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독감처럼? “의료체계 과부하 실상 드러날 것”
질병청, 23일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예정 병원 마스크 착용 의무→권고 전환엔 이견 “국민·의료인 알아서 대응하는 각자도생 국면”
방역 당국이 조만간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하향할 예정이어서 의료 현장이 긴장하고 있다. 위기단계가 조정되고 방역 조치도 완화되면 의료체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기관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뀔 경우 원내 감염 확산도 우려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1일 오후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자문위는 이달 중 4급 전환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거쳐 오는 23일 오전 11시 코로나19 4급 감염병 전환과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 시행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4급 전환은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일반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위기단계가 2단계로 조정되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비 등 각종 지원이 중단되거나 축소된다. 병원급 의료기관과 요양원 등 감염취약시설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바꾸는 방안도 포함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코로나19 관련 수가도 일반의료체계에 흡수하기보다는 대부분 종료된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앞으로 국민과 의료인이 각자도생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코로나19 각자도생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4급 전환 시 코로나19 전수 감시가 표본감시로 바뀌고 주간 발생 현황과 위험도 평가 발표도 중단돼 “코로나19가 깜깜이 대유행해도 국민과 의료인은 발생현황을 알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최신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지적하며 ‘국민과 의료인의 각자도생 전략’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국민은 스스로 알아서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의심되더라도 자부담으로 검사해야 하므로 진단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고위험군은 코로나19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돼 병원 입원 치료가 필요하므로 의료체계 과부하 실상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병원 현장에서는 의료진 중 확진자가 속출하고 코로나19 중증환자 진료로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의료기관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의료기관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 감염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모순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인은 1만670명이며 이 중 의사는 1,695명, 간호사 5,898명이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의료인 15명 중 의사는 9명, 간호사 2명으로 치명률은 의사 0.53%, 간호사 0.034%로 간호사 대비 의사가 16배 높았다”며 “의사는 환자와 밀접 접촉이 많고 평균 연령이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의료인은 본인도 지키고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가을에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도 ▲기본위생수칙 준수 ▲고위험군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기침·인후통·발열 증상 시 신속한 코로나19 검사 등을 통해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다시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회상되는 시점”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도처에 환자가 횡행하는 유행상황을 인지하고 주의하는 사람은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