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료·재택의료 안하는 이유? "외래 수익보다 낮아서”

의료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의사들 '기회비용'에 고민 어려운 환자 발굴, 복잡한 행정절차도 문제로 꼽혀

2023-11-01     송수연 기자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방문진료와 재택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의사 참여율은 낮다. 의사들은 그 이유로 ‘기회비용’을 꼽았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시간과 품은 더 드는데 수익은 더 적다는 것이다. 방문진료나 재택의료를 원하는 환자를 찾기도 어렵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문진료·재택의료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19년 12월 시작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과 2022년 12월부터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대한 인식 조사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개원의 339명을 대상으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6월 기준 시범사업에 지원한 의원 930곳 중 194곳만 방문진료에 참여했다. 한의원이 444곳으로 의원보다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0%가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알고 있었다(모른다 41.0%). 응답자 중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개원의는 65명이다. 이들은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35.4%)와 ‘환자의 요구’(33.8%)에 의해 참여했다고 답했다. 수입에 도움이 돼서 참여한다는 응답은 15.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범사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60%로 불만족이라는 응답(40%)보다 많았다.

시범사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의 어려움’(32.3%) 때문이었다. 진료비 신청 등 행정절차가 복잡(20.0%)하고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16.9%)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병원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13.8%였다.

방문진료·재택의료 의사 인식조사 결과(자료제공: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외래 진료 감소에 따른 기회비용 때문에 안 한다”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개원의 274명도 그 이유로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을 가장 많이 꼽았다(22.6%). 방문진료 수가가 너무 낮고(15.3%), 지원 인력이 부족하다(13.9%)는 의견도 많았다. 홍보 부족으로 미리 알지 못해서 참여 기회가 없었다는 응답도 17.9%였다. 향후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6.6%였다(참여 의향 없다 43.4%).

방문진료 시범사업 개선 사항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57.8%가 수가를 꼽았다. 의사 진료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31.0%, 방문진료 지원인력 수가 개선은 26.8%였다. 16.8%는 진료비 신청 등 행정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84.1%는 방문진료 시 동반하면 수가를 가산해주는 인력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만 수가 가산 인력에 포함돼 있다. 환자 특성과 진료 내용, 소요 시간에 따라 수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개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87.6%였다.

재택의료 인식조사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원 6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시범사업에는 의료기관 28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10곳이 의원이다. 내원이 어려운 장기요양 수급자를 대상으로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사회복지사 1명 이상이 팀을 이뤄 가정을 방문해 재택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재택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환자 50~70명은 확보돼야 하지만 등급 판정자 확인 불가 등의 이유로 환자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환자 본인부담률이 30%로 너무 높고 인건비도 부담된다고 했다.

이에 의료정책연구원 임선미 연구원은 “환자 발굴을 위한 적합한 인프라를 마련해야 하며 낮은 수가체계를 조정하고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 등 초기 정착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며 월 100회인 방문진료 청구건수 제한도 150회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용산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진료·재택의료 의사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청년의사).

‘의대 증원보다 방문진료·재택의료 활성화가 현실적인 정책’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대 신설 등을 추진하는 것보다 방문진료와 재택의료에 더 많은 의사가 참여하도록 활성화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원장은 “일본이나 대만 사례만 봐도 의대 신설해 운영하는 것보다 방문진료·재택의료 제도를 개선해 의사 참여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낫다”며 “제도를 조금만 개선하면 통합의료돌봄체계를 1차 의료 중심으로 잘 떠받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방문진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기회비용을 얘기한다. 외래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더 나은지를 따질 수밖에 없다. 적절한 수가 책정이 필요하다”며 “재택의료도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인건비, 관리비 등을 빼면 평균 이하 수익이다. 기회비용을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가는 일본 사례 등을 검토해 “적절한 선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 구인난을 지적하며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수가 가산 인력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하는 게 필요하다며 “수가 차이를 두더라도 간호조무사를 포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해 은퇴한 시니어 의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13~15년 뒤에나 의사 인력을 양성하는 정책이지만 시니어 의사 인력을 지금 당장 투입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