료계의 격화되는 갈등이 선진국으로 질적 발전을 완성해가야 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큰 오점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부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교수는 정부의 이번 대처가 ‘원칙대응’이면서 동시에 ‘강경대응’이라고 진단했다. 원칙과 준법을 강조해야 하지만 국민들이 법을 잘 이해하고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지난 2주간 정부의 모습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권위적’이었다”며 “‘업무개시명령-출국금지-법정최고형-경찰의 감시’, 이것이 전공의들 입장에서 겪고 있는 것들이다. 다수의 MZ세대는 강압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라며 “현재 정부의 브리핑이나 태도를 보면 전공의들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정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행정집행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야 한다면 그 대상이 되는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고 마지막까지 안타까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집행해야 한다. 정부가 안타까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법을 집행하려 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아울러, 권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공론화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환자인 국민들이 소외됐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공론의 과정이 충분하지 못함으로 인해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며 “정부, 의료계, 환자 이 중에서 가장 약자는 환자인 국민이다. 따라서 우리 의료정책은 국민의 권리와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해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의 결정과정과 집행과정에서 국민은 상당히 소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임에도 사과와 대안 제시는 미흡해 보인다. 정부는 병원마다 찾아가 사직한 전공의들의 명단을 파악하느라 힘을 쏟기 보다는, 병원마다 국민들의 불편이 없는지를 살피고, 국민들께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부로서 납득할 수 있는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이밖에도 권 교수는 그간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상대로 필수의료패키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인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권 교수는 “급속성장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국민들의 ‘다층성’”이라며 “현 시점에 대한의사협회가 젊은 의사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료법상 의료인단체중앙회인 대한의사협회가 강제가입단체로 존재하는 이상, 정부의 정책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계약주의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강제가입단체인 의료인단체중앙회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시점이 됐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권 교수는 정부를 향해 “끝까지 국민의 한사람인 전공의들에게 애정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길 부탁드린다. 정책은 그 과정이 ‘공개’와 ‘공론’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쳤을 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 25년간 조급한 의료개혁이 얼마나 많은 후유증을 낳고 있는지 충분히 경험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권 교수는 또 다른 글을 통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권 교수는 “교육 인프라 구축과 준비할 시간을 고려한다면 올해는 하드웨어 인프라 추가 없이 교육 가능한 인원만큼만 증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계산하면 약 1,000명 조금 넘을 것 같다”고 피력했다.
또 “전공의들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비급여에 대한 규제강화”라며 “의료법에 ‘의료행위 등록제도’를 만들고 의료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을 때 비급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아닌 ‘비급여의 근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