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혈액암 치료제 급여 실패에 환자들 뿔났다

환자단체연합회, '폴라이비·브루킨사' 암질심 상정 및 급여 심의 촉구

2023-11-04     김윤미 기자

최근 혈액암 치료에 기존 표준치료 대비 우월한 효과를 입증한 약제들이 거듭 급여권 진입에 실패하자, 환자들이 나서 신속한 급여 심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로슈 '폴라이비(성분명 폴라투주맙 베도틴)'와 베이진 '브루킨사(성분명 자누브루티닙)'의 신속한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상정 및 급여적정성평가 심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폴라이비는 'CD79b'를 표적하는 최초의 항체-약물접합체(ADC)로,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에 최초 허가를 받았으며, 2022년 11월에는 DLBCL 1차 치료에 적응증을 확대했다.

로슈는 먼저 허가 받은 재발·불응성 DLBCL 치료 적응증에 대해 급여 신청을 진행한 바 있으나 2021년 최초 급여 도전에 실패하고, 최근 적응증을 확대한 1차 치료에 대해 다시 급여 도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접수된 폴라이비 급여 신설 안건은 현재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폴라이비는 지난 20년 동안 DLBCL 1차 치료에 표준요법으로 사용돼 온 '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 독소루비신, 빈크리스틴, 프레드니손(이하 R-CHOP)' 병용요법 대비 유의미한 무진행생존율(PFS) 개선을 입증한 최초의 약제다.

폴라이비는 '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 독소루비신, 프레드니손(R-CHP)'과의 병용요법으로 기존 R-CHOP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4% 감소시켰다.

통상 DLBCL 1차 치료에 R-CHOP 요법을 받은 환자 10명 중 4명은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혈액암과 마찬가지로 DLBCL은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예후가 좋지 않고 의료비용도 현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1차 치료에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이 절실했던 상황.

이 가운데 3상 임상인 POLARIX 연구를 통해 'P-R-CHP' 요법이 R-CHOP 대비 PFS 개선에 우월성을 입증하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가장 높은 권고수준(category 1A)의 치료법으로 등극했다.

한편, '브루킨사'는 브루톤티로신키나아제(BTK)를 표적으로 하는 2세대 BTK 억제제로, 지난 2022년 2월 외투세포 림프종(MCL) 및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M) 치료에 최초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후 현재는 변연부 림프종(MZL) 및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소림프구성 림프종(CLL/SLL)에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베이진은 브루킨사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급여 신청을 진행해 40여 일 만에 암질심을 통과(2022년 4월)했지만, 현재 급여권에 진입한 적응증은 WM에 불과하다. MCL 적응증의 경우 베이진이 재차 급여 신청을 진행했지만, 두 번의 도전에 모두 암질실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

베이진은 최근 MCL과 CLL/SLL 적응증에 대한 급여기준 확대에 도전했으며, 해당 안건도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MCL 적응증에 있어서는 삼수에 도전한 것이다.

현재 NCCN 가이드라인은 MCL 2차 치료에서 기존의 1세대 BTK 억제제인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 단독요법과 '임부르비카 + 리툭시맙' 병용요법을 기타 권유되는 치료법(other recommended regimens)으로 뒤로 하고, 브루킨사 단독요법을 선호되는 치료법(preferred regimens)으로 권고하고 있다.

2세대 BTK 억제제들이 MCL 2차 이상 치료에 있어 1세대 약제보다 반응률 등에 우수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초 미국에서는 릴리 '자이프리카(성분명 피르토브루티닙)'가 재발·불응성 MCL 치료에 허가 받으며 3세대 약제까지 등장한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임브루비카만이 보험급여를 적용 받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