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회원 징계 손발 묶인 의협 “제 식구 감싸기? 답답하다”

최근 회원 2명 복지부 행정처분 의뢰 자율징계권 없어 조사도 징계도 어려워

2023-07-10     송수연 기자
대리수술 의혹 사건이 또 발생하자 의료계 내에서도 "썩어빠진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청년의사).

대리수술 의혹 사건이 또 발생했다. 그리고 비난 여론은 의료계 전체로 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에도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자율정화특별위원회에서 사실 확인을 거친 뒤 해당 회원을 징계하겠다고 했다.

대리수술 논란이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의협은 매번 자율정화를 강조하며 징계 절차를 밟았다. 자율정화특위도 2년 전인 2021년 6월 발생한 대리수술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구성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자율정화특위가 구성된 이후 대리수술 사건으로 의협에서 징계를 받은 의사는 없다. 중앙윤리위원회 회원 징계도 제명까지 할 수 있도록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규정이 개정되지 못했다. 중윤위 규정은 대의원회총회를 통해야 개정될 수 있다. 현재 최고 수위 징계는 ‘회원 자격 정지 3년’이다.

그렇다고 의협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리수술이나 폭행 등 문제를 일으킨 회원에 대해서는 상임이사회 의결을 통해 중윤위로 회부해 왔다. 이들 중 2명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대리수술 의혹이 제기된 의사를 의협이 직접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의협은 자율징계권이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징계 수위를 높여 문제 회원을 제명해도 의사면허는 유지된다. 복지부에 의사면허자격 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행위도 의료법 위반사례로 묶여 있다. 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조차 의뢰할 수 없다. 사법 절차가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징계도 부담이다.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의협 중윤위가 징계를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원인 중 하나다.

의협이 자율징계권 확보와 ‘의사면허관리원’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진국 대부분은 독립적인 의사면허관리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그 안에서 이뤄진 징계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일례로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관리기구(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Ontario, CPSO)가 있다. CPSO가 징계를 결정하면 이는 법원 1심 판결로 인정받는다. 징계를 받은 의사가 이에 불복하면 법원에서 2심이 진행된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 5일 용산구 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대리수술 근절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의협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지난 5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답답하다. 의협에 자율징계권이 있으면 대리수술 등 문제를 일으킨 회원들을 강력하게 징계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사실 확인도 어렵고 중윤위가 징계를 결정하더라도 또다시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해야 한다.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협이 잘못된 회원을 감싸주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번 집행부 들어와서는 비윤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회원에 대해 강력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에도 문제가 있는 회원 2명에 대해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중윤위도 징계 심의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갖춰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자율정화특위에서 사건을 인지해서 조사하면 상임이사회에서 그 결과를 두고 논의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중윤위에 징계를 요청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 절차가 모두 공개되지 않고 징계 결과도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의협이 문제 회원을 일부러 감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