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장비 과잉 공급…간호사 불법의료 내몰려"
간협, MRI 등 병원 의료기기 보유 대수-방사선사 인력 분석 의료장비 1대 당 방사선사 수 0.32명에 불과 "방사선사 부족으로 간호사 타 직역 업무 수행"
의료기관들이 고가의 의료기기를 대로 구매하지만 정작 이를 운용할 방사선사 인력이 장비 1대 당 1명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간호사가 해당 업무를 맡게 되며 불법의료 행위자로 내몰린다는 주장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통계’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고가의료장비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간협에 따르면 병원이 보유한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디지털 일반엑스레이촬영장비(DR X-ray), 초음파영상진단기, C-Arm형 엑스선 장치 등 의료기기 대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MRI의 경우 지난 2018년 1,290대였던 기기 수가 2022년 1,572대로 5년 사이 21.86%(282대)가 늘어났다. CT는 1,497대에서 2022년에 1,724대가 설치됐으며 15.16%(227대)가 증가했다.
일반엑스레이촬영장치도 2018년에 의료기관에 6,597대 설치돼 있었지만 2022년 7,831대로 5년 동안 18.71%(1,234대) 늘었다. C-Arm형 엑스선장치의 경우 2,724대에서 2022년 3,183대로 총 459대(16.85%) 늘었다. 초음파영상진단기의 경우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2018년 1만1727대였던 기기 수가 2022년 1만5,172대로 5년 사이 29.38%(3,445대) 증가했다.
종별로 살펴봤을 때 2022년 기준 종합병원에 1만802대 설치돼 있었으며 ▲병원 1만1,001대 ▲상급종합병원 5,591대 ▲요양병원 2,088대 순이었다.
대표적인 고가 장비인 MRI와 CT로만 한정했을 때도 병원이 가장 많은 수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병원에 MRI 803대, CT 753대가 설치돼 있었으며 그 외 종합병원(MRI 547대, CT 648대), 상급종합병원(MRI 221대, CT 318대), 요양병원(MRI 1대, CT 5대) 순이었다.
문제는 의사의 지도 하에 영상진단·방사선 치료를 수행할 전문 인력인 방사선사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간협의 지적이다.
간협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만4,940명이었던 방사선사는 2022년 기준 3만1,427명으로 5년 동안 6,487명 늘었다. 종별로 구분했을 때 종합병원의 경우 5,787명에서 7,310명으로 증가했으며 상급종합병원은 4,035명에서 5,358명, 병원은 4,305명에서 5,024명으로 늘었다. 반면 요양병원의 경우 2018년 1,366명에서 1,359명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이를 의료 장비 수로 계산하면 장비 1대당 이를 운영할 방사선사 인력은 채 1명도 되지 않는다. 병원의 경우 장비 1대당 방사선사 0.32명으로 가장 낮으며 이어 요양병원 0.42명, 종합병원 0.50명, 상급종합병원 0.75명에 불과했다.
이에 간호사가 부족한 방사선사의 업무를 대신 맡게 되며 업무 침해 논란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간협은 “병원 운영자인 병원장이나 의사가 불법으로 타 직역의 업무 수행을 지시하면 간호사는 업무상 위력 관계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 의료기관에서 간호사가 불법의료행위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고가의료장비를 앞다퉈 도입하면서 영상 검사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영상의학과전문의 부족, 과도한 판독업무 담당으로 인한 정확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또 의료비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