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학회 "생물학적제제↔JAK억제제 '교차투여' 허용을"
효과 없거나 부작용 발생 시 변경 필요…3개월 기준이 걸림돌 소아청소년에 생물학적제제 권고…고령자 JAK억제제 사용을 최용호 회장 "교차투여 급여기준 반영까지 좀 더 시간 걸릴 듯"
아토피피부염 전문가들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교차투여가 가능하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아 주목된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지난 12일 제23차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개정된 국내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학회는 몇년 새 다양한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들이 도입되고 건강보험이 적용 됨에 따라 이같은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위원장 가톨릭의대 조상현 교수)'을 구성해 운영해왔다.
이날 양산부산대병원 피부과 고현창 교수는 '개정된 아토피 치료를 위한 한국 가이드라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가이드라인은 현재까지 발표된 학술적 근거 자료를 토대로 국내 아토피피부염 전문가 50명의 의견(동의)들이 반영된 것"이라며 "에비던스 레벨을 1(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s)~5단계(전문가 견해)로 나누고 권고 수준을 A(강력추천), B(선택적 추천), C(특이사항 외 비추천), D(비추천)로 구분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아토피피부염의 증상 호전 및 급성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습제의 사용이 권고되며, 집먼지진드기 항원에 감작 및 항원 노출 후 피부염 악화의 기왕력이 있는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증상 조절을 위해서는 집먼지진드기를 최대한 없애는 게 추천된다.
국소치료에서는 ▲증상 조절을 위한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이 권고(A)되며 ▲중증도, 치료 부위 및 나이에 따라 적절한 강도의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선택(A)하도록 했다. 또한 ▲증상 조절과 ▲민감한 부위(얼굴, 접히는 부위, 서혜부 등) 병변에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 사용을 추천했으며 ▲호전된 병변 부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중등도의 국소 스테로이드제 또는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를 주 2~3회로 규칙적으로 도포하는 유지치료(A)를 하도록 했다. 다만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 도포 이후 작열감 등의 국소 반응이 심할 때는 먼저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 후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의 변경도포를 고려하는 게 좋다(B)고 했다.
전신치료에 있어서는 ▲국소 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중등증 이상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면역억제제 cyclosporine의 사용이 강력하게 추천(A)됐다. 하지만 ▲methotrexate와 azathioprine에 대해서는 선택적 사용(B)을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장기간 경구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부작용 발생의 우려가 있어 권고하지 않되(D)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중등증 이상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면역억제제 mycophenolate mofetil와 ▲손습진을 동반한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손습진 증상 개선을 위한 alitretinoin의 사용에 대해서는 제한적 사용(C)을 고려하도록 했다.
생물학적제제 사용에 있어서는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중등증 이상의 성인 및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두필루맙(듀피젠트)은 에비던스가 충분히 쌓인 만큼 강력히 권고(A)됐다. ▲트랄로키누맙(아트랄자)의 경우 청소년에서는 아직 에비던스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A등급으로 권고됐다.
반면 ▲릴리 레브리키주맙(유럽 제품명 엡글리스)과 갈더마 네몰리주맙은 사용을 고려(B)할만 한 것으로 ▲노바티스의 알레르기 치료제 오말리주맙(졸레어)은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중등증 이상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C)고 했다.
JAK억제제에 있어서는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중등증 이상의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경구 JAK 1/2 억제제인 바리시티닙(올루미언트, A)과 ▲경구 JAK1 억제제인 우파다시티닙(린버크, A) ▲경구 JAK1 억제제인 아브로시티닙(시빈코, A)이 권고됐다. 다만 중등증 이상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경구 JAK 억제제 투여는 주기적인 모니터링 하에 유익성-위험성 비(benefit-risk ratio)를 고려하도록 했다.
"3개월 치료효과 없다면 교차투여 하는 게 합당"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서는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간 교차투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현재 중증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들의 경우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교체투여를 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간 1차 치료제를 투여하고 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23 이상이라는 기준을 맞춰야 한다. 때문에 중증아토피 환자들 사이에서는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해 약을 바꿔야 하는데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약을 끊고 아토피를 악화시켜야만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고현창 교수는 "3개월 동안 EASI 50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했는데도 NRS가 4점 이상이나 DLQI가 6점 이상 감소하지 않는 경우 치료 불응성으로 판단하고, 교차투여를 하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면서 "따라서 태스크포스팀에서는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 사용 시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다른 생물학적제제 또는 JAK억제제로의 변경을 고려할 것(B)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교체투여에 대해 국내 아토피 전문가 96%가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동의할 정도로 전문가 견해들은 일치했다"면서 "다만 생물학적제제를 쓰다 JAK억제제로 바꾸는 근거에 비해 JAK억제제에서 생물학적제제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에비던스가 현재로서는 케이스리포트 정도여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논문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권고수준은 B로 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생물학제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중등증 이상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전신면역억제제 또는 경구 JAK억제제 추가 투여에 대해서는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C)"고 덧붙였다.
이외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증등증 이상의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는 생물학제제의 사용이 권고됐다(A).
또 피부병변을 동반한 만성적인 가려움증이 지속되는 고령의 환자에서 다른 가려움증의 원인을 피부과전문의가 배제한 경우 아토피피부염에 준한 치료를 하도록(B) 제안했으며, 기존 국소치료에 불응하는 고령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는 효과 대비 위험도와 동반질환을 고려하여 생물학제제와 저용량 JAK억제제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라고 추천했다.
임신 또는 수유중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 대해서는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사용(B)을 추천했지만 임신 중 경구 cyclosporine은 환자 유익성-위험성 비(benefit-risk ratio)를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사용(C)하라고 조언했다.
갈길 먼 교차투여…급여기준 변경되려면 에비던스 필요
이날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이 최신 치료 경향에 맞춰 개정되기는 했지만 급여기준이 바뀐 것은 아니어서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기에는 좀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회장으로 취임한 원주세브란스병원 최응호 회장은 코리아헬스로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급여기준을 바꾸기 위해서는 투여기간이나 용량 변경 등 교차투여에 대한 논문들이 발표돼 학술적 근거를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아직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에비던스가 될 만한 논문들이 나온 게 없어 바로 반영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근거가 될 수 있는 논문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학회에서도 좀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