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돌보나" 커져가는 중장년층 돌봄 고민

돌봄과 미래, ‘중장년층 돌봄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 공개 ‘자녀의 돌봄 원치 않아’ 83%…‘돌봄 서비스 부족’ 84% 김용익 이사장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정착·확대 법안 필요”

2023-09-21     김은영 기자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돌봄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연로한 부모 등 가족 돌봄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중장년층 10명 중 9명은 돌봄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돌봄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45세부터 69세 중장년층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돌봄 실태 조사’ 결과, 돌봄 가족이 있는 경우 집에서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는 응답자 433명 중 55.4%는 가족이 돌봄을 전담하고 있었다. 가족 돌봄과 돌봄 서비스를 병행해 이용하고 있는 경우는 26.8%였다. 가족 돌봄 하루 평균 시간은 ‘가족이 전적으로 돌봄’은 8.1시간, ‘가족과 요양보호사가 함께 돌봄 병행’은 6.4시간으로 평균 7.3시간이었다.

중장년층 돌봄 실태 및 인식조사(자료제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돌봄으로 인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강도는 상당했다.

이들이 가족 돌봄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경험은 ‘가족 돌보는 일에 책임감을 느낀다’가 92.4%로 가장 높았고, 동시에 ‘충분히 잘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64.4%였다. ‘돌보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음’도 58.7%였으며 54.0%는 나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심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도 컸다. ‘돌봄으로 인한 노동, 여가시간 부족’이 71.8%였고, ‘돌봄에 필요한 의료비, 간병비 등 경제적 부담’은 69.3%였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시설 찾기’와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을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각각 62.1%, 55.9%였다.

‘돌봄 끼인 세대’ 중장년층…“자녀 돌봄 원치 않아”

특히 우리나라 중장년층은 부모 돌봄을 전담하지만 자녀는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돌봄 끼인 세대’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로부터 돌봄 받기를 원치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 조사대상의 82.8%에 달했다.

중장년층은 돌봄 필요 시 원하는 방식을 ‘집에서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도움’이 44.8%로 가장 많았고, ‘시설 돌봄’이 43.9%였다. 하지만 돌봄 시설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66.3%가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비자발적인 선택’이었다.

중장년층 돌봄 실태 및 인식조사(자료제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돌봄 시설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돌봄 시설을 꺼리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요양시설 밖을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거나(84.6%), 요양시설에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81%)라는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해 ‘자기 결정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또 임종을 맞이하길 원하는 장소로는 ▲호스피스 병동이나 시설 45.4% ▲내가 사는 집 36.6%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10.2%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7.8% 순이었다.

초고령화 사회 대비, ‘돌봄’ 체계적 정책 必

중장년층의 95.5%는 앞으로 돌봄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에 대해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이 83.9%로 압도적이었다. 연령대별로 45~49세가 92.4%, 50~59세가 84.1%, 60~69세가 79.1%로 나타나 부모를 직접 돌보는 연령대일수록 높았다.

향후 돌봄 서비스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80.4%였다. 가장 필요한 돌봄 지원은 ‘의료비나 간병비 등 경제적 지원’이 73.2%,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 돌봄 인력 지원이 55.8% 순이었다.

중장년층 돌봄 실태 및 인식조사(자료제공: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돌봄과 미래는 지역사회 돌봄이 정착되고 확대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돌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본인과 가족은 인구 절반에 달한다. 돌봄 문제는 이미 대부분 가정의 절박한 문제이고 재난 수준에 와있다”며 “중앙정부가 속도를 내고 노력해야겠지만 국회도 시급히 법안을 만들어 지역사회 돌봄이 정착되고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돌봄과 미래는 돌봄 부담을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도록 ‘전국민돌봄보장’ 실현을 목표로 지난해 9월 설립된 공익법인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