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원 러시’로 병상 수 급증…의사 부족 촉발"

의료계, ‘의료전달체계’ 중심 의료자원 재배치 시급 주장 필수의료 기피 해결책…의사 수 확대 vs 자원 재배치 팽팽 政 “의사 인력 증원,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 직면”

2023-05-27     김은영 기자
한국보건행정학회가 26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의사인력 정책,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100분 토론을 개최했다(ⓒ청년의사).

정부의 병상 수급 정책 실패가 의사 인력 부족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경쟁으로 인한 병상 수 급증이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한국보건행정학회가 진나 26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의사인력 정책,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100분 토론에서는 정부의 병상 수급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의료기관 종별, 진료과별로 쏠린 의료 자원 재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는 68만5,636병상이며 인구 1,000명당 13.2병상으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4.4병상의 3배 수준이다.

더불어 수도권에서만 8개 대학병원이 10개 분원을 추진해 오는 2028년까지 수도권 내 6,300병상이 증가할 예정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민승기 보험부회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학병원 분원이 생기면서 병상 수가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의사 인력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며 “이런 식으로 수도권 병상 수를 늘려가면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중소병원은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고 병상도 남아돈다. 대학병원 분원에 의한 병상 수 급증은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민 부험부회장은 “(대학병원 병상 증가로) 의료전달체계 문제가 가장 크게 발생하고 있다. 과별로 차이는 있지만 비뇨의학과는 간단한 수술조차 대학병원을 찾는다.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과도하게 병상이 많고 대학병원 위주로 정책이 흘러가고 있는 것은 정부 잘못”이라고 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김태완 정책부회장은 “우리나라가 병상도 많지만 의료 선진국 보다 오래 입원한다. 미국이나 스위스는 인공관절 수술 후 3일 입원하지만 우리나라는 평균 2주 정도 입원한다. 대장암이나 위암도 3일 정도 입원한다면 우리나라는 10일”이라며 “급성기부터 아급성, 재활까지 병원에서 다 하다 보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정책부회장은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으로 6,300병상을 더 확장하겠다는 건데 과연 인력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복지부가 (병상 확대에 대한) 제동을 걸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반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료기관 운영 방식이 병상 수 증가의 원인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최병호 전 서울시립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환자 치료방식이 다르다. 인력은 적게 쓰고 병상, 장비, 진단기기 등을 늘려 이윤을 취하는 형태”라며 “의사 소득이 OECD 평균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를 갈아 넣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현상을 의사들이 탈피하고 싶은지 자문해 보라”며 “현재 의사 연봉이나 개원의 수입이 증가추세인데 이를 계속 즐기고 싶다면 의사 수를 증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미래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그 판단을 의사들이 해야 한다”고 했다.

필수진료과목 ‘기피’ 해결책…‘의사 인력 확대’ vs ‘자원 재배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세부전문과목 ‘기피’ 문제가 의대 졸업자 수보다 전공의 지원자 수가 더 많은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에 단순 인력 확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등 주장이 팽팽했다.

민 보험부회장은 “전문과목 세부분과 간 불균형도 상당히 심하다. 대부분 신경외과 전문의 되고 나서 많은 의사들이 척추질환 분야로 간다. 수가도 좋고 쉽고 편하니 개두술 의사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정부가 비용 지원할 때도 세부분과별로 고려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민 보험부회장은 “대학병원에 정신건강의학과 TO 뽑으려면 폐쇄병동 있어야 했지만 그 규정이 없어지면서 중증 정신질환자 입원할 곳이 없어지고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개원도 증가했다. 의사의 선택 뿐 아니라 정부 정책도 중요하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의과대학 정원을 2배 늘려도 신경외과 문제 해결 안 된다. 주 100시간 일하며 36시간 연속 근무 3번 정도만 해도 절대로 하기 싫을 것”이라며 “뇌혈관 수술하는 의사를 늘리는 건 지금 정책으로는 안 된다. 신경외과 전문의가 OECD 평균보다 3.5배 더 많은데 안 오는 이유는 병원이 채용하지 않아서다. 병원이 인력 채용하도록 병상 당 인력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반대로 전문과목 세부분과 기피와 불균형 문제도 결국 의사 인력 총량 부족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총량이 부족한 상황도 부분 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아주 오랫동안 의대 졸업생이 3,000명이었는데 전공의 선발 인원은 4,000명으로 유지됐다. 매년 1,000명이 부족한 것”이라며 “결국 인기 있는 전문과목부터 채워나갈 수밖에 없다. 총량 부족에서 발생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흉부외과 수가가 부족해 전공의 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수가 100% 인상했다. 흉부외과 전공의 수급문제가 해결됐냐면 그렇지 않다”며 “시장 수요 변화를 신속히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 현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의료 이용량을 고려하면 입학정원 5,000명이 늘어야 30년 뒤 의료역량 수급격차가 줄어든다”며 “일괄로 증원하고 필요에 의해 감소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법은 기존 소규모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해 주고 의대가 없는 국립대에 신설하거나 특수목적병원들을 뒷받침하는 의대 신설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政 “의사 인력 증원,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 직면”

정부도 의사 인력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신경외과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해결방안도 다각화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과목 간 전공의 정원 결정과 지역 간 수급 격차 완화 위한 수련환경 개선 등을 개선책으로 꼽았다.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의료 수요 증가로 의료 이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의사들은 과거처럼 장시간 근로 원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점점 확산되는 추세”라며 “OECD 국가에서도 의료 수요 증가와 의사 인력 번 아웃에 대응하고자 의대 정원 확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하기 위해 원인분석과 그에 맞춘 해답 제시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신규 확충 효과가 10년 뒤 나타나므로 지금 문제 해결할 수 없다고 보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송 과장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은 절대적 공급량에 대한 것과 상대적 쏠림 등 문제로 복합적이다. 해결방식도 종합적인 패키지 정책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지원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필수의료 전문인력 충원 나설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 투입 등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송 과장은 “전문과목별 의료이용량과 질병양상 변화 육성 필요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전문과목 간 전공의 정원 결정하고 지역 간 수급 격차 완화 위한 수련환경도 개선해 나가겠다”며 “필수의료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 보상과 근무여건 개선의 투 트랙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