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3] 요로상피암 1차 치료 ‘왕좌’ 차지한 키트루다‧파드셉

30년만의 요로상피암 1차 치료제 변화…사망 위험비 53% 감소 ‘P+EV’ 약진에 옵디보‧바벤시오 등 요로상피암 처방 급변 예고 박인근 교수, “옵디보 조합도 처방 가능하지만 대상 많지 않아”

2023-10-23     김찬혁 기자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런던대 바트암센터 토마스 B. 파울스(Thomas B. Powles) 교수 KEYNOTE-A39(EV-302)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청년의사).

[마드리드=김찬혁 기자] 22일(현지시간) 유럽암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가 열리는 이페마 컨벤션센터 마드리드 홀에서 열띤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국소 진행성 전이성 요로상피암(la/mUC)에 대한 키트루다(성분명 펨블롤리주맙)와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OS) 개선 효과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이다.

이날 MSD의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아스텔라스제약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파드셉의 병용 투여는 표준 치료요법인 항암화학요법 대비 위험비를 53% 낮추며 30여년 만에 요로상피암 1차 치료 교체를 이뤄냈다.

특히, 기존 표준요법인 시스플라틴을 처방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까지 치료 혜택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아울러 키트루다는 그간 화학요법이 표준치료(SOC)이던 요로상피암에서 면역항암제가 근본 치료제(백본)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공개된 KEYNOTE-A39(EV-302) 시험은 MSD와 아스텔라스가 공동 진행한 임상시험으로, 국소 진행성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파드셉(P+EV) 병용 투여의 1차 치료 효과를 확인한 3상 임상시험이다.

PD-L1 발현율에 관계없이 이전에 치료받은 적 없는 국소 전이성 진행성 요로상피암 환자 886명을 1:1로 무작위 배정 됐으며, 1일차와 8일차에 파드셉(1.25 mg/kg, 정맥주사), 1일차에 키트루다(200 mg, 정맥주사) 또는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을 3주 간격으로 투여했다.

1차 평가 변수는 BICR가 평가한 RECIST v1.1에 따른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이다. 2차 평가 변수에는 전체 반응률(ORR)과 안전성이 포함됐다.

KEYNOTE-A39(EV-302) 임상시험 데이터 발표 현장. 행사장에서 가장 넒은 공간 중 하나인 마드리드 홀이 가득 찼다(©청년의사).

이날 발표를 맡은 런던대 바트암센터 토마스 B. 파울스(Thomas B. Powles) 교수에 따르면, 데이터 컷오프 시 추적 관찰 중앙값은 17.2개월이었으며, mPFS는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과 화학요법이 각각 12.5개월 대 6.3개월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에서 PFS가 유의하게 연장돼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5% 감소시켰다(HR=0.45 [95% CI: 0.38-0.54] P<0.00001).

특히 또 다른 1차 평가 변수인 mOS는 각각 31.5개월과 16.1개월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이 화학요법 대비 유의하게 연장해 사망 위험을 53% 감소시켰다(HR=0.47 [95% CI: 0.38-0.58]; P<0.00001). ORR은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과 화학요법 치료군에서 각각 67.7%와 44.4%였다(P<0.00001).

3등급 이상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TRAE)는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군의 55.9%, 화학요법 치료군의 69.5%에서 발생했으며, 가장 흔한 부작용은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의 경우 황반구진 발진(7.7%), 고혈당증(5.0%), 호중구 감소증(4.8%)이었고 화학요법의 경우 빈혈(31.4%), 호중구 감소증(30.0%), 혈소판감소증(19.4%)이었다.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군의 가장 흔한(≥5%) 3등급 이상의 TRAE는 피부 반응(15.5%), 말초 신경병증(6.8%), 고혈당증(6.1%)이, 가장 흔한(≥5%) 3등급 이상의 치료 관련 중대한 이상 반응에는 중증 피부 반응(11.8%)이 포함됐다.

이날 토마스 B. 파울스 박사는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이 이전에 치료받은 적 없는 국소 진행성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치료 결과를 유의하게 개선해 화학요법 대비 PFS 및 OS 중앙값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날 프레지덴셜 세션의 토론자를 맡은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Institute, NCI) 안드레아 아폴로(Andrea B. Apolo, MD) 비뇨생식기 악성종양 분과 센터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이 국소 진행성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새로운 1차 치료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ESMO 현장에서 만난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교수 모습.

해당 발표 직후 만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이번 데이터에 대해 “30년 만에 1차 치료가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생존 기간을 2배 연장시켰다. 이런 일은 정말 드문 일이다. ORR도 높고 DOR도 길다는 장점이 있다. 반응이 너무 좋게 나와서 한동안은 이걸 이기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또 “신기능 이상 등으로 시스플라틴을 처방하지 못하는 환자가 전체 요로상피암 환자의 40~50% 정도 된다. 시스플라틴에 이(耳)독성이 있어 청력 저하가 우려되는 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없다”며 “이른바 시스플라틴 인엘리저블(Ineligible) 환자에게도 좋은 효과를 보여 의미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문제는 발표 후 토론에서도 제기된 것처럼 가격, 그리고 독성 관리 문제인데 독성 관리는 앞으로 의사들이 익숙해져야 할 문제다. 신경 독성이 상당히 발견되는데 향후 (처방 주기) 중간에 파드셉 투약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식의 관리가 이뤄질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같은 날 발표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BMS‧오노약품공업)+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 임상(CheckMate 901) 결과에 대해선 “가령 피부 질환이 심하다거나 비용 등을 이유로 키트루다+파드셉을 못 쓰는 분들에게는 옵디보 조합을 써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신경 독성 때문에 옵디보 조합을 쓸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경 독성 문제는 시스플라틴 때문에 옵디보 조합에서도 생길 거고, 뭣보다 옵디보 조합은 시스플라틴을 쓸 수 있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대상 자체가 매우 한정돼 있다”면서도 “시스플라틴이 여전히 효과가 좋은 약제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또 국내에서 백금 화학요법을 받고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1차 단독 유지요법으로 승인받은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 머크)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환자가 반응을 할지 안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P+EV를 써야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는 없고, 임상의 입장에서는 반응이 가장 좋은 약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박 교수는 1차 치료요법 변경으로 인해 기존 표준요법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을 대조군으로 하는 다수의 임상시험의 결과 해석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지금 키트루다+파드셉 조합으로 네오어쥬번트(수술 전 보조요법)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실험군이 키트루다+파드셉, 대조군이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인 식이다. 이 상황에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이 네오어쥬번트 세팅에 성공하면 보조요법인 옵디보는 사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처럼 개선된 치료 혜택에도 국내에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의 처방이 확대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 교수는 “비용이 가장 큰 문제다. 국내에서 파드셉을 쓸 수는 있지만 3차로 허가된 상황이다. 게다가 키트루다 파드셉 병용을 비급여로 쓴다는 건 어렵다.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이 나올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내년 중후반이 돼야 표준치료로 자리 잡지 않을까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