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건 피의자 된 전공의…구명 나선 의료계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 의협·대전협 대책 마련 부심…"불합리한 수사 철저히 따질 것" 개인 책임 전가에 필수의료 위축 우려 고조 "처벌 대신 대책을"
지난 3월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중증외상 환자 사망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어 의료계에서 구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 A씨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6일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사망한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 행정처분된 4개 응급의료기관 중 하나다(관련 기사: ‘대구 구급차 10대 사망사건’ 4개 기관 행정처분).
경찰은 A씨가 사건 당시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고 보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없으나 A씨가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에 환자가 제때 진료받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미 세 차례 조사를 받고 추가 소환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대구파티마병원이 선임한 변호사에게 법률적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의료계 차원에서 A씨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대전협 조승원 부회장은 2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협과 공조해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당사자 구명 요청이 있을 시 대전협은 인권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도 "현재 병원과 긴밀히 공조하며 의협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수사 후 형사 처벌을 시도하면 즉시 법률 자문과 지원을 제공하고 수사 부당성을 밝히겠다고 했다.
사건 당시 환자 이송을 담당한 119구급대 진술이 바뀌거나 수사 협조가 되지 않는 등 A씨에게 불리한 수사 환경도 지적했다.
김 이사는 "처음부터 전공의에게 불합리한 환경에서 수사가 개시됐다. 객관적으로 수사가 진행됐는지 철저히 살피고 형평에 어긋난 부분은 의협 차원에서 탄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이번 경찰 수사가 "필수의료 현장의 시스템 문제로 일어난 사건을 의사 개인의 부적절한 판단으로 전가하려는 시도"라고도 했다. 개선보다 처벌을 앞세우면 필수의료를 위축시킬 뿐이라고 했다.
김 이사는 "의료체계 한계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개선책을 논해야지 책임자를 색출해 징벌하겠다는 발상은 필수의료 현장을 겁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는 곧 방어진료 심화와 필수의료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지난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사망사건'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당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의료진 3명이 구속되면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 급감 원인으로도 꼽힌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의료기관 책임을 묻고도 모자라 이제 전공의가 경찰의 과도한 수사를 받고 있다. 앞으로 전공의에게 민·형사상 책임까지 지운다면 수많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고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학과 지원을 하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망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응급의료 체계가 붕괴됐다. 이번 수사는 응급의료 체계를 뿌리부터 허물지 모른다"며 "한번 엎질러진 물은 도로 담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