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이필수 집행부에 힘 실어준 대의원들…새비대위 구성 부결
임총 열렸지만 비대위 구성 반대 82명, 찬성 76명 이필수 회장 “회원 권익 위해 최선 다하겠다” 대의원들 “단합할 때” 힘 실어줬지만 ‘불만’ 속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들이 다시 한번 이필수 집행부에 힘을 실어줬다.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보다 집행부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을 진행하도록 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저지를 위해서는 의료계 단합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현 체제로는 투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필수 집행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의협 대의원회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 당일인 17일 오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새로운 비대위 구성안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재석 대의원 164명 중 50%인 82명이 대의원회 산하 비대위 구성에 반대했다. 하지만 찬성 의견도 많았다. 재석 대의원의 46.3%인 76명이 새 비대위 구성에 찬성했다(기권 6명).
의협 대의원들은 투표 후 “정부의 일방적이고 조급한 시간 맞추기에 강력 항거하며 집행부가 활동하는 범대위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드시 저지하도록 의결했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대찬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범대위를 중심으로 투쟁하겠다”고도 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추진 강행을 멈추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며 “일방적이고 시간에 쫓겨 숙성되지도 않은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강력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의사의 많고 적음의 문제보다 필수의료·지역의료 회생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복원과 안정적인 의료환경 마련이 더욱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새롭게 구성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다시 한번 의료계와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라”고 요구했다.
이필수 회장 “행동해야 할 때…최선 다하겠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집행부 산하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투표 이후 “그동안 회원들의 실익을 챙기기 위해 협상하고 소통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했기에 우리도 행동해야 한고 생각했다”며 “적절한 투쟁을 통해서 협상력을 최대한 키워 회원들의 권익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원 대상 총파업 찬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투쟁 전략상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압박 카드로 사용해서 (정부와) 협상해 나가겠다”며 “오늘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무리하게 진행됐지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비대위 구성 투표에 앞서 “이 자리에 모여 걱정하고 우려하는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한 말씀드린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직역과 지역을 따지지 않고 14만 회원 모두 총력을 다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집행부가 구성한 범대위에 힘을 실어 달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의대 정원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가 아닌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원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만약 정부가 의대 정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려 한다면 범대위를 통한 강력한 투쟁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범대위 활동에 힘을 실어주면 그 신뢰에 힘입어 41대 집행부는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회원 권익을 지켜내겠다”며 “집행부와 함께 걸어달라”고 했다.
의협 대의원들 “단합할 때” 집행부 힘 실어줬지만 ‘불만’ 속출
의협 대의원들은 일단 이필수 집행부에 힘을 실어줬지만 업무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대의원회 산하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집행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박유환 대의원(광주)은 “집안싸움이 있더라도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 밖으로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범대위가 있는데 왜 또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가”라며 “밖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말자. 서명해야 할 의협 회장의 권위와 우리의 힘을 더 떨어뜨리지 말자”고 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비대위 구성 요구 중 일정 부분은 동의한다. 의협 산하 범대위로는 난국을 헤쳐 나갈 투쟁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면서도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현 체제를 유지하자고 했다. 그는 “정부는 내년 1월초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확정한다고 하는데 지금 비대위를 꾸려서는 대응이 여의찮고 갈팡질팡할 수 있다”며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도 교체됐다. 우리 스스로 의협 신뢰를 추락시킬 수 있다. 집행부를 자꾸 교체하면 투쟁 동력을 모으기도 어렵다”고 했다.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도 이필수 집행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의장은 “수차례에 걸친 운영위원회 권고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전 회원 파업 찬반 투표, 16개 시도의사회장과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총궐기대회, 집행부가 만든 범대위와 투쟁위원장 임명에 대한 신뢰와 적절성 여부로 인해 대의원회 산하 비대위 구성 필요성을 자극해 임총이 열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임총에 모인 대의원들은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를 대절해 함께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