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되나 아니면 요양시설로?

김기주 부회장, 요양병원·장기요양시설 역할 혼재 지적 "의료·요양·돌봄 서비스 연계·조정…요양병원 전문화 등 필요" 政 "시스템 변화 필요성 동감…전문화하려면 근거 필요"

2023-09-20     김주연 기자
대한요양병원협회는 2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회관에서 ‘2023년 추계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청년의사).

지역사회에서 노인 환자에 대한 연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의료·요양·돌봄 통합서비스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위해 우선 요양병원과 장기요양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김기주 부회장(선한빛요양병원장)은 2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회관에서 열린 ‘2023년 추계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기주 부회장은 노인의 경우 의료와 요양에 대한 복합적 욕구가 존재하지만 요양병원과 장기요양기관 간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아 질환과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의료기관과 징기요양시설이 각각 독립적인 보험제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각 기관의 입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입소자 특성이 중복되고, 의료와 요양서비스가 연계되지 않아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아직 급성기와 만성기·요양기를 이어주는 아급성기에 대한 서비스 공급이 제한적”이라며 “의료기관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으며 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 간 불명확한 역할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어머니가 치매이신데 요양병원으로 가야할까요? 아니면 요양시설로 가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누군가는 합리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의료나 요양 시스템에서 적절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 판단은 고스란히 환자와 환자 가족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요양병원과 요양기관 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동시에 연계를 강화해 지역사회에서 의료·요양·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료·요양·통합 돌봄 시스템 관련 법률 제정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무로 규정 ▲주기적 환자평가 실시 ▲의뢰와 회송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의료기관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에게 한정해 제공하고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장기요양기관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노인의 상태와 욕구를 기반으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연계·조정을 통해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근거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무를 통해 노인의 기능과 신체적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요양병원과 장기요양기관에 입소한 노인에 대한 주기적 평가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필요에 따라 각 기관으로 의뢰·회송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요양병원의 퇴원환자에 대한 재택치료와 방문재활을 허용하고 요양병원의 전문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요양병원의 장기적인 입원을 억제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지역별로 있는 요양병원을 활용하면 지역사회 중증 노인환자의 주치의 역할도 가능하다”며 “요양병원에 전문병동 도입 등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지면 노인의 지역사회 복귀를 촉진할 수 있다. 이처럼 의료비를 절감하고 사회에서 노인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김기주 부회장은 지역사회에서 의료·돌봄 통합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청년의사).

패널토의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이 어려운 현실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의료와 복지 서비스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구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기에 좋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수가화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반면 장기요양기관에서는 간단한 간호 서비스조차도 제공하지 못한다”며 “근본적인 칸막이가 있으며 서로 양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노인의료는 필수의료만큼이나 중요한 주제지만 소외돼 있다는 인식이 크다”며 “간병 급여화, 일당 정액 수가 현실화 등 지원과 함께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의 시각을 바꿔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요양·돌봄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요양병원 기능 강화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요양·돌봄에서 여러 시범사업을 하고 있으나 다양한 모형 등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감한다”며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를 중심으로 서비스 공급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수요자가 최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그러나 요양병원 전문화, 전문병동과 관련해선 타당성이 중요하다.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 얼마큼 환자 만족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 기반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