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디지털헬스케어 사단 이끌고 태국으로 간 까닭은?

[바이오코리아 2023] 네이버클라우드 류재준 총괄이사 인터뷰 태국 영리병원에 국내기업 솔루션 공급…검증 후 내년 본격화 “초거대 AI ‘하이퍼 클로바X' 통해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 기회”

2023-05-11     김찬혁 기자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과 손잡고 태국 의료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닥 판단해서다.

그간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대학병원들과 함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P-HIS’, 한국형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 시스템 ‘닥터앤서’ 등 의료데이터 표준화 및 의료 AI 개발 사업 등에 클라우드 사업자로 참여하며 의료 클라우드 분야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과 해외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진출 기업을 선정하고 현지 진입 준비에 나섰다.

네이버 클라우드와 함께 태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라이프시맨틱스(원격진료) ▲뉴냅스(뇌경색 진단) ▲아이크로진(유전자 분석) ▲엠티이지(수술 동영상 저장/분석/학습) ▲이모코그(치매 진단) ▲큐라움(수면무호흡) ▲큐티티(치아질환진단) ▲크레스콤(관절염) ▲스윙크(디지털 치료기기) 등 총 9곳이다.

네이버클라우드 류재준 총괄이사는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3’ 행사장에서 만나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대해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3’ 행사장에서 만난 네이버클라우드 류재준 총괄이사는 글로벌 진출의 무대로 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류 이사는 “태국은 전 세계적인 의료 관광지다. 중동 환자들이 많이 방문하고 전 세계 은퇴자들이 노후를 보내기 위해 태국을 찾는다"며 "반면, 건강관리 환경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들과 함께 태국에 진출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류 이사에 따르면, 현재 태국 정부는 스마트 시티 조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태국 정부가 힘 쏟는 분야가 바로 ‘스마트 헬스케어’다. 태국 입장에서도 미국이나 중국처럼 지나치게 시장을 잠식당할 위험 없이 기술 수준을 담보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가 한국이었으리라는 게 류 이사의 견해다.

태국의 의료기관은 크게 공공병원과 영리 사업이 가능한 민간병원으로 나뉜다. 네이버클라우드와 국내 기업들은 민간병원과 협력해 현지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자사 솔루션을 홍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라마9(라마나인)병원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국내 기업들, 기술 검증됐지만 규제로 판로 못 찾아"

류 이사는 해외 시장과 달리 규제로 인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현실 또한 지적했다.

류 이사는 “진단보조 의료 AI 등 좋은 도구가 많이 개발됐지만 병원에서 구입하지 않는다. 수가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 입장에선 이러한 솔루션 도입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으론 검증이 됐는데 기업들이 판로를 못 찾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학회 등을 통한 의료진 간 레퍼런스 공유도 중요한 한 축이다.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했는데 의료진 리소스를 많이 절약할 수 있더라는 입소문이나 평가가 기술 도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이사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언급하며 “병원이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각 지역 병원과 연결해준다면 지역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기업들이 굳이 상경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하반기 자사의 AI 기반 대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을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케어콜은 1인 가구에 전화를 걸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건강 상태, 생활 습관 등을 확인하는 기능을 지닌 AI 솔루션이다. 현재 케어콜을 도입한 지자체는 50여곳에 달한다.

류 이사는 “SK텔레콤이나 KT 등 통신사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나리오 기반이기 때문에 대화가 단조롭다. 클로바 케어콜은 정말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며 “어르신들이 대화를 통해 위안을 받았다는 후기가 많다. 우울증 예방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클라우드, 의료 분야 B2B 운영 안한다

류 이사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직접 의료 분야 B2C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류 대표는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사업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자의 목표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지 킬러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게 아니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경쟁에 같이 뛰어들면 상생도 어렵고 생태계 조성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개발한 초거대 AI인 '하이퍼 클로바X'의 쓰임새도 마찬가지다.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초거대 AI를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서드파티(third party)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은 청년의사 주최로 오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HiPex 2023(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3, 하이펙스 2022)’에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와 CareCall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헬스케어에는 어떻게 적용될까’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