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 시범사업 '우후죽순'…정작 법적 근거는 미약
재택의료학회 "활성화 위해 의료법 개정 필수" 강조 재택의료 정의부터 제공 지원 조직까지 법에 담아야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정부와 지자체는 재택의료 활성화에 애쓰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련 시범사업만 13개다. 그러나 현장은 "우선 법이 제정돼야 무엇이 됐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재택의료 법적 정의조차 없으니 의사가 "할 수 있는 것도 갈 수 있는 곳도"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고령사회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현황과 도전'을 주제로 열린 대한재택의료학회 제1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해 의료법 개정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동형 총무이사(범일연세내과)는 "현재 의료법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으면 의료업을 할 수 없다. 지난 2017년 환자와 보호자 요청으로 하는 왕진은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로 인정됐지만 재택의료 스펙트럼을 넓히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법을 개정해 재택의료를 정의하고 '누가 어디로 가서 누구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병원에 올 수 없는 환자가 (방문진료를) 동의하고 의사가 계획적·정기적으로 제공하면 재택의료"로 규정한다. 일본 의료법에 따르면 재택의료는 "장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서울의대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일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 법제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의료기관 개설자 '겸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전문 인력 기준과 제공 조직을 법제화해야 한다. 비급여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의료법상에 재택의료 지원센터 조항을 신설하고 그 정의와 기준도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의료법 내 개설자 겸직 금지를 풀어야 한다. 일차 의료기관 대부분 1인 운영이다. 금지를 풀어야 개업의들이 재택의료센터를 겸직하면서 본인 의원에 오던 자기 환자를 돌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일차 의료기관이 병원과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동네 의원을 지원하는 다학제팀 조직이 없으면 동네 의원이 재택의료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며 "의사가 의원 가까이 나가 자기 환자를 보고 오는 환경이 돼야 한다. 겸직 금지를 풀고 재택의료 지원 조직을 의료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와 정부 관계자도 재택의료 법적 근거 마련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실(국민의힘) 이호준 선임비서관은 "재택의료 법적 근거 신설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큰 틀에서라도 근거를 만들 수 있도록 학회와 논의하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어질 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재택의료는 굉장히 다양한 직역이 각자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 간호법 당시 갈등을 생각하면 직역 간 대화가 활발해야 재택의료 법제화도 매끄럽게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신현준 사무관은 "재택의료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지만 환자를 중심으로 재택에서도 연속적으로 건강을 관리받고 진료권을 보장받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재택의료 사업을) 복지부 1·2차관 모두 다룬다는 것은 결국 보건과 복지 모두 포함된다는 의미"라면서 "정부는 현장 의견을 제대로 듣고 국회가 만드는 의료법 취지에 따라 재택의료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