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천천히 바꾸자? 사탕발림 불과"

[인터뷰] 무기한 단식 농성 들어간 간무협 곽지연 회장 "간호조무사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민주당" "간호사협회 아닌 간호협회라면 대화 요구 응하라"

2023-04-27     김주연 기자

지난해 8월 간호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단체 연합체인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출범한 이후 투쟁의 선두에는 늘 대한의사협회가 있었다. 그리고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은 의사와 간호사 간 대결 구도로 흘러갔다.

그러나 이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간호조무사들이 목소리를 키우면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13개 단체 중 가장 먼저 파업을 '실행'했다. 지난 25일 간호조무사 대표 1,500여명이 참여한 1차 경고파업 이후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국 권역별 총파업을 선언할 계획이다. 다른 단체들도 선두에 선 간무협을 따라 연대 총파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간무협 곽지연 회장은 1차 경고파업이 있었던 지난 25일 오후 무기한 단식 농성도 시작했다. 곽 회장은 간호법이 폐기되거나 대한간호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 중재안을 수용하는 날까지 단식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처리되면 나머지 단체장들도 단식 투쟁에 동참하기로 했다.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단식 농성 중인 곽 회장은 26일 청년의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간호조무사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학력 제한 등 간호조무사에 대한 차별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간호법'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고 했다. 이번 간호법 저지 투쟁에 간호조무사들이 앞장 설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26일 단식 농성 중인 국회 앞 천막에서 청년의사와 만나 간호법이 폐기되거나 간협이 당정 중재안을 수용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청년의사).

- 간무협이 간호법 저지 투쟁 선두에 섰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간호법에는 간호조무사뿐 아니라 다른 직역들과 관련된 독소조항이 담겼다. 그래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협과 대화하고자 했지만 소용없었다. 민주당과 간협은 지금도 간호조무사를 간호법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있다. 간호법 제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당사자가 간호조무사이기 때문에 나서게 됐다.

‘의사 대 간호사’ 프레임은 간협이 원하는 구도일 뿐이다. 이 프레임 또한 간협이 추구하는 ‘카스트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인이 다른 약소직역보다 신분이 높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몰아간다고 생각한다. 보건의료직역 전체와 간협의 싸움이다.

- 지난 25일 간호조무사 대표 1,500여명이 연가를 내고 하루 동안 파업했다. 진료 현장에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나.

전국에서 모인 것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보면 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아 큰 차질은 없었다. 애초에 1차 경고파업은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오히려 일부 원장들은 연가투쟁에 나서는 간호조무사를 격려했다고 한다. 모두 자신의 연가를 써서 국회 앞에 모였다. 그만큼 간호조무사들의 울분이 컸다고 생각한다. 1,500명이 큰 수는 아니지만 일주일 만에 모였기 때문에 꽤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 권역별 총파업도 예고했다.

지난 2019년 11월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에 회원 1만여명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번에는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연가 투쟁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호법에는 학력 제한 문제도 있지만 지역사회 문구 때문에 본인들이 근무하는 일자리를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도 분노하고 있다. 어제(25일) 연가투쟁도 당초 1,000명을 예상했지만 1,500여명이 참여했다.

-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총파업 계획을 밝히자 환자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추구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국민들께는 죄송한 마음뿐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기에 이를 저지해야만 하는 상황임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간호조무사는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간호 인력이다. 간호조무사의 아픔도 헤아려 줬으면 한다. 국민들도 간호조무사가 힘들게 일한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오죽 힘들면 이렇게까지 나왔을까’라고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다.

- 특성화고나 간호학원은 당정 중재안에 반대하고 있다. 중재안이 간호법에 반영돼 전문대 간호조무과가 설치되면 고졸과 대졸 간호조무사 간 임금 차별 등이 발생한다는 비판이다.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2급 사회복지사는 사이버대학에서 공부했든 4년제 대학에서 공부했든 급여나 대우 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 경력에 대한 차별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자격증 아닌가. 나중에 경력이 쌓이면 업무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우선 학생들에게 진학 선택권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일방적으로 필요 없다고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더 말이 되지 않는다.

특성화고에는 미용학과, 헤어뷰티학과도 있는데 이 분야는 전문대에서도 배울 수 있다. 다른 직종은 학력을 선택할 수 있는데 왜 간호조무사만 간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가. 2023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특성화고와 간호학원이 존립 위기에 처한다고도 하는데 본인들의 존립을 위해 학생의 선택권을 막는 게 잘못된 것 아닌가. 본인의 생존을 위해 타인의 기본권을 제한해선 안 된다.

- 당정 간호법 중재안에는 간호조무사가 요구하는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폐지 등이 포함됐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간호 관련 정책을 결정할 때 간호조무사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간협만 참여하는데, 결국 간호사 의견만 대변하고 있지 않나. 협회 명칭을 ‘간호협회’에서 ‘간호사협회’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간협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별도 간호조무사 자리를 요구할 이유도 없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면담 때 야간간호료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간호사들은 야간간호료를 받지만 간호조무사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조 장관이 간호사들과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냐고 묻더라. 그래서 ‘간호사들은 본인이 하는 업무는 중요도가 높고 우리 업무는 하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간협이 진정 간호협회고, 같은 간호인력으로 우리를 인정한다면 이런 현실을 가만 둬서야 되겠는가.

- 민주당에서 간호법 투쟁을 발판으로 정치에 입문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만들어 낸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에 불과하다. 정식으로 항의한 바는 없지만 기사를 통해 반박했다. 간호법 투쟁에 나서는 이유는 20년 동안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설움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다. 올해 간무협 창립 50주년인데, 20년, 30년 전과 간호조무사 대우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현실이 더 이상 되풀이되선 안 된다.

간협은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국회의원은 한 직종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는 직업이다. 본인이 국회의원이라면 우리와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였을 당시 전문대 간호조무사 양성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협약서를 간무협과 체결하지 않았나.

내년에 총선이 있는데 결국 간호사를 선택한 건가 싶다. 민주당은 우리와 충분히 논의했다고 하지만 ‘충분히’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우리는 처음부터 간호법 결사반대 입장이 아니었다. 수정안을 요구했는데 이를 두고 우리가 처음부터 간호법에 반대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간호법이 통과되기 전에 꼭 대화했으면 한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은 오로지 민주당 때문이다. 민주당 전체라기보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일부 의원들도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이 독소 조항임을 알고 있다. 다만 한 번에 바꿀 수 없으니 천천히 하자고 하는데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간호법이 없을 땐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간호법에 학력 제한 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주당에도 간호조무사와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간협도 간호사협회가 아닌 간호협회이기 때문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두 직종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조무사를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대화에 응해달라.

회원들에겐 이런 상황까지 오게한 것에 대해 협회장으로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어제 연가투쟁 집회에서 비가 왔는데 간호조무사들이 비를 맞으며 거리에 서 있는 것을 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동력을 끌어내 간호조무사가 우리나라에서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까지 지지해 달라.