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사망 원인에서 '암' 제거하겠다는 아스트라제네카
[인터뷰] 아스트라제네카 의학부 항암 부문 총괄 수닐 버마 수석 부사장 "혁신 치료제 개발 및 조기 공급 통한 정밀의료로 회사 비전 실현할 것"
지난 9~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회의(IASLC 2023 WCLC)에는 폐암 치료에 이정표가 될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그 중 아스트라제네카는 유독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는데,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은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4기 폐암 1차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연 FLAURA2 연구로 학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플레너리 세션 주제에 선정돼 전세계 폐암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뿐만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학회에서 타그리소를 포함해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 차세대 약물-항체복합제(ADC) 등 자사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40여 건의 발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싱가포르 현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의학부 항암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수닐 버마(Sunil Verma) 수석 부사장을 만나 폐암 치료 영역에서 회사의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들었다.
-이번 학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데이터가 굉장히 많이 발표되며, 폐암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는데.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번 세계폐암학회에서 40건 이상의 초록을 발표하는 등 여러 성과를 공유할 수 있었는데, 그 배경 설명을 위해서는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00년도 초반 최초의 EGFR TKI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를 개발했다. 이레사를 통해 우리는 EGFR 돌연변이 자체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2009년에 발표된 IPASS 연구는 이레사가 환자들의 치료에 매우 중요한 약이라는 것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표적치료라는 영역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중요한 이정표를 만드는 기반이 됐다. 몇 년 후, 우리는 3세대 EGFR TKI인 '타그리소'라는 새로운 약제를 개발했다. 이레사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으면서 내성을 극복하고, 내약성 측면에서도 환자들이 잘 견딜 수 있는 약제 개발이 매우 중요했는데, 실제로 2018년과 2019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통해 이레사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타그리소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이러한 여정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는 과학과 연구를 기반으로 폐암에서 혁신 치료제를 개발하고, 폐암 치료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단 자신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가 진행하고 있는 폐암 관련 임상연구에 (2021년 이후에 시작한 연구 기준) 전세계 5,000명 이상의 폐암 환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 중 글로벌 3상 임상만 해도 약 15개에 달한다. 우리는 전세계 폐암 환자들을 위해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유산(heritage)을 기반으로 향후에도 지속해 폐암 치료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실제 이번 학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세계 폐암으로 치료받는 환자 절반 이상에게 자사의 항암제를 공급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암 연구 전략은 중요한 포부(ambition)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전세계 주요 사망 원인에서 '암'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완치(cure)를 해낼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치료제 개발 면에서 현재 우리의 연구는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째는 타그리소와 같은 표적항암제, 둘째는 약물-항체복합제(ADC)이며, 셋째는 면역함암제로 실제 아스트라제네카는 면역요법 부문에서 새로운 물결(the next wave)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마지막 넷째는 이 치료제들의 조합을 통해 어떻게 효과적인 병용요법 전략을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주요 전략은 이러한 혁신 치료제를 조기 단계에서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조기 단계에 환자를 진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건의료 체계와 협력하고, 환자에게 개별화된 맞춤치료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진단 도구를 개발하는 노력을 포함한다.
