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제약바이오 시장, 반등 모멘텀은?
산업계, 자금 경색 한목소리…공매도‧법차손 제도 지적도 허혜민 애널리스트 “메가버스터 비만치료제 등장은 기회”
국내외 제약바이오 산업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재 경색된 산업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23 KoNECT 국제 컨퍼런스(KoNECT International Conference, 이하 KIC)’가 개최됐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 개최하는 KIC는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이날 오전에는 다이이찌산쿄 코이치 미야자키 임상개발 부사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신약개발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크쇼가 이어졌다.
UNIST 백승재 교수와 드림씨아이에스 강성식 전무(흉부외과 전문의)가 좌장을 맡고 지아이이노베이션 장명호 임상총괄 사장,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대표, 김앤장법률사무소 이성길 위원, 메디라마 문한림 대표,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김재은 대표, 트리힐파트너스 알리 파샤자데(Ali Pashazadeh) 회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패널들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투자가 감소했고, 국내 바이오기업 다수가 자금 조달 악화로 인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김재은 대표는 “다행스럽게도 올 여름 투자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며 “최근 회사 문을 두드리는 구직자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직 사유를 보면 전 직장의 경영 악화가 대부분”이라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해외 바이오기업의 경우 기업 공개(IPO) 외에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출구(엑싯)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국내 바이오기업의 M&A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아이이노베이션 장명호 사장은 “비상장 바이오 기업이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책정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투자 후에 주가가 하락해 배임 혐의가 발생할까 우려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바이오 산업에 M&A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먼저 2대, 3대 전략적 투자자(SI)로 투자를 진행해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회사가 제대로 경영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면 향후 M&A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대표는 “국내 바이오기업 간 M&A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주식스왑 방식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고 결국 승계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바이오기업이 적정 주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데는 공매도와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 해외와 달리 국내 공매도 제도는 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부와 거래소에서 관련 제도와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법차손도 기업에겐 골치다. 돈이 있어도 임상에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현재 상장돼 있는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지 않으면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도 제대로 된 가치를 부여받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해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력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 바이오 섹터 주가가 계속해서 바닥을 지나고 있다며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충분한 유동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같은 대장주의 출현 ▲글로벌 메가버스터(연 10조원 매출 달성)의 등장 등 3가지 반등 모멘텀 조건을 꼽았다.
허 애널리스트는 “아직 유동성 상황은 어렵지만 희망적인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주가를 주도하고 있고, 과거 키트루다와 옵디보 때와 같이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점”이라며 “유동성이 받쳐줄 경우,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술기업상장부장을 역임하며 바이오기업들의 상장 심사를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 이성길 위원도 앞으로의 바이오기업 상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이 위원은 “2021~2022년 거래소의 심사가 좀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측면이 있었고, 이 때문에 미승인 통보를 받거나 중간에 자진 철회하는 기업들이 있었다”며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거래소도 바이오 기업 상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전문성 강화를 위해 관련 인사 초빙도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