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수가제’로 요양병원 경영난 심각…욕창이라도 풀어달라”

요양병원협회, "물가 치솟는데 15년간 정액수가제 묶여 경영난" 남충희 회장 “고사 직전 몰린 요양병원 배제 말고 지원해야” 촉구

2023-07-17     김은영 기자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요양병원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정책으로 요양병원들이 고사 직전에 몰렸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청년의사).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요양병원들이 정부를 향해 수가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08년 ‘정액수가제’로 묶인 이후 15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수가 개선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요양병원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정책으로 요양병원들이 고사 직전에 몰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남충회 회장은 “최근 5년간 최저 시급은 40~45% 올랐지만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는 지난 5년간 합쳐 8.7% 오른 게 전부”라며 “더욱이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제로 묶여 지난 2008년에 머물러 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15년 전 자료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15년 전 입원료가 2만7,000원 정도 됐다. 다인실의 경우 보험 급여가 4만~5만원이었다. 당시 수가에 계속 머물러 지금은 인건비 등 물가가 올랐음에도 예전 방식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며 “매년 물가가 오르면 2~3년에 한 번씩이라도 손을 봐줬어야 했는데 계속 묶어 놓기만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고도 했다.

요양병원협회는 욕창 수가 등 일당정액제로 묶여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성백 총무위원장은 “수입은 예전보다 올랐지만 지출을 따라잡지 못해 힘이 든다. 요양병원의 90%는 적자 상황”이라며 “포괄수가제에 너무 묶어 놓지만 말고 욕창 치료만이라도 행위별 수가제로 풀어 달라는 게 협회 바람이다. 욕창 치료제는 재료대만 비용이 엄청나다”라고 말했다.

간병 급여화도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요양병원의 숙제 중 하나다. 요양병원협회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의료 필요도가 높은 동시에 간병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 급여화를 우선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병 급여화를 위해 10만명 서명운동도 추진 중이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에 한해 간병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체 국민 입장에서 요양병원이든 요양시설이든 간병 필요도와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군은 간병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간병 급여화 정책 추진을 위해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벼랑 끝에 몰린 요양병원협회는 ‘플랜B’도 고민하고 있다. 간병 급여화 등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와 전략적인 물밑 접촉도 과감하게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총무위원장은 “간병 급여화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원이 필요하니 이를 확보하기 위해 요양병원 사회적 입원 등을 퇴출하는 의료와 간병 고도 환자들에게 시범사업이 아닌 본사업으로 간병 급여화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정부와 이런 논의의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총무위원장은 “사회적 입원 등 퇴출로 환자가 줄면 병실도 6인실에서 4인실로 더 좋아질 수 있다”며 “감염에 취약했던 부분도 해소될 수 있고 요양병원 질을 높여 고급화 시키면서 역할과 기능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를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줄세우기식’ 상대평가로 하위 5% 요양병원은 가산수가가 환류 됨에 따라 경영난에 문을 닫는 곳들이 늘고 있다는 것. 요양병원협회는 적정성 평가 틀을 바꾸기 위한 헌법소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남 회장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으로 적정성 평가를 하고 2주기 3차 평가부터 종합점수 하위 5% 요양병원에 대해 6개월 간 각종 가산수가를 환류하면 매년 50~70개 요양병원이 문 닫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10년 뒤 살아남을 요양병원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차별, 배제를 멈추고 만성기 치료, 재활, 투석, 호스피스, 감염, 암 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