폐암 치료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폐암 환자의 60~70%는 진행성 단계에서 진단되는데, 이 경우 사실상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폐암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우리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방암의 경우 약 85%의 환자가 조기에 진단되는 것에 비해, 폐암 환자들은 약 30%만이 조기에 진단된다는 차이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또한 과거에 환자가 조기 단계에서 암을 진단받으면 수술을 먼저 받은 다음 항암치료를 하는 보조요법을 진행했는데, 이는 이미 수술을 통해 암덩어리가 제거된 상태이다 보니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보조요법이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지를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때문에 수술 후에 진행하던 항암치료를 수술 앞단으로 가져오는 신보조요법이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실제 이 치료제의 효과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판단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런 접근법은 조기에 진단된 환자에서 새로운 약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빠르게 확인하고, 만약 효과적이지 않다면 다른 치료제로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생존기간을 개선하는 혁신치료제를 개발하고, 이를 조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고, 암을 조기에 진단하면서 개인에 맞춰진 정밀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폐암 치료를 받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혁신 치료제를 전달한다는 비전을 달성하고자 하며, 이미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회사의 비전에 따르면, 환자 접근성이 핵심 과제로 보이는데, 아직 저개발 국가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환자 접근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 회사가 어떠한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치료제는 오직 환자에게 제공됐을 때 가치가 있다. 의학부의 관점에서 환자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노력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임상에 다양한 환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임상연구가 전세계 모든 환자들을 대표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환자를 참여시켜 궁극적으로 치료제의 혜택이 다양한 인종과 지역의 환자들에게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로 회사는 연구 개발을 통해 우리의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약간의 개선(marginal improvement)이 아닌 확실한 개선(definitive improvement)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우리는 전세계 각 지역의 보건당국 및 의료진들이 우리 치료제가 해당 지역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임상연구를 계획하고, 또 여기서 확실한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전세계의 다양한 환자들의 우리 치료제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에서는 꽤 오랫동안 타그리소의 1차 치료 급여가 지체되고 있는데,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나 역시 캐나다에서 임상 진료를 했던 의사로서 캐나다도 한국과 비슷한 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급여 결정에 굉장히 다양한 이해관계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를 제공해주고 싶고, 환자는 가장 좋은 치료를 받길 원하며, 정부는 객관적으로 다양한 약들의 효과를 비교 분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어떤 치료제가 기존 약제에 비해 상당한 치료 결과를 이끌어냈고 이러한 결과를 명확하게 입증했다면, 헬스케어 시스템은 해당 약제가 환자에게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환자들에게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근거가 확실하다면 말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타그리소 1차 치료가 급여되길 굉장히 바라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그리소처럼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은 환자들의 삶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헬스케어 시스템 전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점을 한 번 더 말하고 싶다.
-앞서 폐암의 조기 진단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한국은 흡연자를 대상으로 폐암 검진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다만 한국 폐암 환자 중 비흡연 암종인 EGFR 변이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해당 검진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폐암 환자에서 보이는 위험인자는 서양인과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다. 아시아에서 폐암 검진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나라로 대만을 꼽을 수 있는데, 대만 연구에 따르면 폐암에 있어 흡연보다 가족력이 보다 큰 위험인자로 작용한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 결과로 현재 대만에서는 45세 이상의 여성에서는 흡연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지속적이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누구를 대상으로 폐암검진을 진행해야 하는지, 비흡연자를 포함해 남성과 여성에서 위험인자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계속해서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암 사망자 4명 중 1명이 폐암 환자라고 알고 있다. 현재 훌륭한 국가검진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캠페인 등을 통해 흡연을 하지 않아도 가족력과 같은 다른 위험요소로 인해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한국 의료진과 함께 비흡연자에서 비소세포폐암과 관련 위험인자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데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회사의 비전 달성을 위해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아스트라제네카는 글로벌 표준치료제로 자리잡은 타그리소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내성 기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실제 EGFR TKI 치료 후 약 30%의 환자에서는 MET 돌연변이로 인한 약제 내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환자들에게 MET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중요한 옵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린 '사볼리티닙(Savolitinib)'이라고 하는 MET 표적치료제를 이용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MET 변이와 상관없이 별개의 내성기전을 가진 환자들에서는 이를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분야에서는 ADC가 중요한 접근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면역치료와 관련해 회사는 이중항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중항체란 두 개의 팔을 가진 약제로, 하나는 암세포를 인식하고 다른 하나는 면역반응을 매개하는 데 작용한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세 개의 이중항체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데, PD-1과 CTLA-4, PD1과 TIGIT, 마지막으로 PD1과 TIM-3(면역항암제의 내성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인자)에 작용하는 약제다.
마지막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ADC가 암세포 사멸에 굉장히 중요한 작용을 하고 면역항암제의 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작용한다는 점에 집중해, ADC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통해 환자들에게 훨씬 더 개선된 치료 효과를 전달하고자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한국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에게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이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전체 항암제 임상이 가장 많이 진행된 'Top 3' 국가였고, 올해는 미국 다음인 'Top 2' 국가가 됐다. 항암제 임상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 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전세계 두 번째일 정도로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연구 개발에 있어 한국은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의료진의 환자를 치료하는 수준이나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수준은 전세계의 본보기가 될 정도로 굉장히 훌륭하다. 이것이 아스트라제네카가 계속해서 한국에서 많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이유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관계를 지속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