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매도 전면 금지…바이오 업계에 훈풍 불까

HLB‧휴마시스‧에스티큐브‧엔케이맥스 등 공매도 상위 그간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 제기…주가 영향에 ‘주목’

2023-11-06     김찬혁 기자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를 결정했다. 그간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적한 국내 개인 주주들의 요구가 이뤄진 가운데 바이오 기업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다음날인 6일부터 2024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고 밝혔다. 그간 코스피200, 코스닥 150 편입 종목의 경우, 공매도가 허용돼 왔으나 앞으로 반년 간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된 것이다.

이날 정부는 최근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증대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 하반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해외 주요 증시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정부는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최근 글로벌 IB(투자은행)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는 등 불법 공매도가 증권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고 시장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공매도로 인한 불공정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관과 개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적인 해소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통해 글로벌 IB를 전수조사할 예정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필요시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 동향과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의 시행상황 등 해당 시점의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조성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밝히며, “공매도 제도가 모든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글로벌 IB 2개사의 고의적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6일 20명의 인력으로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할 예정”이라며 “현재도 일부 글로벌 IB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 중이며, 특별조사단에서는 공매도 거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약 10개 글로벌 IB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다. 특히 임상시험 성공 여부 등의 정보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가 급등락 폭이 큰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공매도의 주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개인 주주들의 주장이다. 벤처캐피탈(VC), 벤처투자자들 또한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열린 ‘2023 KoNECT 국제 컨퍼런스(KoNECT International Conference, 이하 KIC)’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대표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적정 주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데는 공매도와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 공매도 제도는 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KRX)가 운영하는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 코스닥 상장사 공매도 잔고 상위 50종목 중 바이오기업은 총 12곳이다. 각 기업의 잔고 대량보유자(상장주식수 대비 0.5% 이상 보유)는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메릴린치인터내셔날,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제이피모간 증권회사 등으로 대동소이하다.

이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에이치엘비(HLB)로 나타났다.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수량은 934만993주로, 상장주식수 가운데 공매도 잔고수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24%(약 2,718억원)다. 바이오‧헬스케어를 비롯해 전 섹터를 통틀어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다. 에이치엘비는 공매도로 인해 기업 가치를 저평가 받고 있다며 코스피 이전상장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뒤이어 휴마시스가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 2위를 차지했다. 휴마시스의 공매도 잔고수량은 902만9,655주로, 공매도 잔고금액 비중은 6.98%(약 181억원)다. 이밖에도 에스티큐브, 엔케이맥스, 레고켐바이오, 박셀바이오, 네이처셀, 셀리버리, HLB생명과학, 에이비엘바이오, 엘앤씨바이오, 셀트리온제약 등이 상위 50종목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 상장사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으로는 신풍제약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고,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유한양행, SK바이오팜 등도 포함됐다.

고금리와 이에 따른 투자 심리 악화로 다수의 바이오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매도 금지 결정이 업계에 훈풍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